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폭로내용 일부 사실과 달라"... 탄원인들 "주요내용은 사실 부합, 폭로는 공익적 목적"

[법률방송뉴스]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셀레브의 전 직원 A씨가 대표의 ‘직장 갑질’을 폭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1심 판결문을 입수해 판결 사유를 자세히 뜯어보는 한편, 2심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해드립니다. 계속해서 신새아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결국 나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에 실려갔고 공황장애를 진단 받았다.”

회사 대표의 갑질로 인한 심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A씨의 페이스북 글 내용의 일부입니다.

지난 2018년 4월 회사 대표의 갑질 폭로, 이어진 민·형사상 고소와 소송, 2년간 지속된 명예훼손 1심 재판 패소.

그동안 벌어진 일들로 공황장애에 더해 우울증까지 얻는 등 극도로 심신이 피폐해져 있다는 것이 A씨를 돕고 있는 ‘셰도우 핀즈‘ 관계자가 전한 A씨의 근황입니다.

[테오즈 / 셰도우 핀즈 활동가]

“사실은 저희가 겉으로 봤을 때는 되게 의연하게 굉장히 강하게 대처하고 계신다 생각했는데, 사실은 심리적으로도 많이 어려우시고 또 가해자 측이 이제 처음에만 투자자 의식해서 굉장히 반성의 제스처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 굉장히 끈질기게 자기가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뭔가 법률적으로 압박해오는...”

A씨가 우울증까지 얻게 만든 결과를 제공한 1심 명예훼손 유죄 2쪽짜리 판결문입니다.

A씨의 여러 폭로 중에 법원이 허위사실 적시라고 판단한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A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속칭 파도타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벌주를 마시게 하는 등 다소 강제적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음은 일단 인정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회사 직원들의 “술자리에서 음주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진술을 근거로 ‘모두 소주 3병’ 표현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A씨가 자신이 지병이 있고 소주 3병 정도까지 마신 적이 있었다고 하여 위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다른 직원들의 진술 내용에 비추어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는 피고인의 글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개인적으로 3병 넘게 마셨을 진 몰라도 ‘모두’ 3병 넘게 마신 건 아니니 허위의 사실 적시라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는 강압적 분위기에서 술을 마셔야 했다는 점을 지적한 폭로 취지를 간과한 판단이라는 게 항소심 변론을 맡은 양태정 변호사의 말입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이건 사실 이걸 하면서 본인이 금전적으로 뭘 얻으려고 한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기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 권익을 위해서 한 건데...”

허위사실로 판단된 또 다른 하나는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들 초이스해 옆에 앉아야 했다”는 표현입니다.

1심은 이에 대해 "직원들과 가라오케 주점을 찾아가 도우미를 동석하게 한 적은 있으나 속칭 ‘룸살롱’에 데리고 가 여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유흥접객원을 선택하여 동석하도록 한 사실은 없다“며 해당 표현을 허위사실로 판단했습니다.

해당 글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을 옮긴 표현인데, 이와 관련 재판부는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하도록 하는 것은 경험칙상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이를 그대로 적시한 점 등에 비추어 미필적으로나마 허위일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것이 1심 판시입니다.

그런 일이 없었을 수도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글을 올렸으니 허위사실을 전파한다는 고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중요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면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허위사실 적시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난다는 것이 양태정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이게 과연 처벌이 되냐 안 되냐를 놓고만 봤을 때 (대법원은) 전체적으로 사실이고 이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할 수 없다고 얘길 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좀 다르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이라든가 중요한 부분이 사실과 맞다고 한다면 작은 부분이 좀 다르다고 해서 ‘이건 무조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할 수 없다...”

양태정 변호사는 지난달 18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이런 점들을 집중 부각하며 해당 글은 비방 목적이 아닌 직장 갑질 폭로라는 공익적 목적이었음을 아울러 집중 강조했습니다.

공익 목적인만큼 법리상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돼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저희가 볼 때는 충분히 중요한 사실은 사실로 판단이 됐고, 그것은 1심 판결에서도 일부분 당연히 인정된 부분이 있거든요. 그리고 공익성도 같이 주장을 해서 처벌될 수 없다,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A씨의 무죄를 탄원하는 280장 넘는 탄원서를 모아 재판부에 제출한 것도 A씨의 글이 공익적 목적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일환입니다.

이와 관련 양태정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자평합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탄원서가 많이 제출이 돼서 재판부에서도 많이 놀라시면서 ‘이게 어떤 이유냐’라고 해서 이런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이것(갑질 폭로)으로 굉장히 긍정적 영향, 스타트업계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고...”

글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 자체에 대해선 검사와 변호인 모두 다툼이 없어 항소심 재판은 지난달 18일 열린 첫 재판으로 종결하고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만 받기로 결정됐습니다.

1심을 깨고 명예훼손 무죄가 선고될 것이냐, 1심 판결 결과가 유지될 것이냐, 항소심 선고공판은 오는 23일 내려집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A씨 항소심 변호인]

“스타트업 노동자들에게서 '당신의 용기 있는 그 말 때문에 우리들 여건이 좋아졌다, 고맙다'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 판결이 좀 앞으로의 계속 있을 스타트업뿐 아닌 다른 노동 분야에서의 노동자, 더 나아가서는 다른 공익신고자나 내부고발자분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항소심 재판부가 좀 다른 판결을 해주기를..."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법률방송
양태정 굿로이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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