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드라마,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편집자 주
 

김장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장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2년여 전부터 일어난 소위 ‘빚투 운동’은, 그 명칭을 차용한 ‘미투 운동‘과 비교할 때 직접 당사자가 아닌 가족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고, 이에 법적 문제가 아닌 도덕적 문제의 영역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이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등 여러 논란을 낳은 탓인지, 대중적인 관심도가 낮아지는 양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 인기 유튜버의 지인이 폭로한 빚투 문제가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유튜버의 지인은, 그가 자신에게 2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아 이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당시까지 변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상호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

아래에서는 위 유튜버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빚투 운동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몇가지 법적 문제를 정리해 보고, 돈을 빌려주고 빌릴 때 주의할 사항에 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빚투 운동과 관련한 소식을 접할 때 항상 언급되는 헌법 제13조 제3항은 ‘연좌제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친족의 행위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이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인정되는 자기책임의 원칙을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위 헌법 규정은 ‘불이익한 처우’라 규정하여 형사처벌에 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국가’가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고 사법상 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언급은 사인 간의 채권채무관계가 공론화되어 당사자가 아닌 채무자의 친족이 질타를 받음으로써 도덕적·사회적인 측면에서 연좌제와 유사한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것이며, 빚투 운동에 대한 법적인 논의가 헌법상 연좌제 금지에까지 확장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한편 채무자가 사망하였는데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채무를 모두 상속하게 될 경우에는 상속인이 곧 채무자가 되어 빚을 갚아야 하는데, 이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친분관계에서 돈을 빌려주었다가 변제를 받지 못하여 뒤늦게 법적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데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권리를 잃게 된 것을 알고 상심하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만큼, 소멸시효 제도에 관한 논의도 언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멸시효 제도는 권리자가 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된 경우에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그 자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사법상의 제도로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규정한 공소시효와 유사합니다.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지 아니한 자는 이른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로서 법률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논리가 형성되어 있는데,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권리를 언제 행사할지 여부를 자신이 선택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이러한 제도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에 법은 시효기간에 차등을 두거나 시효기간의 진행을 중단시킬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권리 행사를 받지 아니한 채무자의 신뢰를 보호함과 동시에 진정한 권리자의 이익을 조화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빚투 문제가 제기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무자는 법적으로 돈을 갚을 의무가 없게 되므로, 채권자는 권리의 소멸을 막기 위하여 시효기간 내에 민법에 규정된 재판상의 청구 등 시효중단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기죄와 채무불이행의 구별과 관련한 문제도 언급됩니다. 금전채무의 변제를 받지 못한 채권자는 돈을 돌려받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채무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문제없이 영위하거나 오히려 채권자의 생활수준을 상회하는 소비를 일삼으면서도 정작 돈은 갚지 않는 데 대한 괘씸한 마음에 분노하여 채무자를 고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채무자가 사기죄로 처벌되려면 법에서 규정한 사기죄의 성립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즉 채무를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돈을 빌려달라고 기망하여 이에 속은 채권자가 돈을 빌려준 경우라야 사기죄가 성립하는데, 사기죄의 피의자가 된 채무자들이 돈을 갚으려고 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아 갚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할 경우, 기망행위가 있었다는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일부 변제를 하는 등으로 채무이행 의사가 있었다는 외관을 형성한 뒤 나머지 채무를 변제하지 않아 사기죄의 성립을 피하려는 악질적인 채무자들도 종종 보게 됩니다.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고 지급명령신청 등 민사소송 및 강제집행절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절차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이 경우 채권자가 오히려 돈을 갚아달라고 사정하는 황당한 일이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한편 빚투 운동에서 제보한 채권자 측의 행위는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고, 인터넷에 폭로하는 경우라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폭로한 행위가 사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데,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단순히 유명인의 가족이 빚을 갚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해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빚투 운동은 가족의 채무로서 갚을 의무가 없는데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악성 채무자로 낙인이 찍히는 사례, 혹은 유명인임을 스스로 이용하거나 가족이 그 유명세를 이용하여 돈을 빌리는 사례, 이로 인해 밝히고 싶지 않았던 가정사가 노출되어 피해를 입는 사례, 공인으로서 채권자의 마음고생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는 태도를 취하여 이미지가 실추되는 사례 등 각양각색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빚투 운동이 법적인 영역에서 벗어난 경우가 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된 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거나 빌린 경험이 있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관계가 파탄된 기억이 있어, 각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친분관계에서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행위는, 마음고생을 한 채권자가 ‘괴롭히는 빚쟁이’로, 변제할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채무자가 ‘사기꾼’으로 각 비화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친한 사이에 돈 관계를 하지 말라는 말이 격언처럼 통용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나, 돈을 빌려주는 순간부터 사회적인 관계가 채권자, 채무자의 법적 관계가 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채권채무관계를 형성할 경우 ‘법적 관계’가 됨을 상호 인지하고 법적 관계에 부수하는 필수적인 절차, 예컨대 차용증 등으로 증거를 남기고 공증을 통해 사후 집행을 원활하게 하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며, 친분관계를 들어 이를 생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빚투 운동에 연루되는 것 자체가 유명인임을 전제로 하지만, 이를 통하여 유명인이 아닌 사람들도 친분관계에 의한 돈거래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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