법조계 "상온 노출 백신 위험성 설명... 서약서 제시 의료법 위반 아냐"
"서약서 미작성 이유로 접종 거부한다면 의료법 위반 진료거부 행위"

[법률방송뉴스] 독감백신을 맞고 사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독감백신을 맞아야 하나 불안해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독감을 맞으러 온 사람들에게 '독감백신에 이상이 없는지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관할 보건소가 나서 서약서를 전부 폐기하고 서약서를 받지 못하도록 조치했는데요.

오늘(6일) ‘LAW 투데이’는 병원 측의 고지 의무와 환자의 권리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서약서 논란, 어떤 내용인지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독감백신 접종 전에 서약서 받은 병원’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입니다.

아는 지인이 무료 독감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수도권의 한 내과를 방문했는데 병원에서 서약서를 제시했다는 내용입니다.

"나라에서 제공하는 백신인데, 병원이 서약서까지 받는 건 환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라 생각된다"는 것이 이 네티즌의 성토입니다.

이 네티즌은 그러면서 “아무래도 질병관리청에서 해당 병원에 대해 직접 현장조사를 실시하여 진상 규명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고 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병원의 서약서입니다.

'나라에서 배정받은 현물 백신은 병원 내에 도착한 후에는 문제없이 냉장보관 되었음을 확인하고 보증하지만 배송 전까지는 어떻게 관리되었는지 저희 병원도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서약서는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 방침에 따라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료 접종을 시행한다'며 '위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정확히 인지한 상태로 접종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에는 “수술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서약서까지 작성하나”, “수술동의서랑 같은 의미 아닌가, 무서워서 어디 백신 접종하겠나”는 냉소와 비판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병원이 만약의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인데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는 글들도 눈에 띕니다.

해당 병원은 지난달 26일부터 서약서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는데, 글을 올린 네티즌은 같은 날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같은 취지의 민원글을 올렸습니다.

"백신 접종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할 만큼 위험한 의료행의인지 의문“이라며 “의료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이 네티즌의 지적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관할 보건소는 그제 오후 현장점검에 나서 보관 중인 서약서를 전부 폐기하고 추후에도 서약서를 받지 않도록 행정조치를 내렸습니다.

의료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일단 의료법 제24조2항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의 경우 서면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독감백신 접종을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와 같은 수준의 의료행의로 볼 수 있느냐는 별론으로 하고, 서약서 내용을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홍지혜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제이앤씨]

“그 이유는 그 상온 노출 백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을 맞으려는 목적으로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 대해서 그 서약서를 다시 한 번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백신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설명해주는 계기가 돼서...”

병원에서 책임을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할 수 있어도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도 있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홍지혜 의료전문 변호사 / 법무법인 제이앤씨]

“다시 한 번 환자들 입장에서는 백신을 맞을지 여부를 심사숙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취지라고 보여지기 때문에 그런 내용의 상온 노출 백신의 위험성에 대해서 미리 고지를 하고 거기에 병원 측의 책임은 없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게끔 유도한 것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생각이 들진 않고...”

또 다른 의료전문 변호사는 이와 관련, 서약서 작성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서약서 미작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 진료거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독감백신을 접종하고 숨진 경우와 관련해 백신접종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와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나 중대한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민·형사상 처벌이나 보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의료전문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엄태섭 변호사 / 법무법인 오킴스]

“그래서 이 독감백신으로 인해서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라는 점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입증이 필요한데 사실상 이런 인과관계를 굉장히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게 법원의 태도이기 때문에 관련 사례를 봐도 백신회사나 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사실상은 배상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엄태섭 변호사는 다만 일반 병원에 비해 국립대병원이나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의 경우엔 감염병예방법이 적용돼서 국가 배상책임을 좀 더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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