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한미 양국 희생 기억할 것"... BTS 발언에 중국 네티즌 십자포화
"중국 지나친 민족주의 정치적 지뢰... 맹목적 애국주의 역풍 초래할 수도"

[법률방송뉴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개 사나운 것과 술 시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구맹주산’(狗猛酒酸)입니다.

구맹주산 개 구(狗)에 사나울 맹(猛), 술 주(酒), 실 산(酸)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신다’는 뜻입니다. 중국 고서 ‘한비자’의 ‘외저설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주막집을 하며 술을 만들어 파는 장씨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비자에는 “되를 속이지 않았다”고 돼 있는데 술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고 술 빚는 솜씨도 훌륭해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손님들에겐 친절하게 정성을 다했습니다.

또한 멀리서도 주막이 있다는 것을 잘 알아볼 수 있게 깃발까지 높이 세워놓았습니다.

그럼에도 주막을 찾는 이는 드물었고 술은 팔리지 않아 독채로 시어버리기가 일쑤였습니다.

이에 주막집 장씨는 마을에서 현명하기로 이름난 양천이라는 노인을 찾아가 “왜 제 주막은 장사가 안 돼 매번 술이 시어버릴까요” 묻습니다.

이에 양천은 “자네 주막에 개가 있는가” 묻습니다. 장씨는 “있다”고 답합니다.

양천은 다시 “자네 주막을 지키는 개가 사납지 않은가” 묻습니다.

장씨는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의아해 하며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고 되묻습니다.

양천은 이에 “사람들이 두려워 피하기 때문이지” 라고 말합니다.

“주막을 지키는 개가 사납게 짖어대면 손님들이 들어가겠나.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주막집 개가 덤벼들어 아이를 물었다면 그 주막집에 다시 가겠나. 그래서 술이 안 팔리고 맛은 시큼해지고 결국 시어버린다”는 게 양천의 말입니다.

전국시대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가 한가하게 주막집 술장사를 걱정해 ‘구맹주산’을 언급한 건 물론 아닙니다.

송나라 어느 주막집 옛 이야기를 언급한 한비자는 “나라에도 사나운 개가 있다”고 본론을 꺼냅니다.

조정에 사나운 개 같은 간신배들이 버티고 앉아 짖어대며 어질고 현명한 신하들을 물어뜯으면 정사가 제대로 펼쳐질 수도,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결국은 술이 시고 주막이 망하듯 나라도 패망한다는 것이 한비자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구맹주산. 한자는 다르지만 ‘주산’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또 다른 4자성어가 있습니다.

지을 주(做)에 비방할 산(訕) 자를 쓰는 ‘흥와주산’(興訛做訕)이라는 사자성어입니다. 앞선 두 자는 일어날 흥(興)에 거짓말 와(訛) 자를 씁니다.

흥와주산, 있는 말 없는 말로 함부로 남을 비방하고 물어뜯는 것을 말합니다.

BTS의 한미 우호증진에 기여한 단체나 사람에게 수수하는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연일 시끌시끌합니다.

지난 7일 밴플리트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BTS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영어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양국이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는 수상소감이 발단이 됐습니다.

BTS의 수상 소감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이 ‘양국의 고난과 희생’ 이라는 표현에 “한국전쟁에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했다”,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며 발끈하고 나선 겁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엔 “중국의 존엄을 모독했다”는 등의 극단적인 비판과 성토가 쏟아졌고, BTS 팬클럽인 ‘아미’ 탈퇴는 물론 관련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였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은 BTS의 수상소감을 전하며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했다”는 식으로 어떻게 보면 부채질을 했습니다.

이에 사드 사태 때 겪은 트라우마와 학습효과 때문인지 삼성과 현대차 등은 BTS 중국 현지광고를 내리고 관련 상품을 치우는 등 발 빠르게 BTS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우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일 걸로 짐작됩니다.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 자오리젠 대변인의 말입니다.

이에 환구시보는 관련 보도를 삭제했고, 우리 외교부도 “한중 관계 발전 및 양국 간 우호 증진을 위해 앞으로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과 비난을 완전히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양국 외교부까지 논평을 할 정도로 큰 사안인데 왜 정작 당사자들은 가만 있냐”며 “BTS가 직접 사과하라”고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서방언론들은 “악의 없는 BTS 발언을 중국 네티즌들이 공격하고 있다”며 “중국의 민족주의가 국외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를 “중국 내 기업이 마주할 정치적 지뢰”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의 이런 민족주의적 집단반발은 우리나라 사례만 놓고 봐도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8월에는 가수 이효리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중국식 캐릭터 이름을 짓던 중 “마오 어떤 것 같냐”는 말을 했다가 마오저뚱 전 국가 주석 모독 논란과 함께 곤욕을 치렀습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는 대만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알려지며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대만 독립을 지지한다는 비판과 함께 말 그대로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습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버린다. 구맹주산. 개든 사람이든 사나우면 무서워서든 더러워서든 피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합니다.

“애국 하겠다”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애국주의’가 맹목과 극단으로 흐를 경우엔 반발과 고립, ‘나중에 두고 보자’는 뒤끝으로 이어져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으니 적당하게 멈추는 게 어떤가 합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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