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부과 반발 정식재판 청구 "단속 불합리... 과잉금지 원칙 등 헌법 위배"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오토바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제한 등 오토바이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집중적으로 보도해 드린 바 있는데요.

오늘(29일)은 '지정차로제'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라는 게 있습니다. 도로에서 오토바이는 '오른쪽 차로'로 가야한다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그것인데요.

쉽게 말해 3차로의 경우는 가장 바깥쪽인 3차로로만 가야하고, 4차로의 경우엔 3, 4차로로만 가야한다는 규정입니다.

그런데 이 지정차로제를 어겼다는 이유로 2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범칙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에 대한 헌법소원도 낼 계획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연인지 전해드립니다. 먼저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범칙금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고 하는데 장한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법원과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 오토바이 두 대가 서울남부지법으로 나란히 들어섭니다.

한 사람은 가죽 재킷을 입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라이더 재킷 안에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습니다.

한 명은 도로교통법 위반 피고인, 다른 한 명은 그의 변호인입니다.

[김승완씨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피고인]
"저 같은 경우는 강서구에서 광진구 쪽으로 항상 출퇴근을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항상 이용하게 되는 길이 노들로를 타게 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지난 4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느 때처럼 서울 양평동 편도 4차로 노들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2차로를 달리던 대학원생 김씨는 매연을 내뿜는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1차로로 들어섰다가 교통경찰관 단속에 걸렸습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를 위반했다며 범칙금 2만원을 통보받은 겁니다.

[김승완씨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피고인]
"단속 당시에 저 같은 경우는 앞에 포터 두 대가 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시라면 아시겠지만 오래된 디젤차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을 맡고 달리기가 그렇잖아요. 그래서 이 차들을 추월을 해야겠다고 해서 1차로로 진행을 하다가 단속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차로에 따른 통행차의 기준'을 보면 고속도로 외의 도로, 즉 일반도로는 '왼쪽 차로'와 '오른쪽 차로'로 나뉩니다.

왼쪽 차로로 갈 수 있는 차는 승용차와 경형·소형·중형 승용차. 그밖에 대형승합차 화물차, 특수자동차, 건설기계는 오른쪽 차로로 주행해야 합니다. 오토바이도 오른쪽 차로로 진행해야 합니다.

홀수 차로는 1차로에 가까운 차로까지 왼쪽으로 봅니다. 3차로의 경우 1차로가 도로교통법상 왼쪽 차로가 되고, 2·3차로는 오른쪽 차로가 됩니다.

짝수 차로의 경우엔 반으로 나뉩니다. 4차로의 경우 1·2차로가 왼쪽 차로가 되고, 오른쪽 차로는 3·4 차로가 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인 김씨의 경우 편도 4차로 노들로에서 오른쪽 차로인 3차로나 4차로로 가야하는데 2차로로 달리다 1차로로 올라서면서, 지정차로제 위반으로 벌점 10점에 범칙금 2만원을 통보받은 겁니다.

[김승완씨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피고인]
"그때 제가 진술서 쓸 때는 정확한 감이 없어서 한 '200m 주행했다' 이렇게 썼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진을 보면 제가 적나라하게 1차선으로 달리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본인 말에 따르더라도 도로교통법 지정차로제 위반처럼 보이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씨는 정식으로 경찰에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김승완씨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피고인]
"사실 그렇게 따지면 처음에 제가 2만원 과태료가 날라 왔을 때 그때 2만원 냈으면 차라리 스트레스 안 받고 빨리 끝났겠죠. 그런데 누가 봐도, 제가 봐도 적어도 항상 노들길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단속 시점은 불합리하다고 생각을 해서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김씨의 이의제기에 경찰은 벌금 10만원으로 응수했고, 김씨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렇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피고인으로 지난 23일 서울남부지법(형사12단독 이진웅 판사)에서 열린 첫 재판.

검사는 "피고인은 4월 20일 11시 12분경 오토바이를 운전해 선유 보도육교 앞 편도 4차로 도로에서 가장 오른쪽 차로로 통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차로를 따라 성산대교 방면에서 양화대교 방면으로 300m 구간을 통행했다"고 건조하게 공소사실을 낭독했습니다.

이어진 변론에서 김씨의 변호를 맡은 이호영 변호사는 크게 두 가지 점을 주장했습니다.

우선 단속지점 노들로는 편도 4차로가 아닌 2차로로 봐야한다는 주장입니다.

해당 지점에서 3, 4차로는 양화대교나 경인고속도로로 빠지는 진출로이기 때문에 직진 차량들은 편도 4차로가 아닌 편도 2차로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김승완씨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피고인]
"4차로 같은 경우에는 경인 고속도로로 빠지게 되고 3차로 같은 경우에는 양화대교로 빠지게 돼서 실질적으로 저같이 한강대교까지 진행을 해야 하는 라이더 입장에서는 1, 2차로밖에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앞지르기를 할 때는 지정된 차로의 왼쪽 바로 옆 차로로 통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김씨가 달리던 차로가 실질적으로는 2차로였다는 전제하에 김씨는 앞에서 매연을 뿜고 있는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1차로로 올라선 만큼 도로교통법 지정차로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헌법소원]
"지금 이 사건 같은 경우는 라이더분께서 주행을 하는 상황에서 3차로와 4차로는 어차피 주행할 수 없는 구간이거든요. 직진을 할 수 있는 차로는 두 개밖에 없기 때문에 편도 2차로로 봐야 한다, 편도 2차로 도로에서 1차로로 추월을 하기 위해 주행한 것은 도로교통법 지정차로 위반이 아니다..."

결국 사실관계와 법리를 놓고 보면, 해당 지점을 실질적인 2차로로 볼 수 있을 것인지,

그 경우 1차로로 올라탄 것이 2차로의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서였는지, 계속 주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재판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경일 변호사 / 법무법인 L&L]
"사실관계부터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오토바이가 1차로로 쭉 갔다면 다툴 실익이 없고요. 쭉 간 게 아니라 다시 2차로로 들어왔다면, 정상적인 앞지르기 방법으로 앞질러서 진행한 것이라면 (피고인에게) 책임 묻기 힘들고 무죄이고요."

또 다른 논점은 오토바이의 경우 오른쪽 도로로만 주행하게 한 도로교통법 지정차로제 조항 자체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나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재판에서 "가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거법령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9 중 오토바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이 사건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령으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재판부에 "이 사건과는 별개로 조만간 헌법재판소에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피고인의 변론을 청취한 재판부는 "재판의 근거가 되는 법령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조사가 필요할지, 증거조사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를 지켜보고 할지 향후 절차 등 의견을 검토하겠다"며 1차 재판을 종료했습니다.

범칙금 2만원에서 시작된 사상 초유의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두 번째 재판은 11월 16일 오전 11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립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헌 소송 참가인단 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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