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망 택시기사 명의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
노동부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전수조사 할 것"
"택배기사 의사에 반해 신청서 작성한 경우 강요죄 등 성립"

▲유재광 앵커= 택배노동자 과로사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이렇게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측은 책임을 인정하나요, 일단 부인하고 보나요.

▲남승한 변호사(법률사무소 바로)= 회사는 책임을 일단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한진택배 고 김동휘씨 사망의 경우도 지병이 있었다, 업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숨지긴 했어도 과로사는 아니다' 이런 주장인가 보네요.

▲남승한 변호사= 네. 한진택배 측 입장은 "사망하신 김동휘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 이렇게 해명했는데요. 김씨 유족은 "지병을 앓기는커녕 복용하는 약도 하나 없었다. 형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간 기록이 있다고 하면 조금이나마 인정할 여지도 있을 텐데 지병이라든가 적은 택배물량 이런 얘기를 하니까 정말 분노하게 됐다"는 것이 사망한 분 동생의 말입니다.

한진택배는 택배기사 1명이 담당하는 배송구역이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넓다고 합니다. 그래서 같은 물량이라도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이 택배 문제 해결 대책위의 설명이고요. 대책위에 의하면 올해 사망한 택배업계 종사자는 총 10명이고, 지금 대책위 공동대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회사 해명에 따르더라도 어쨌든 지병이 있는 것을 알고 일을 시킨 것인데, 이게 과로사는 아닌 건가요.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과로사에 해당합니다. 지병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로사가 될 수는 있습니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 산재로 인한 사망사건을 다룰 때 지병이 있었다고 해서 무조건 산업재해로 인정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병이 있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이 안 될 가능성도 물론 있기는 합니다만 지금 같이 지병이 있었으니 산재사가 아니다, 이렇게 할 일은 아니고요. 

지병이 있었는지 여부 등도 나중에 더 따져봐야 할 일이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산재적용 제외가 돼 있다는 점 때문에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산재적용 제외, 정부가 긴급점검에 나선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늘 고용노동위기대응TF회의에서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터미널 40개, 대리점 400개를 대상으로 해서 과로 등 건강장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조치 긴급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천여명 택배기사에 대한 면담조사도 병행할 계획인데요.

원청인 택배사 그리고 대리점이 택배기사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관련 법률에 따라서 이행했는지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겠다, 그리고 위반사항이 나오면 의법 조치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숨진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신청서 대필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앵커= 산재보험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원래 택배기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이라고 합니다. 흔히 '특고'라고 하는데요. 이들 특고 직종들도 원래는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신청할 경우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회사와 노동자가 반씩 부담하는 보험료 인상 등을 꺼려해 택배기사가 자발적으로 신청해서 본인은 산재보험 적용받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 측에서 대외적인 이미지 문제나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 등의 문제 때문에 아예 업체가 노동자들에 압력을 넣어서 산재적용 대상 제외신청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비율은 20% 수준에 불과하고요. 지금 CJ대한통운 직원이었던 고 김원종 택배기사의 경우에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신청서의 필적이 본인의 것이 아니라서 대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사망한 사람이 어떻게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한다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게 사망한 무렵에 한 것이 아니라 택배기사로 ‘입직‘한다고 하는데요. 채용이 돼서 취직이 되는 단계, 그 단계에서 미리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미리 써라' 이렇게 얘기를 한다고 하고요, 회사 측에서. 아예 회사에서 대필로 신청한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앵커= 여기서 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 말을 잠시 들어보고 넘어 가겠습니다.

[송현석 공동소장 / 민생경제연구소]

“입직을 하면 회사에 들어가면 그것(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쓰게끔 하는 거예요, 지금. 그런데 그것을 상당 숫자는 제가 지금 택배기사로 취직을 했다, 그러면 이미 지점에 있는 지점장이나 이런 사람들이 대신 쓴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죠. 상당 숫자가 입직할 때 그것을...”

▲앵커=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데요. 다치고 부상에 그친 경우야 회사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산재 보험료 인상이나 요양 후 재취업 등을 감안해서 노동자가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를 쓸 수도 있다 한다고 하더라도, 죽었는데도 ‘나는 산재적용을 안 받겠다’는 것을 썼다는 것을 노동부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건 어떻게 봐야 하나요.

▲남승한 변호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받아들여졌다는 겁니다.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 해결단체들의 주장에 의하면 신청서가 접수되면 노동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측 확인만 거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되고 있다는 것이고요. 회사 측은 ‘노동자와 사전에 합의했다’고 얘길하고 ‘그래서 미리 작성한 것이다’ 이러면 뭐 특별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부상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사망의 경우도 그래서 그냥 넘어왔다는 것입니다.

▲앵커= 네, 관련해서 송현석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 말 다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송현석 공동소장 / 민생경제연구소]

“보고를 회사에게만 받는 거예요. 사측한테만. 사측에서는 했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죠. 지금 산재보험적용 제외 신청도 처음에 사측에서 얘기할 때는 ‘그것은 김원종씨가 직접 한 것이다’ 한 것이죠.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아닌 것이죠. 그것도 이렇게 관련 노동자가 돌아가시고 그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니까 여론화되니까 이런 것도 드러난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면...”

▲앵커= 노동부는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이재갑 장관은 지난 16일 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의 공동조사단이 대필의혹 대리점에 대한 조사를 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위법한 상황이 확인되면 해당 사업장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취소하고 보험료를 소급징수 해야겠죠. 소급징수하고 필요한 경우 형사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또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전수조사해서 대필의혹 등이 있거나 위법사항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겠다는 것이고요. 특히 적용 제외 비율 신청이 높은 대리점이 있는데요. 그런 대리점에 대해서는 신청과정에서 사업주가 강요한 것은 아닌지 등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이렇게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 작성을 사실상 강권하거나 대필까지 하는 거, 이거 법적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산재보험적용 제외 대상 신청을 강요하면 강요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대필한 경우에는 사문서위조하고 동행사가 되는데요. 강요죄는 과연 그게 이제 강요에 이를 정도인가 아닌가를 판단할 것이고요. 회사로서는 그냥 그렇게 권유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반론할 것이고, 근로자로서는 사실상 거절하기가 어려웠다라고 보여 진다면 강요가 인정될 소지가 있고요.

사문서 위조의 경우에는 회사는 합의가 됐기 때문에 써 내라 라고 얘기해서 대필한 것이기 그렇다고 사문서 위조가 아니지 않냐 이렇게 얘기할 것 같습니다. 노동자가 써서 내라고 했다면 사문서가 위조는 아닌데요. 그런 것인지 아니면 써서 내라고 한 것이 강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등을 다 따져봐야될 일입니다.

▲앵커= 택배기사 과로사나 산재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논란 개인적으론 어떻게 보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사실은 택배기사가 택배만 배달한다면 과로문제는 훨씬 줄어들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 얘기에 의하면 새벽5시에 퇴근했다가 거의 잠도 못자고 다시 나가서 물건 분류하는 작업, 소위 ‘까대기’ 작업을 해야된다는 것인데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라는 취지의 한탄하는 문자를 보내고 그 뒤에 이런 일이 생긴거거든요.

일단은 아무리 특수고용직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소위 '까대기'에 해당한다면 물건 분류작업 부분을 택배노동자 업무에서 제외하거나 아니면 그에 대해서 따로 수당을 책정하거나 하는 등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전에도 얘기 했지만 택배차량이 어디 서있거나 그러면 불법주정차라고 화가 나고 이랬 적도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단 생각도 들고 그랬습니다.

▲앵커= 아무튼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꼭 필요해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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