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달라는 겁니다"... 라이더 370명, 헌재에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제발 살려달라는 겁니다"... 라이더 370명, 헌재에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10.23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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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정거 등 오른쪽 차로 더 위험, 사고 나면 중상... 지정차로제 풀어줘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오토바이에 대한 시대에 뒤떨어진 불합리한 규제를 지적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드리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오토바이는 도로에서 오른쪽 차로로만 달리도록 돼 있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오늘(23일) 헌법재판소에 접수됐습니다. 

'LAW 투데이' 오늘은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접수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 북촌 헌법재판소 부근에 위치한 오토바이 라이더 카페입니다.

점심시간인 12시가 좀 지날 무렵 어디선가 여러 대의 오토바이들이 카페 앞에 줄지어 들어옵니다.

라이더 재킷을 입은 사람부터 캐주얼한 평상복 차림, 직장에서 중간에 나왔는지 패딩 안 양복을 입은 사람 등 복장이 다양합니다.

삼삼오오 카페에 모인 라이더들이 휴대폰으로 무엇인가를 확인하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눕니다.

[현장음]
"남은 과제들이 또 있잖아요. 그런 것들 어떻게 해결해갈지 간담회 약식으로라도 한번 해보는 게..."

이들이 해결하려는 과제는 다름 아닌 오토바이는 도로에서 오른쪽 차로로만 다니도록 돼 있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조항을 고치기 위한 것입니다.

지정차로제는 지난 1970년 처음 도입됐는데, 도입 당시부터 오토바이는 대형승합차와 화물차, 특수차 등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만 운행하도록 묶였습니다.

당시 국내엔 100cc 이상 가는 오토바이가 전무해 '저속차량'으로 묶여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화물차 등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 배정이 된 건데 5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묶여 있습니다.

오토바이 성능이 발전했는데 오토바이를 지금도 대형버스나 화물차, 특수차 등과 함께 '저속차량'에 묶어 오른쪽 차로로만 가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성토입니다.

[변상돈(48) / 경기도 화성시]
"그때는 차량이 잘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맨 끝 차로, 하위차로에서 운행하는 게 크게 불편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점점 (오토바이) 차량이 고성능화됐는데 트럭이라든지 대형화물이라든지 아니면 버스 이런 차량의 뒤를 쫓아가게 하는 게 이런 불합리함을..."

불합리한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대형 차량들과 같은 차선에서 운행해야 하는 게 정말 위험하다고 입을 모아 호소합니다.

[변상돈(48) / 경기도 화성시]
"많이 불편하죠. 상당히 부담스럽고요. 그 다음에 여러 차량들이 갑자기 우회전하면서 끼어들거나 우측에 있던 차선에서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올 때 위험함을 많이 느끼거든요."

[박현호(31) / 서울 마포구]
"끝 차로는 정차하는 차량이 많은데 위험한 상황이 많이 연출되고 택시가 정차하는 상황이라든지 그리고 대형차량들도 같이 끝 차로로 달리게 돼 있는데 대형차량들이 속도가 느린 측면에 대해서 대응하기도 어렵고 그리고 공사현장 근처에는 대형차량들이 지나가면서 자재라든가 이런 것도 많이 흘리고 가기 때문에..."

무엇보다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일단 사고가 나면 큰 부상이나 심한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고재혁(50) / 서울 도봉구]
"4차선이다, 그러면 2차선에서 내비게이션을 보다가 놓쳤을 때 급하게 들어온다든가 그러면 바이크는 두발이기 때문에 툭 치면 넘어간단 말이에요. 이게 혹시라도 넘어져서 이런 인도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부러지거나 크게 다칠 수가..."

이렇게 변수도 많고 위험하고 부상에 취약한데, 50년 전과 똑같이 오토바이들을 대형차량과 함께 오른쪽 차로로 다니라고 묶어두는 것은 불합리한 규제라고 이들 라이더들은 거듭 목소리를 높입니다.

[박현호 (31) / 서울 마포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오른쪽 차로)으로 다니려고 하다 보니까 미끄러질 수 있는 위험이라든지 이런 것도 많이 느끼고 있고요. 일단 혼잡한데 혼잡한 곳으로 더 밀어 넣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합리하지 않나..."

이런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헌 헌법소원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그동안 헌법소원에 동참할 370명의 라이더들을 규합했고, 오늘을 '헌법소원 청구 D-데이'로 잡은 겁니다.

대형차량 뒤를 따라가지 말라는 상식적인 안전운전 기준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를 잘 지키면 지킬수록 위험해지는 모순되기까지 한 불합리한 규제는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화물차 뒤를 따라가지 마라, 대형차량·화물차량은 사각지대가 많으니 피해라, 화물차 사이를 운전하지 마라, 화물차와 버스 사이를 운전하는 것은 위험하다. 운전하시는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시는 기본상식입니다. '방어운전권'입니다. 그런데 이륜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방어운전을 하면 처벌받습니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화물차·대형차들을 따라가야 하고 화물차와 대형차 사이를 주행해야만 합니다. 왜냐. 왼쪽 차로를 주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정차로제를 지키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인 이호영 변호사는 설명합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얼마 전 추석을 앞두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대형 덤프트럭 앞을 주행하다가 트럭에 깔려서 현장에서 즉사한 라이더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정차로를 따라서 주행하던 이륜차 운전자였습니다. 제 유튜브 계정에는 얼마 전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정차로제 때문에 동생을 잃었다는 사연입니다. 이 형은 너무 답답하다고..."

심지어 경찰청이 발주한 지정차로제 개선방안 용역에서도 "지정차로제 이대로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지정차로제는 헌법상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청구대리인]
"'지정차로제 이대로 안 된다. 바꿔야 한다' 이게 경찰청 발주용역 자료의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이런 사람들의 직무유기가 오늘도 이륜차 운전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가 헌법재판소 앞으로 달려 나온 이유입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 이름을 올린 370명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입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지키면 지킬수록 위험해지는 불합리한 규제를 고쳐 달라, 그래서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지금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오토바이 운전자 A / 헌법소원 청구인단]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규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합법적이고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방향으로 시정됐으면 하는 그러한 바람을..."

[오토바이 운전자 B / 헌법소원 청구인단]
"저희가 오늘 요구하는 건 고쳐달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고 저희도 안전하게 도로를 함께 사용할 그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고요. 살려달라는 것입니다. 일반 자동차는 (사고가 나도) 조그마한 상처가 날 뿐이지만 저희는 목숨을 잃습니다. 제발 살려달라는 그런..."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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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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