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투자 개념, 전자상거래법 적용 어렵다"... 법조계 "전형적 탁상행정"

[법률방송뉴스] 특정한 아이디어에 자금을 펀딩하면 이를 제품화해서 제공하는 ‘리워드 크라우드 펀딩’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하자나 불량 제품을 받아도 교환도 환불도 어렵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지 계속해서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사기대행업체 ***를 폐쇄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직접 개발하지도 않았으면서 직접 개발했다고 사기 치는 업체, 중국산 제품을 주는 업체, 아무런 효능이 없지만 효능이 있는 것처럼 꾸미고 이를 판매하는 업체, 실제 효과보다 과장되게 광고해 판매하는 업체들을 알면서도 내버려두고 있다”는 게 청원인의 성토입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해당 펀딩 업체는 제대로 된 제품과 업체 검수를 하지 않아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제조업체와 결탁해 중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이에 “크라우드 펀딩 업체를 가장한 사기대행업체가 지금까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쳐왔다”며 “폐쇄해 달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청원글에서 ‘사기대행업체’로 지목된 업체는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로 꼽히는 ‘와디즈’입니다.

와디즈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물품 생산 아이디어에 자금을 펀딩하면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제품 너머 만든 사람의 이야기‘, ’기존에 없는 제품‘ 같은 스토리와 감성을 더해 구매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만큼 분쟁과 논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급기야 폐쇄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겁니다.

관련해서 자금을 펀딩한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제품에 하자나 문제가 있어도 제대로 교환도 환불도 안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정모씨(32) / 와디즈 펀딩 피해자]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 변심에 의한 환불을 원했으면 저희가 잘못됐겠죠. 그런데 이건 쓸 수가 없는 물건을 보내놨는데 이건 단순 변심이 아니잖아요. 과대광고는 당연한 거고 그 다음에 뭐 의자라고 해서 팔았는데 앉지를 못해요. 그건 의자가 아니잖아요.”

일단 법조계에선 와디즈 같은 '리워드 크라우드 펀딩'을, 형식은 펀딩이지만 일정한 금원을 지급하고 물건을 받는다는 점에서 ‘매매’ 또는 ‘부담부증여’ 행위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부담부증여는 증여를 받는 사람이 증여를 받는 동시에 일정한 조건을 이행할 것을 부담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업체에 일정 금액을 펀딩하면 형식은 ‘펀딩’이지만 장래에 물건을 받을 것을 조건으로 해당업체에 증여를 했다는 것이 ‘부담부증여’입니다.

[황경태 법률사무소 스프링앤 파트너스 변호사 / 와디즈 피해자 변호인]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은 조금 다툼의 여지가 있긴 있지만 일종의 ‘구매자의 지위’를 갖는 거죠. 사실 실질적으로 보면 그냥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 하고 차이는 있지만 그게 이제 완전히 다르다 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와디즈 약관이 현행 전자상거래법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어 교환이나 환불이 제대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황경태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실제 와디즈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황경태 변호사는 지난달 온라인 공공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와디즈 불공정약관 심사 청구인 1천695명을 모아 공정위에 와디즈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신고했습니다.

이에 대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의 회신입니다.

“와디즈 리워드형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투자의 성격을 그 바탕으로 하므로 이를 조건부 매매계약으로 보아 전자상거래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정위 회신입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공정위는 두 가지를 들고 있는데 하나는 "참가하는 메이커(사업자)들의 주된 참여 목적이 제품 생산비 또는 구입비 마련 등 자금 조달이라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널리 시판되고 있는 제품보다는 판매 예정 제품, 개발 중인 제품, 테스트 제품 등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인터넷 쇼핑몰에서 기존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제품 ‘아이디어’에 자금을 ‘투자’한 것이니 만큼 통상의 전자상거래법 적용이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자상거래과 관계자]

“‘펀딩’이라는 것 자체가 ‘투자’를 위해서 펀딩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쓰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은 이런 거잖아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기안받고 사업자들에게 제안받고 그리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구현하려고, 실현을 시키려고 제품을 생산을 해서 판매를 한다든지 그런 이제 구상을 갖고 아이디어를...”

이에 대해 황경태 변호사는 공급자적 관점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구매한 것이라면 더욱 소비자를 법이 두텁게 보호해 줘야지 위험부담을 감수했다고 거꾸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적용을 못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는 비판입니다.

[황경태 법률사무소 스프링앤 파트너스 변호사 / 와디즈 피해자 변호인]

“사실상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쇼핑몰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사실 이게 이런 맥북 컴퓨터 같은 경우엔 다 정해져 있잖아요. 그냥 이 제품을 사는 것이고. 근데 이제 크라우드 펀딩은 ‘이런 제품을 만들 것이다‘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약간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법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는 공정위의 답변이 왔는데 저는 그게 말도 안 된다고...”

공정위 회신에 불복해 황경태 변호사는 리워드 약관의 불공정성에 대해 공정위의 정식 심사를 청구하는 한편, 리워드 크라우드 펀딩 약관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한 개별 업체를 상대로 집단소송도 함께 내놓은 상태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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