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비자면제 프로그램 체결... 90일 미만 단기체류는 비자 없이 가능
유승준, 단기체류 위해 무비자로 입국하다 인천공항에서 입국금지 당해
법무부 ‘입국금지 명단’ 올라있는 한 비자 여부와 상관없이 입국 제한돼

▲유재광 앵커= 유승준 비자소송 팩트체크 더 해보겠습니다. ‘LAW 인사이드’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대법원 유승준 승소 판결이 LA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와 관련한 ‘절차상 하자’만 지적한 건 아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법원 판결은 절차상 하자를 들어 처분을 다시 하라는 것일 뿐 유승준에 비자를 내주라는 판결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사실과 좀 다릅니다. 일단 대법원이 LA총영사관이 비자발급에 대한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에 따라 비자발급을 거부한 건 위법하다고 판시한 건 맞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도 비자발급에 대한민국 출입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재외동포법 취지 등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판결문에서 명시적으로 지적했는데요. 절차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두루 살펴야한다는 취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이 판결 당시 낸 보도자료를 보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에도 38세 전까지만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당시 유승준이 44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비자를 내주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설명입니다.

▲앵커= 많은 사람들이 또 오해하거나 잘못 비판하고 있는 게 그렇게 대한민국 들어오고 싶으면 관광비자로 들어와라, 왜 굳이 취업활동이 가능한 재외동포비자로 들어오려고 하냐, 와서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그건 안 된다, 이런 비판인데 이것도 사실과 좀 다른가요. 

▲기자= 네. 일단 우리나라에 입국하려는 미국인에게 단기 관광비자 같은 건 아예 있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어 별도의 비자 없이 온라인에서 미국 국무부가 주관하는 ‘이스타(ESTA)’ 승인만 받으면 미국 입국 및 90일 이내 체류가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상호주의와 국가의 이익을 고려해 우리나라도 미국을 무비자입국 허가대상 국가로 지정해 두고 있는데요. 따라서 미국인이 90일 이내 단기체류를 위해 한국에 들어오려면 비자 같은 건 받을 필요도 없고, 그런 단기체류 비자도 없습니다. 

▲앵커= 그럼 유승준도 이렇게 소송 같은 법정싸움 할 일 없이 그냥 무비자 단기체류로 입국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지 않다는데 유승준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유승준은 지난 2002년 2월 미국국적을 취득하고 미국인 여권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바 있는데요. 일단 우리 출입국관리법은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엔 외국인 입국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병무청장은 병역을 면탈한 유승준에 대한 입국금지를 법무부장관에 요청했고 법무부장관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입국금지 대상이 됐습니다. 그게 2002년 2월 2일인데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으니 유승준은 18년 넘게 입국금지 대상에 올라 있는 셈인 겁니다. 유승준이 지난 2015년 만 38세가 넘자 재외동포법 관련 규정에 따라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한 것도 이런 이유와 배경 때문입니다. 

▲앵커= 얘기를 듣고 보니 유승준이 소송에서 또 이기고 재외동포비자를 받아낸다 해도 우리나라에 입국할 수 없는 건 그럼 마찬가지 아닌가요. 

▲기자=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유승준이 이 법무부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상 ‘입국금지 명단’에 올라 있는 이상 우리 출입국 당국은 유승준의 비자발급 여부와 상관없이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 등을 들어 언제든 유승준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 우리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아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어도 5년이 지나면 입국할 수 있는 점, 재외동포에 대해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는 법령에 근거가 없는 한 신중해야 한다는 점 등을 판결문에 적시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출입국 당국이 유승준에게만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사실상 무기한 입국금지를 하고 있는 점은 비례성 원칙, 즉 형평성에 비춰보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지적입니다. 

▲앵커= 이게 유승준에게만 그런 건가요, 모든 국적 포기 병역회피자에게 다 유승준처럼 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유승준에게만 유독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병무청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의무를 면탈한 사람은 약 2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한 해 평균 4천명 정도가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면탈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입국금지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고 있는데요. 국적 포기 병역회피자들도 무비자 단기체류는 가능합니다. 

나아가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나이가 지나면 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할 수 있는 게 통상적인 경우입니다. 어떻게 보면 유승준에 대해서만 이른바 ‘국민정서법’을 적용해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을 수 있는데요. 유승준 입장에서는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국민 여론에 달린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감정이 풀리지 않는 한, 여론이 돌아서지 않는 한 정부로서도 유승준의 입국 제한을 풀어줘 괜히 비판과 성토를 자초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에선 다시 법원 판단을 받아보는 것 말고 유승준이 달리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어쨌든 또 소송을 냈으니 최소한 향후 몇 년 간은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 들어오긴 어렵게 됐네요, 지금으로선.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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