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이어 라임 사건... '초유' 2번째 수사지휘권 행사
윤석열, 지휘권 행사 수용 "라임 피해자들 눈물 닦아줘야"
추미애, 윤석열과 처가·측근 관련 4개 의혹 하나하나 제시

추미애(왼쪽)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법률방송 자료사진
추미애(왼쪽)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법률방송 자료사진

[법률방송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9일 헌정 사상 3번째로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로비 의혹과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중단시켰다. 추 장관은 서울남부지검(라임 사건 수사)과 서울중앙지검(윤 총장 처가 의혹 사건 수사)에 "윤 총장의 수사지휘를 받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은 이날 오후 5시34분쯤 "라임 사건과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는 지난 7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이어, 3개월 만에 2번째로 윤 총장에 대해 발동한 것이다. 헌정 사상 첫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2005년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6·25 통일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다.

대검찰청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지 30여분 만인 이날 오후 6시7분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입장문을 통해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검은 더 이상 추가 입장을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수사지휘권을 2번이나 발동하는 초유의 사태는 전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를 놓고 사실상 정면 충돌한 후,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법무부는 전날 라임 사태 몸통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6일 '옥중 입장문'이라며 폭로한 검사 술접대 의혹 및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 관련 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들 의혹 관련)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대검은 1시간여 만에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으로서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는 초고강도 입장문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윤 총장은 언론에 "턱도 없는 소리"라며 야권 인사 수사에 대해서는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지금도 수사 중이다", 자신이 검사 비위를 보고받고도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고 법무부가 발표한 데 대해서는 "전혀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총장 의혹'을 거론한 법무부와 이를 '중상모략'이라고 반박한 대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극한으로 달려가는 듯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 만 하루가 지나는 시점에 추 장관이 또 다시 윤 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형태로 일은 전개됐다.

그리고 윤 총장은 지난 7월 검언유착 의혹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수사지휘권 박탈에 대해 "더 이상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다르다면 검언유착 의혹 사건 당시에는 윤 총장이 전국검사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고심 끝에 1주일 만에 지휘권 상실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 법조계 "1차 수사지휘권 행사 때와 달라"... 추미애, 윤석열 개인과 가족 의혹 수사 '지시'  

하지만 법조계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2차 충돌'이 수사지휘권 발동과 수용이라는 외면적 형식으로 순순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없다. 추 장관의 1차 수사지휘권 발동은 윤 총장의 수용으로 어쨌든 '봉합'이 됐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이야기다. 추 장관이 이번에는 수사지휘권 발동을 통해 윤 총장 개인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윤 총장 본인과 가족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이나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나아가 윤 총장 개인과 가족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공식적으로 지시했다.

우선 추 장관은 "라임 로비 의혹 사건은 관련 진상을 규명하는 데 검찰총장 본인의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 16일 옥중 입장문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총장에게 보고해서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며 회유·협박했다고 폭로한 데 대해, 현직 검사들의 향응 접대에 대한 구체적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누락됐으며, 향응을 받은 검사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다는 의혹 등도 일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이에 대해 “라임 수사팀 검사 선정은 서울남부지검 소관사항이고 파견 검사는 법무부장관 승인을 받는다”며 “야권 정치인 수사는 5월부터 수사 중”이며, 현직 검사 접대 부분에 대해서도 “지휘 라인을 통해 관련 보고가 올라온 적도 없고 당시 수사팀 내부에서도 김 전 회장이 검사 접대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날 서울남부지검에 접대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수사관을 수사와 공판팀에서 배제해 새롭게 재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사실상 핵심은 추 장관이 이날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다고 한 구체적 사건에 라임 사건 관련 의혹 외에 윤 총장 및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들이 망라됐다는 점이다. 추 장관이 라임 사건을 고리로 윤 총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및 처가가 관련된 ▲김씨가 운영하는 (주)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의혹 사건 ▲윤 총장 장모의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 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과, 윤 총장 측근과 관련된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이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을 통해 발표한 입장에서 라임 사건 외에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애초부터 가족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 개입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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