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cc부터 1800cc까지... 불합리한 규제엔 쓴소리 "의무만 부과, 권리는 없어"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지난주와 이번 주 오토바이는 도로 바깥 차로로만 달리게 돼 있는 지정차로제 문제 보도해드렸는데요.

철저히 잘 지키면 지킬수록 도로에서 위험해지는 비합리적인 규제, 그런데 오토바이에 대한 이런 불합리한 규제는 비단 지정차로에만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의무에 부합하는 권리",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성악가죠. '오토바이 타는 성악가' 김동규 전 상명대 교수의 말인데요.

'10월의 어느 날'에 김동규 전 교수를 만나 오토바이와 인생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법률방송 취재진을 만난 김동규 전 교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대표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피아노로 들려주며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피아노 연주)

김동규 전 교수는 음악계에서 자타가 알아주는 오토바이 애호가입니다.

'검은 연미복'을 입은 중저음의 바리톤 성악가와 '가죽 재킷'으로 상징되는 오토바이, 왠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김 전 교수도 처음부터 오토바이 애호가는 아니었고, 입문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바쁜 스케줄 때문이었습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2000년인가 그래요. 세종문화회관에서 7시 반 공연이 있었고 8시 서초동 예술의 전당 공연이 있었어요. 한 시간 반 정도 잡아야 해요, 빨리 와도. 안 움직이니까 차가 퇴근 시간에. 그래서 결국은 시간이 안 돼서 생각해낸 게 바이크에요."

그리고 공연 전 '드레스 리허설'을 하듯 공연 4일 전부터 '오토바이 리허설'을 했다고 합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너무 재밌었던 게 뭐냐 하면 보통 공연을 하면 음악 리허설하는 데 저는 바이크 리허설을 했어요, 4일 전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초동 예술의 전당까지 몇 분 걸리는지 딱 17분 걸려요, 막혔는데도. 신호위반 안 하고..."

시작은 바쁜 스케줄 때문이었지만 김동규 전 교수는 그렇게 오토바이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상상을 못 했을 거예요. 예술 하는 사람들이 무대에 서는 사람이 글쎄 바이크를 타고 연미복을 입는다, 그것을 저는 했어요. 제 인생은 늘 상상 속의 상상력이 결국 현실로 만들어졌을 때 가장 짜릿한 것을 느꼈거든요. 그때 굉장히 짜릿한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

그렇게 20년, 지금은 배기량별로 여러 대의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틈날 때마다 타는 자타공인 오토바이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50cc, 125cc, 800cc, 1600cc, 1800cc, 이렇게 cc별로 있죠. 다 용도가 다르니까요. 50cc는 동네 왔다 갔다 할 때 125cc는 그래도 강북이라도 잠깐 갈 때 800cc는 다른 용도로 산 같은 데 가니까. 1000cc가 넘는 것은 '크루즈'라고 해서 장기로 타는 그런 용도죠."

이동의 편리함 같은 실용적인 면 외에도 김동규 전 교수가 꼽는 오토바이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다른 많은 오토바이 애호가들처럼 '자유'라는 두 글자입니다.

뭔가가 떠오르는 듯 몽환적인 표정으로 오토바이가 주는 자유로움은 해 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바이크를 제가 얘기할 때 두 가지로 얘기해요. 교통수단의 바이크가 있고 운전하면서 느낄 수 있는 바람을 맞으면서 느끼는 자유, 이런 것은 바이크만의 내 몸을 바깥에 내놓은 상태에서 그만큼 바이크가 주는 자유로움은 그것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도 '잘못된 선입관'이라고 단호하게 일축합니다.

'오토바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위험한 것이라는 게 김 전 교수의 오토바이 지론입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바이크를 너무 위험하게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위험하게 타는 사람이 문제에요. '바이크를 누가 제일 잘 타냐'고 누가 물어요. 제가 얘기합니다. 사고 안 나게 타는 사람이 제일 잘 타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김 전 교수는 안전을 도외시하며 다른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라이더들에 대해선 오토바이를 타는 같은 입장이지만 아주 질색하며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제일 꼴 보기 싫은 게 자기 헬멧 쓰고 뒤에 여자친구 헬멧 안 쓰고 가는 사람들이 제일 꼴 보기 싫어요, 그게 제일 싫고. 소리를 크게 '당당당당' 해서 가는 차들도 있고 그것도 사실 안 좋지 않나요. 그것도 사실은 굉장히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건데..."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폭주족'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대한민국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폭주족'이라고 하나, 저도 봤어요. 신사동이니까 바로 이 밑에서 해요. 그것은 아예 망을 쳐놓고 막아야 해요. 왜 시내에서 사람들 조용히 운전하고 있는데 경찰 아저씨들이 고생하더라고요. 잡지도 못해, 골목으로 막 도망가니까..."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라이더들에 대해 날을 세운 김 전 교수는 오토바이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먼저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도로 진입제한에 대해선 왜 유독 우리나라만 오토바이를 못 들어가게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성토합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서양에서는 늘 유럽 전 고속도로를 다 다니면서 노래하는 게 일이었기 때문에 늘 고속도로를 타요, 거의 매일. 동남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고. 우리나라만 고속도로에 바이크가 못 들어가요. 그게 되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지금 미국 가시면 아시겠지만 미국도 가면 다 바이크가..."

올림픽대로 같은 곳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면 당장 시내 도로 교통흐름도 좋아지고 안전사고도 많이 줄 거라는 게 김 전 교수의 말입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그것만이라도 일시적으로 열어서 테스트를 해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교통이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실험적인 노력조차도 안 하고 있잖아요. 저는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한 달만 해보고 한쪽 차선만.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바이크는 위험해' 그러면..."

오토바이 운전자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를 이행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게 '상식' 아니냐는 겁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자유도 줘야 해요. 아니, 멀쩡하게 세금 다 걷어가면서 바이크도 세금 다 내요. 보험료 다 내요. 고속도로는 왜 못 들어가게 해요. 도로교통에 관한 세금, 자동차세, 다 내면서 보험료 다 내면서 똑같은 세금으로 만든 고속도로는 우리가 못 들어간다, 돈 안 내는 것도 아닌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왜 의무만 얘기하고 권리는..."

그나마 시내도로에서도 오토바이는 바깥 차로로만 주행하도록 한 지정차로제에 대해서도 이런 탁상행정이 없다고 쓴 소리를 합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버스도 사실은 맨 끝 차선으로 가잖아요. 그러면 버스가 설 때 바이크가 서느냐, 안 서요. 설 수가 없죠. 물론 법적으로 서야 한다고 쳐도 사람들이 바쁜데, 누가 100대 중에 한 대도 안 설 거예요. 대부분 다 안쪽으로 들어와서 추월해서 가요. 이것은 아니죠. (안쪽 차로엔) 못 들어온다, 이런 법을 만드는 게 어리석은 거예요."

안쪽 차로에 비해 바깥 차로가 급정거 등 위험요소가 더 많은데 맨몸으로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화물차나 대형차와 같이 바깥 차로로 가게 한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대부분의 택시들은 가다가 손님 있으면 팍 서요. 그러면 뒤에서 따라가던 바이크는요, 어떻겠어요. 멀쩡히 가다가 팍 서면 위험해요. 저도 대부분 그렇게 해서 사고가 많이 날 뻔 했어요. 우리나라 교통체계 가장 문제점은 안전, 안전, 이렇게 얘기해놓고 사실 안전에 대한 어떠한 장치도 미비한 게 너무 많아요. 나라정책이 절름발이가 되면 안 돼요."  

'길가에 돌멩이 차지 말라'는 법처럼 쓸데없는 규제라고 냉소하며 지킬수록 오토바이 운전자만 위험해지고 지키기도 어려운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는 손봐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입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추월을 해야 해요. 어차피. 안 추월하고 타는 사람, 아시겠지만 그렇게 탈 수가 없게 돼 있어요. 자기는 앞에 비어있는데 어떻게 안 가. 그렇다고 앞에 버스가 섰다고 멈추나요. 길 가다가 돌을 발로 차지 말라는 얘기와 똑같아요. 그런 법을 만들어서 아예 그냥 레일을 만들어 놓지, 기차같이..."

거칠고 날선 얘기는 그쯤하고 다시 오토바이 얘기로 돌아갔습니다.

김 전 교수는 두 바퀴로 가는 오토바이는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고 말합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인생처럼 오토바이도 서면 넘어지고, 그래서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쓰러지지 않는다는 게 김동규 전 교수의 말입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서면 넘어져요. 가면 안 넘어져요. 그래서 계속 가야 해요. 계속 움직여야 하는 그런 매력이 있어요. 중심을 머리만 살짝 왼쪽으로 하면 왼쪽으로 가고, 머리만 살짝 무게중심 옮기면 바이크가 삭 가요. 그런 것을 느낄 때 내 몸과 기계가 일체가 되는 느낌, 그렇기 때문에..."

'10월의 어느 날'에 만난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김동규 전 교수.

인터뷰를 시작할 때처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려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김동규 / 성악가·전 상명대 교수]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자, 이제 제 영상이 나갑니다."

[2019년 10월 8일 예술의 전당 공연영상]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성악가 김동규 전 상명대 교수가 지난 5일 자택에서 법률방송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엽 기자 dongyeop-kim@lawtv.kr
성악가 김동규 전 상명대 교수가 지난 5일 자택에서 법률방송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동엽 기자 dongyeop-kim@lawtv.kr

 

[성악가 김동규 프로필] √이태리 베르디 국립음악원 수석입학  √베르디 국제 성악콩쿠르 1위  √한국인 최초 이태리 라스칼라 오페라하우스 데뷔  √유럽 각지 오페라 <오텔로>, <사랑의 묘약>, <일 트로바토레>,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다수 주역  √세계 최고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  √제24회 한국방송대상 개인부문 성악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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