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팎서 기이하고 황당한 광경 계속... '비정상의 정상화' 필요"

[법률방송뉴스] 검찰 안팎이 연일 시끌시끌합니다. 발 없는 물고기가 구리(九里)를 내달린다. 오늘(27일) ‘뉴스 사자성어’는 어주구리(漁走九里) 얘기 해보겠습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어제 법사위 국감 종합감사에서 “수사지휘를 부정하려면 직을 걸어야 한다”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작심 비판했습니다.

앞서 윤석열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 국감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박탈은 근거·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라임 사건 등에 대해 손을 떼고 수사결과만 보고 받으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데 대해 “위법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는 것이 윤 총장의 말입니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에 추미애 장관은 어제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라며 “장관의 지휘를 수용해놓고 국회에 와서 부정하는 것은 언행불일치”라고 윤 총장을 비판했습니다. 

“그런 말을 하려면 직을 내려놓으면서 함으로써 검찰 조직을 지키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 추 장관의 말입니다.

장관에 불복하려면 총장직을 내려놓고 하라는 건데, 추 장관은 옵티머스 짜맞추기 수사 의혹 감찰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에 윤석열 총장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대검엔 국감에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는 등 꿋꿋하게 할 말을 다한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정도 문구는 기본이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주십시오”라는 읍소에서부터 “윤석열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상찬도 눈에 띕니다.

이와 관련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 대검 앞 화환에 대해 “대검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고 비꼬는 글을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대낮에 회칼을 들고 대치하다가 와해된 조직으로 범서방파가 (있다)“며 ”서초동에 신 서방파가 대검나이트라도 개업한 줄 알았다“는 게 진 부부장검사의 말입니다.

이에 윤 총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징계감”이라고 발끈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그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속상관인 검찰총장을 조폭 두목에 빗대 조롱한 것”이라며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적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김남국·김용민 의원을 따라서 ‘대깨문’의 선봉장을 해주면 공천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공천은 한참 남아 있으니 ‘오버’하지 마라”고 냉소했습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요즘 배우는 게 많다”며 화환을 보면 결혼식, 개업식을 떠올리는데 누군가는 나이트클럽을 떠올린다는 것을 알았다“고 비꼬았습니다.

진 부부장검사는 이런 비판에 대해 “인도에 늘어선 화환들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까딱하면 징역 1년의 처벌을 받게 된다. 담 안으로 넣으라는 것이 지난 포스팅 주제”라고 다시 비꼬았습니다.        

‘어주구리’(漁走九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고기가 구리(九里)를 내달린다’는 뜻입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전국책(戰國策) ‘가가’에 나오는 말입니다.

한나라 폭군 가제 때 일입니다. 

가제가 1년에 걸쳐 궁궐 안에 커다란 연못을 만들고 진귀한 황금빛 잉어를 기르게 했는데, 가제의 폭정에 불만을 품은 사기라는 신하가 한밤중에 연못에 몰래 굶주린 메기를 풀었습니다. 

메기에 이리저리 쫓기던 잉어는 마지막 힘을 다해 연못 밖으로 몸을 날렸고, 지느러미를 발  삼아 그 길로 사력을 다해 9리를 달렸으나 힘이 다해 죽었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연못 관리 신하가 ‘어주구리’, “물고기가 9리를 내달렸다”고 외친 데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원래는 기이하고 놀라운 행동에 대해 감탄하는 의미로 쓰였으나 지금은 다른 사람의 황당하거나 잘난 체 하는 행동을 비웃는 의미로 더 많이 쓰입니다.

‘어주구리’하니까 낯설어 보이는데, 흔히 우리가 많이 쓰는 말이 있습니다. ‘어쭈구리’가 그것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남의 잘난 체하는 말이나 행동을 비웃거나 비아냥거리는 뜻으로 하는 말”이라고 어쭈구리의 뜻을 적고 있습니다. 

어쭈구리, 저것 봐라, 저것들 봐라, 이런 정도의 용례입니다.

어주구리(漁走九里), 물고기가 구리를 내달렸다고 하지만 물고기가 땅을 내달릴 수는 없습니다. 

총장과 장관이 치고받고, 부부장검사는 조직의 수장을 조폭 두목에 비유하고. 어떻게 보면 있을 수 없는 기이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일이 검찰 안팎에서 계속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비록 '영어의 몸'이 된 전직 대통령의 말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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