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돌봄노동의 재조명과 사회적 지원방안 토론회'
"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자, '필수 노동'임에도 열악한 처우 시달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공동주최로 지난달 24일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돌봄노동의 재조명과 사회적 지원방안’ 토론회. /법률방송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공동주최로 지난달 24일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돌봄노동의 재조명과 사회적 지원방안’ 토론회.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위기는 의도치 않게 사회의 숨겨진 단면을 드러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돌봄노동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계기도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돌봄노동 현장은 울리히 벡이 통찰한 ‘위험사회’의 전형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공동 주최로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 돌봄노동의 재조명과 사회적 지원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의 말이다.

▲ “돌봄노동은 ‘위험의 개인화’가 전면화 된 노동현장”

‘포스트코로나 시대 돌봄 노동자의 재조명과 사회적 과제’라는 발표문에서 석재은 교수는 “돌봄노동은 위험의 개인화가 전면화 된 노동현장”이라며 “발생하는 위험과 모순에 대한 해결이 제도적이고 사회 체계적으로 대응되지 못하고 개인 몫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위기에서 현장의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고가 새삼 재조명되기도 했지만,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들은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사회적으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석 교수의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는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이 주제 발표를 맡았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은희 서울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 송영숙 사회적협동조합강북나눔돌봄센터 이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돌봄은 모든 인간이 생애 과정에 필요한 보편적 욕구이자 서비스로 돌봄노동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과 보건의료, 사회복지에서 직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방과후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청소 노동자, 가사노동자 등이 모두 돌봄노동에 해당하고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돌봄을 제공받고 있다.

이렇게 필수불가결한 서비스임에도 “돌봄노동은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비공식 영역에서 무급으로 수행되거나, 사회서비스로 제도화되었음에도 불안정성, 저임금, 사회적 저평가 등의 문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정춘숙 의원은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에 “이 같은 돌봄노동의 취약성이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났다”며 “돌봄을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돌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어떤 돌봄이 좋은 돌봄인가 등의 고찰이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 “돌봄 노동자, 감염위험·불안정 노동·저임금 삼중고에 노출“

장기요양 노인 돌봄에 집중해 본다면 돌봄 노동자들은 ‘코로나 감염위험’과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는 ‘불안정 노동’, 여기에 ‘저임금’이라는 삼중고에 노출돼 있다. 장기요양 노인의 집에서 돌봄이 이루어지는 방문재가서비스를 예로 들면 이들 돌봄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시간제 호출 노동자 신분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이용자 측에서 돌봄 서비스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면 돌봄 노동자는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그래도 소득을 상실하게 된다.

서비스 이용자는 기관을 통해 돌봄 서비스 계약을 하지만 돌봄 노동자는 돌봄 기관에 고용된 형태가 아니라 개별적인 서비스계약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시간제 호출 노동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보호의 완벽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비스 이용자의 계약해지는 곧바로 돌봄 노동자의 해고와 강제휴업을 의미하고, 이로 인한 소득상실 위험 부담은 전면적으로 돌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실제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가 지난 4월 말 돌봄 노동자 3천 4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8%가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 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 노동으로 인한 소득상실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돌봄노동 현장이 코로나로부터 돌봄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돌봄 현장은 감염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과 달리 감염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도 없고, 방역장비 등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도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석재은 교수의 지적이다.

석재은 교수는 “돌봄 노동자가 전적으로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돌봄노동을 계속 제공하도록 요구받고 있고, 감염 위험에 대한 책임도 돌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감염 위험 감당은 개인의 몫이며 이에 대한 보호와 보상도 부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에 언급한 “돌봄노동은 위험의 개인화가 전면화 된 노동현장”인 것이다. 그나마 재가 돌봄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는 시설 돌봄 노동자도 저임금과 낮은 사회적 보호라는 측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요양보호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1순위가 재가와 시설에서 모두 낮은 임금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더구나 유급휴가나 병가 등 근로자로서 필수적인 사회적 보호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석재은 교수의 지적이다. 석재은 교수는 더불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11개월 만에 계약을 종료하는 편법 등도 만연하다고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그밖에 근무조건 및 작업환경 측면에서 시설 돌봄 노동자는 주야간 교대근무와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재가 돌봄 노동자는 거꾸로 적정 근무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등 여러 면에서 돌봄 노동자들은 불안하면서도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에 대해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장은 “돌봄은 잠시 멈춤이 가능하지 않은 필수노동”이라며 “감염병 시대에 이용자와 더불어 자신의 건강도 고려해야 하는 돌봄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고 10여년이 지나는 동안 아직 해결되 못한 많은 과제들도 고민해야 한다”며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인정과 사회적 패러다임의 전환, 이를 위한 법제도 정비를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최경숙 센터장은 거듭 강조했다.

▲ 돌봄노동의 취약성, 어떻게 정책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 석재은 교수는 “돌봄 노동의 사회적 책임과 자원 배분을 논의하는 공공 아젠다화가 필요하다”며 “돌봄 정책 결정에 돌봄 대상자 및 돌봄 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석재은 교수는 고용안정성 확보를 위한 서비스 제공정책의 혁신, 돌봄 노동자의 적정 처우 보장, 유급휴가 권리보장이 우선적으로 제도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선 서비스 제공·후 실적 비례 임금 지급, 서비스 수요자의 상황에 관계없이 대부분 1일 1회 3시간 획일적으로 제공되는 현행 돌봄 서비스 실태를 상근 월급제를 기본원칙으로 선 근로계약·후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석재은 교수는 제안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 수요자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맞춤 서비스 제공형태 확보와 핵심 필수 노동자인 돌봄 노동자에 걸맞는 적정임금 확보와 사회보장수급권 보장을 위한 혁신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캐나다 같은 경우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핵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간호나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같은 ‘필수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방안에 연방정부와 모든 주 정부가 합의한 사례가 있다고 석재은 교수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고용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교육과 훈련을 통한 발전 가능성과 승급 가능성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석재은 교수는 더불어 제안했다. 돌봄노동의 전문역량을 높이고 승급 가능성의 기회를 열어두어 일자리로서의 발전적 전망을 제공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돌봄노동 질의 균질화와 표준화가 가능해지고 이는 돌봄 일자리 발전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석재은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선 돌봄 노동자에 대한 역량강화 교육의 제도화와 돌봄 노동자의 경력과 승급, 정년 등에 대한 인력 자격관리 규정 마련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석재은 교수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은희 서울요양보호사협회장은 “건강보험공단에 진행되는 필수 교육은 평가를 위한 교육일 뿐, 실제 요양보호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아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이에 이은희 협회장은 “요양보호사들에게는 현장 돌봄을 하는 데 필요한 직무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요양보호사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관련해서 서울요양보호사협회는 지난 7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요양보호사 보호 대책, 코로나로 인한 요양보호사 일자리 중단 지원정책, 방문 요양보호사의 월급제와 생활임금 보장, 요양보호사에 대한 호칭 개선 및 이용자 교육 의무화, 국가와 지자체 운영 공공요양기관 확충 등 5개 안을 요구했다.

코로나 감염병 시대에 요양보호사의 건강과 일자리를 위해선 위 5개 항의 요구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또 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희롱 문제에 대한 대착 마련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숙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장도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지자체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가 전국적으로 확대돼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 홍남기 "돌봄 종사자 등 필수노동자들 맞춤형 지원대책 검토 중"

이런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28일 보건의료·돌봄 종사자,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등 필수 노동자들에 대한 맞춤형 정책 지원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1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필수노동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산재 위험으로부터 보호, 근로 환경 개선, 사회안전망 보강과 함께 직종별 맞춤형 정책 지원에 중점을 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추석 기간에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필수 노동자들의 노고에 대해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필수 노동자들이 합당한 처우와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조금이라도 앞당겨 나가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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