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과 일본의 ‘일수차천'(一手遮天)... 손으로 하늘 가리기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과 일본의 ‘일수차천'(一手遮天)... 손으로 하늘 가리기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10.12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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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독일에 소녀상 철거 집요하게 요구... "동상 방치하면 ‘성노예’ 역사날조 퍼져"
현지 시민단체, 베를린 법원에 철거명령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반일 아닌 평화공존 문제"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이번 주부터 선인들의 지혜와 성찰이 스며 담겨있는 사자성어를 통해 국내외 뉴스를 들여다보는 ‘뉴스 사자성어’ 코너를 시작합니다. 많은 시청 바라겠습니다.

첫 사자성어는 흔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죠, ‘일수차천’(一手遮天)입니다.

한 일(一)에 손 수(手), 가릴 차(遮), 하늘 천(天) 자, 일수차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입니다.

일수차천은 당나라 때 시인 이업이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이사열전‘(李斯列傳)을 읽고 지은 '독이사전'(讀李斯傳)'이라는 시(詩)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전국시대 초나라 출신인 이사는 진나라 조정에 출사해 황태자였던 영정을 섬겨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를 건국했고, 그가 섬겼던 태자 영정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황제, 진시황제가 됩니다.

이 과정에 그는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던 한비자를 모함해 독살했지만, 그 자신도 진시황 사후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했던 ‘지록위마’ 고사의 주인공 조고와의 권력다툼에 패해 삼족이 멸문을 당합니다. 시황제가 순행 도중 사망하자 이사는 진나라를 좌지우지하기 위해 조고와 함께 황제의 유언을 위조, 장자가 아닌 호해를 2세 황제로 즉위시키고 태자 부소를 자결시키지만, 결국 부메랑이 돼 삼족 멸문의 화를 당한 겁니다.

이에 사마천은 사기 이사열전에서 “이르되, 이사가 눈을 막고 귀를 가려 군주를 속여 스스로 형화를 입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당 시인 이업은 ‘독이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欺暗常不然(기암상불연, 모르는 것을 속이려 해도 그렇게 잘 안 되는데)/ 欺明當自戮(기명당자륙, 다 아는 일을 속이려 했으니 죽음을 자초함이 당연하다)/ 難將一人手 掩得天下目 (난장일인수 엄득천하목, 한 사람의 손으로 천하의 눈을 가리기는 어렵다).

이 시에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일수차천’ 사자성어가 유래한 것인데, 이렇듯 한 손으론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진실은 가려질 수도, 가려지지도 않습니다.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미테구 당국이 철거명령을 내린 데 대해 현지 시민단체가 12일(현지시간) 베를린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베를린 미테구에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자 여러 경로를 통해 집요하게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고, 미테구는 결국 지난 7일 소녀상 비문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4일까지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철거 이유로 든 알리지 않았다는 소녀상 비문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들을 강제로 성노예로 삼았다”는 역사적 사실과 “이런 전쟁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연대와 지지입니다.

이와 관련 일본 우익 매체 산케이 신문은 지난 11일 “스가 정권은 전임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반일행위와 국제법 위반을 바로잡아 간다”고 자찬하며 “한국의 수법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안 통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동상을 방치하면 위안부가 강제 연행된 ‘성노예’라는 역사 날조가 퍼질 수 있다”며 “악질 반일행위의 싹은 확실히 잘라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직접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철거를 요구하는 등 소녀상 철거에 끈질기게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수차천, 한 사람의 손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습니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부인해도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라는 역사적 사실과 진실이 가려지거나 부인될 수는 없습니다.

不見三尺墳 雲陽草空綠(불견삼척분 운양초공록), 석 자밖에 안 되는 무덤과 운양의 풀이 부질없이 푸름을 보지 못했는가.

이업의 ‘독이사전’ 시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습니다. 여기서 ‘운양’은 진나라의 감옥과 형장이 있던 곳으로, 한비자도 이사도 모두 이곳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냉혹하게 정적을 제거하고 천자의 유언까지 위조해 천하를 속이려 했지만 결국 삼족이 멸문을 당하고 죽은 자리에 풀만 남은 이사의 허망함과 부질없음.

일수차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성노예를 부정하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부질없는 짓을 그만둘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다행인 것은 소녀상 철거 반대 현지 청원사이트에 “소녀상은 반일운동이 아닌 평화공존의 문제”라며 수천 명의 독일과 오스트리아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하는데, 철거명령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독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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