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구성요건, 하나의 범죄 구성
"김학의, 스폰서 신용카드 8년 간 사용... 공소시효 살아있어"

▲유재광 앵커= 성접대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어제 판결이 났죠. 2심 판결 내용을 전해주시죠.

▲윤수경 변호사(법무법인 게이트)=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8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실형이 선고됨에 따라서 김 전 차관은 법정구속됐습니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김 전 차관은 협심증이 있다며 협심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시켜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일부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 김 전 차관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는데요, 김 전 차관의 가족으로 보이는 한 방청객은 법정구속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를 포함해 3억원대 뇌물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1심은 스폰서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를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었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앵커= 어떤 부분에서 판단이 달라진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1심의 무죄 판결이 뒤집힌 부분은 스폰서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8년 동안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받아쓰는 등 4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기 때문입니다. 1심은 이 금액과 검사로서 김 전 차관의 직무 사이 연관성이 없어 유죄로 볼 수 없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최씨는 1998년 뇌물 혐의로 검찰 특수부 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사진행 상황을 전해듣는 등의 일부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최씨는 김 전 차관과 친분을 이어오면서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건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건넨 속내에 대해서 2심은 "최씨는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사업과 관련해서 또 다시 특수부 조사를 받는 경우 김 전 차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며 뇌물공여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으면 단순히 호의로 준 돈은 뇌물이 아닌 모양이네요.

▲윤수경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2심은 "김 전 차관도 최씨가 특수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최씨에게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다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며 최씨가 준 돈은 호의가 아닌 대가였음을 김 전 차관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런 판단 아래 2심은 최씨가 8년 동안 제공한 뇌물액수를 하나의 죄로 묶고, 이렇게 본다면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다며 유죄 판결했습니다. 작년 11월에 있었던 1심은 최씨로부터의 금품수수 기간을 두 부분으로 나눠서 2009년 이후 범죄는 증거가 부족하고, 2009년 이전 범죄는 10년의 공소시효가 완료됐다고 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2009년 이후의 금품수수도 유죄가 인정된다며 전체 뇌물 수수를 하나의 범죄로 보고,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포괄일죄'를 적용해 유죄로 판단한 것입니다.

▲앵커= 포괄일죄가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포괄일죄(包括一罪)란 형법상 개념으로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한 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하나의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결합범, 계속범, 접속범, 연속범, 집합범 등이 해당합니다.

우리 판례는 포괄일죄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세 가지를 보고 있습니다.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일 것, 범행이 일정기간 계속하여 행해질 것, 피해법익이 동일할 것, 이 세 가지로 보고 있는데요.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 경우의 각 범행은 경합범으로 보게 됩니다.

▲앵커= 경합범은 또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앞서 설명한 것처럼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범행방법이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는 포괄일죄가 아닌 경합범으로 처벌됩니다. 경합범이란 쉽게 말해서 공소장에 기재된 죄명이 2개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경합범에는 '상상적 경합범'과 '실체적 경합범'이 있습니다.

상상적 경합범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강도가 경찰관을 상해한 경우, 강도상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를 동시에 충족해서 상상적 경합범이 됩니다. 이 경우에는 여러 개의 죄 중 가장 중한 형으로 처벌됩니다.

실체적 경합범이란 것은 여러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렇게 여러 개의 범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우리 형법은 일정한 가중의 방법으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피해자를 1회 강간한 후 다시 강간한 경우와 같이 피해자를 수 회 강간하는 경우에는 간음 행위시마다 각각 1개의 범죄가 되어 수개의 강간죄가 성립합니다. 이 경우에는 하나의 강간죄가 성립하는 경우보다 경합범으로 가중하여 처벌합니다.

▲앵커= 김학의 성접대는 면소가 됐죠.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 3천1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했습니다. 윤씨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 중 1억원은 김 전 차관이 여성 A씨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날까봐 윤씨가 A씨로부터 받아야 할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시켰다는 내용의 제3자 뇌물입니다.

이에 대해서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은 모두 윤씨가 채무를 면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무죄로 봤습니다. 나머지 뇌물 3천여만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로 결정됐습니다.

김 전 차관이 강원 원주 별장 등지에서 윤씨로부터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13차례 성 접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포함됐으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면소는 소송 조건이 결여된 경우에 선고되는 판결입니다.

김 전 차관이 받았다는 성접대를 뇌물로 본다면 액수는 1억원 미만으로 평가되는데요. 1억원 미만 뇌물범죄는 공소시효가 10년이라 시효가 완성됐다는 취지입니다. 2008년 2월까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 김 전 차관의 경우 2년 8개월 전에 시효가 종료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을 비롯한 증거에 등장하는 남성은 김 전 차관이라며 성접대를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이밖에 김 전 차관이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는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면서 김 전 차관을 준엄하게 질타했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김 전 차관을 일으켜 세운 뒤 "고위 공무원이자 검찰 핵심 간부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지고 공평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고 묵묵히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다른 검사들에게도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임에도 장기간에 걸쳐 알선 명목으로 4천만원 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어서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공익 대표자로서 범죄수사나 공소제기 등 형사사법 절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사의 직무 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현저하게 훼손됐다"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판검사는 최종변론에서 '이 사건은 단순히 김 전 차관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 문제였던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형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 했다"며 "(이번 사건은)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지금 우리나라 검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판 직후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요. 검찰도 무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 유죄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번 2심 판결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김 전 차관은 성 접대 의혹이 제기된 이후 2013년과 2014년에 특수강간 혐의로 두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이에 대해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5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 권고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3차 수사팀은 특수강간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했었는데요.

수시기간의 지연 등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하면서 의혹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앵커= 네, 김 전 차관이 자신은 무죄라고 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하니까 대법원 판결까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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