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차로가 훨씬 더 위험, 법의 보호 못 받아... 비합리적 규제 바꿔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지난주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범칙금 2만원 부과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한다는 소식을 단독으로 전해드렸습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는 오토바이는 도로에서 '오른쪽 차로'로만 주행하도록 돼있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말하는데요.

모든 법 규정이나 규제는 당연히 강제력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제약과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규제가 합리적이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아닌가 합니다.

합리적 규제라면 당연히 지키고 따라야 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명백히 비합리적 규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6일) 'LAW 투데이'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얘기 지난주에 이어서 더 해보겠습니다. 먼저 장한지 기자의 리포트부터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오토바이 한 대가 편도 3차로 도로에서 3차로로 주행하다 저속 차량을 앞지르기 위해 2차로로 들어섭니다.

차량을 추월한 오토바이는 다시 3차로로 들어와 주행을 계속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2차로에 있던 차량이 급하게 3차로로 끼어들고, 오토바이는 그대로 자동차와 추돌합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팔과 다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를 지키며 가다 갑자기 끼어든 차량에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야말로 난데없는 날벼락을 맞은 겁니다.  

[A씨 / 서울 성동구]
"3차로로 이동을 하고 가는데 2차로에 있던 차가 건물로 바로 들어간다고 2차로에서 바로 들어간 거예요, 건물 쪽으로. 보통은 3차로에 있다가 건물로 들어가잖아요. 갑자기 들어와서 제가 제동거리가 안 나와서 그때 사고가 났었거든요."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이런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사고가 비단 A씨만의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골목길로 들어서거나 우회전을 하기 위해 맨 바깥 차선으로 갑자기 끼어들거나 급정거하는 차량과 부딪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이복신(60) / 오토바이 운전자]
"갑자기 우회전을 한다든지 갑자기 정지를 한다든지 갑자기 문을 연다든지 이렇게 했을 때는 충돌이 일어나서..."

더 큰 문제는 같은 추돌사고여도 차량 대 차량이 아닌 차량 대 오토바이 사고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입는 충격이나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김장남(60) / 오토바이 정비사]
"많이 있죠. 바이크를 무시하고 2차로나 3차로에서 바로 우회전으로 차선 변경으로 인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저희는 바이크 정비도 해드리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해서 추돌사고로 인해서 다치거나 파손돼서 들어오는 경우가 흔히 많이..."

또 다른 문제는 오토바이는 특수차나 화물차 같은 대형차량들과 함께 '오른쪽 차로' 지정차로에 묶여있다는 점입니다. 

덩치가 큰 차를 따라가다 보니 시야를 가리는 등의 문제로 돌발상황은 많은 반면, 대처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병찬(55) / 오토바이 운전자]
"화물차가 크게 가려서 앞이 잘 안 보여 사고 날 확률이 높아요. 앞에 버스가 가게 되면, 큰 차가 가리면 앞이 안 보이기 때문에..."

도로 바깥쪽 버스정류장이 나오면, 불편과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버스를 따라가야 하는 건지 안쪽 차로로 들어가야 하는 건지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김장남(60) / 오토바이 정비사]
"버스전용차로가 중앙만 있는 게 아니고 끝 차선에 있는 것도 있는데 오토바이가 맨 끝 차선으로만 주행하다 보면 부득이하게 버스전용차로를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하는데 바이크 입장에서는 지정차로로 맨 하위 차선만 타라는 게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로 인한 고충과 애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좌회전이나 유턴을 할 때도 매번 곤혹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제일 바깥 차로에서 제일 안쪽 차로로 들어서야 하는데 미리 차로를 옮기면 지정차로제를 위반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고,

[김장남(60) / 오토바이 정비사]
"하나씩 변경해야 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겠죠. 지정차로로 운행 안 하고 차선 변경하는 것으로 오해의 여지도..."

그렇다고 급하게 바깥 차로에서 안쪽 차로로 들어가면 "난폭운전 한다", "오토바이들이 그렇지 뭐" 하는 따가운 눈총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꼼짝없이 법적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복신(60) / 퇴계로바이크상가연합회장]
"차선 변경으로 사고 났을 때 거의 100%로 바이크가 다 책임을 지는 입장이죠. 시작을 잘해야 하는데 원래 단계적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갑자기 대각선으로 질러서 1차선으로 좌회전해서 갔다, 그러면 100% 오토바이가 잘못이라고 보는..."

그밖에 좌회전을 하고 나면 다시 바깥 차로로 서둘러 빠져나가야 하는 등 생계가 걸린 배달 오토바이를 포함해 오토바이는 도로 위에서 말 그대로 애물단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복신(60) / 퇴계로바이크상가연합회장]
"지정차로의 불편한 것은 보호를 못 받는다는 것이죠. 바이크가 아직까지는 법의 보호를 못 받고, 쉽게 얘기해서 그래도 서민들이 많이 주행을 하고 많이 탔는데 법에서 보호를 못 받는다는 것이 제일 안타까운..."

원활한 교통흐름이나 운전자 안전확보 등 어떤 점에 비춰 봐도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는 명백히 불합리한 규제"라는 것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주장입니다.

이런 불합리함 때문에 정작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지정차로제 위반으로 단속되기 전까지는 이런 규제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이강산 / 서울 양천구]
"그것(지정차로제)은 정말 저는 모르고 있었고 저도 차가 있지만 고속도로 다닐 때 1차선은 추월차로잖아요. 그런 것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일반도로 4차로 이런 곳에서 오토바이가 1차로로 달리면 불법이란 것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교통법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엔 '교통법규 위반 사실확인서'와 함께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를 아시냐"며 금시초문이라는 식으로 올려놓은 글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다 딱지를 끊긴 사람들은 대부분 "퇴근 후 딱지를 보자마자 혈압이 올랐다", "아직도 오토바이가 느리다는 선입견으로 추월차선은 이용하지 말라고 한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진수 /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장]
"이것은 탁상공론적인 발상이고요. 맨 구석 차선, 큰 트럭, 버스 뒤에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사고의 위험을 유발시키는 그런 법체계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개선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알면 위험을 감수하고 화물차나 버스 등과 함께 바깥차로로 주행하거나 좌회전이라도 할라치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급하게 안쪽차로로 끼어들어야 하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모르면 편한 주행차로로 가다 범칙금과 벌점 부과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는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교통전문가는 원활한 도로흐름과 운전자 보호, 안전운전을 위한 것이라는 도로교통법 제정 취지에 맞게 지정차로제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성렬 수석연구원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일반론적으로 가면 저속차량이 사실 지정차로제의 적용을 받아서 가장 끝 차로를 이용하게 돼 있잖아요.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고 그렇게 운영되는 게 맞기는 맞겠지만 (오토바이의 경우) 실제 현실에서는 지켜지기가 어렵고 그리고 그것을 실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

이성렬 수석연구원은 특히 배달앱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등을 언급하며 "오토바이 시내 도로 주행과 관련한 비합리적인 규제들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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