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에... ‘당근마켓 아기 거래’ 미혼모의 막막함과 두려움, 인빈지단(人貧智短)
20만원에... ‘당근마켓 아기 거래’ 미혼모의 막막함과 두려움, 인빈지단(人貧智短)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10.19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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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울 형편 안 돼"... 20대 미혼모, 중고거래 사이트에 아기 올려
"화난다, 엄히 처벌해야” 공분 쇄도...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동정론도
"미혼모 문제 개인에만 맡겨서는 안 돼... 최소 사회안전망 마련해야"

[법률방송뉴스] 20대 미혼모가 중고물품 거래 휴대폰 앱에 태어난 지 사흘 된 자신의 아이를 20만원에 넘기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사람이 빈곤해지면 지혜가 짧아진다, ‘인빈지단’(人貧智短) 얘기해 보겠습니다.

인빈지단(人貧智短), 사람 인(人), 가난할 빈(貧), 지혜 지(智), 짧을 단(短),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짧아진다. 명심보감 ‘성심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빈곤해지면 사람의 본성을 잃고 어리석어질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명심보감은 ‘포난사음욕’(飽煖思淫慾) 배부르고 따뜻하면 음욕이 생기고,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 배고프고 추운 곳에서 도의 마음을 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송의 선승 보제가 편집한 ‘오등회원’(五燈會元)에도 '인빈지단'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인빈지단(人貧智短) 마수모장(馬瘦毛長), 사람이 빈천해지면 지혜가 짧아지고, 말이 여위면 털이 길어 보인다는 표현이 그것입니다.

말이 여위면 털이 길어 보인다는 표현은 본래 윤기 있고 싱싱해야 할 말의 털, 갈기가 푸석하게 볼품없이 길게만 보인다는 뜻으로 본 모습을 잃었음을 의미합니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가난은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빈곤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영혼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20대 미혼모가 ‘당근마켓’이라는 중고 제품 직거래 스마트폰 앱에 36주 된 아이를 20만원에 입양 보낸다는 글을 올려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아이 사진 2장과 함께 글이 올라왔는데 네티즌들의 신고로 글은 8분 만에 삭제됐지만 글과 사진은 이미 급속도로 온라인에 퍼져 나갔고 큰 논란과 공분을 자아냈습니다.

경찰이 IP를 추적해 글을 올린 사람을 잡고 보니 20대 미혼모로 밝혀졌는데 36주 됐다는 글과 달리 아이는 태어난 지 사흘 밖에 안 된 젖먹이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미혼모는 "아기 아빠는 현재 없는 상태로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돼 입양을 보내려 알아보다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 화가 나서 홧김에 해당 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 미혼모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 등에 조사하는 한편 수사와 별개로 유관 기관의 협조를 얻어 영아와 산모를 지원해줄 방안도 아울러 찾고 있습니다.

이 미혼모는 현재 공공산후조리원에서 머물고 있는데 조리원을 나가면 미혼모 보호 시설에 보내질 걸로 보입니다.

관련해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어제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홀로 아이를 키우기 막막하고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두려움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 같다“며 ”미혼모 보호와 지원 실태를 다시 점검해 제도 개선 방안까지 살피겠다“고 밝혔습니다.

맘카페 등엔 “세상이 이게 뭐냐, 화난다,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분노의 글과 함께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도 있습니다.

태어난 지 사흘 된 자신의 젖먹이를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놓으며 ‘20만원’을 적어 넣은 이 미혼모에게 20만원은 어떤 의미의 돈이었을까요.

그렇지만 당장의 어려움이, 어떤 말로도 이 미혼모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막막함과 두려움”을 미혼모 혼자, 미혼모들 각자가 알아서 감당하라 맡겨 두는 것도 또한 아닌 것 같습니다.

빈곤해도 어리석어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배고프고 추운 곳에서 도의 마음을 내는 것도 다 좋은데, 좋은 말은 좋은 말이고, 우선 먹고는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뭔가는 보장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입고 먹는 게 족해야 예절을 알게 되고, 창고가 넉넉해야 영욕을 알게 된다. 마을과 나라를 편안히 하는 것은 모두 먹고사는 데서 비롯된다”

춘추시대 제나라 명 재상 관중의 말입니다. 흔히 “밥이 곧 하늘이다”고들 하는데, 2천 6백년 전 관중의 말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지 않나 싶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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