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심리불속행 뿌리는 전두환 정권 상고허가제... 헌재 결단, 국회 입법으로 풀어야“
“대법원 심리불속행 뿌리는 전두환 정권 상고허가제... 헌재 결단, 국회 입법으로 풀어야“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09.23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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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상고허가제 도입... ‘재판권 침해’ 비판 1990년 폐지
대법원 상고사건 과부하로 1994년 심리불속행 특례법 도입
“판결 사유도 기재 안하는 ‘깜깜이 재판’... 권위주의적 발상”

▲유재광 앵커= 심리불속행 제도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앞서 보도한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심리불속행 제도, 이게 언제부터 도입이 된 건가요.

▲기자=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는 지난 1994년 도입됐습니다. 상고사건이 늘어나면서 대법원 업무부담을 덜어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이유에서였는데요.

대법원이 1994년 4월 15일 상고 심리불속행 제도를 명시한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정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같은 해 7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심리불속행 제도가 시행되게 됐습니다.

▲앵커= 그 전에는 심리불속행 제도 같은 게 없었나요.

▲기자= 상고제도 연혁을 좀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공화국, 3공화국, 4공화국까지는 고법 상고부가 설치됐다가 폐지되는 등 이런저런 상고제도 변천을 겪기는 했지만 심리불속행 같은 제도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전두환 정권의 5공화국이 출범한 직후인 1981년 3월 ‘상고허가제’라는 것이 시행됩니다. 말 그대로 상고를 희망할 때, 대법원이 원심판결 기록과 상고이유서를 바탕으로 상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이게 3심제를 무력화하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1990년 9월 상고허가제가 폐지됩니다.

그렇게 되자 대법원의 상고사건 부담이 너무 커지면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1994년 9월 1일부터 심리불속행 제도가 시행되게 됩니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사실상 상고허가제를 대체하는 제도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지적은 잘 알겠는데, 다른 문제나 비판이 더 있나요.

▲기자= 재판청구권 침해 지적과 함께 어제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도마에 오른 건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5조 1항이었는데요. 해당 조항에 따르면 심리불속행 결정은 판결사유를 적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 심리불속행 상고 기각 판결문을 보면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다. 위 법 제5조에 입각해 상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라는 취지의 문구만 적혀있을 뿐, 구체적인 판결이유는 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심리불속행 결정 판결문을 법조계에선 '깜깜이 판결문'이라고 조소하거나 ‘10초 재판’이라는 이런 자조 섞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제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종현 국민대 법대 교수는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종현 교수 / 국민대 법대] 

“지금 현재 상고 심리불속행에서의 이유 기재 생략 제도는 재판청구권의 본질을 침해할 소지가 상당합니다. 재판청구권의 핵심에는 권리, 주장하는 권리와 그에 대응해야 될 의무가 놓여져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히 이유 기재를 생략하는 것은 상고심리 속행을 청구한 국민의 요청에 대한 적절한 응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법원의 근거지음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청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앵커= 비판 취지는 알겠는데, 심리불속행 취지 자체가 원심 판결을 다시 심리해야 할 사유가 부족해 보여서 상고를 기각한다는 건데, 그렇다면 구체적인 판결사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원심 판결문을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런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박종현 교수는 그런 인식과 주장 자체가 권위주의적인 특권의식과 사법권력에 대한 특혜라고 반박했습니다.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에도 그 이유를 밝히도록 국회법이 명시하고 있고, 정부부처 행정청 처분시에도 행정절차법에 따라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왜 대법원만 예외냐는 지적인데요.

실제 민사소송법 제208조 1항은 판결서의 필수적 기재사항으로 ‘이유’를 적시하고 있는데, 특례법으로 이를 생략하게 한 것은 사법권력에 지나친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 박종현 교수의 비판입니다.

대법원 업무부담을 덜어준다고 하는데, 판결문에 사유 적지 않는 거 가지고 재판 신속성이 어느 정도나 향상되겠냐, 무엇보다 그게 타당하냐는 것이 박종현 교수의 문제제기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박종현 교수 / 국민대 법대]

“과연 이유 기재 생략 제도가 소위 ‘남상고 방지’와 ‘효율적인 재판자원 배분’이라는 어떤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하고 그리고 피해최소적인 수단인지는 상당히 의문스럽습니다. 상고이유서에 대해서 사실 이미 상당한 판단을 거친 후에 단순히 판결문에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과연 뭐 재판의 신속성이 어느 정도로 향상될 수 있을지 일단 의문이 듭니다.”

▲앵커= 국민대 법대 교수라고 했는데 박종현 교수는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나요.

▲기자= 네, 박종현 교수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는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취득했고, 현재 한국헌법학회 국제이사 및 편집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학계에선 헌법학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다른 비판이나 지적이 더 나온 게 있나요.

▲기자= 법이론적으로 박 교수는 "주장에 대한 근거 제시 과정에 집중하는 '논의이론' 등에 따르면 재판청구권은 절차적 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닌, 법원의 충분한 이유 기재까지 요구하는 ‘실체적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판결 사유도 기재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는 심리불속행은 재판청구권이라는 실체적 권리를 침해한다, 재판이념의 구체화 결여, 판결 의미의 불확정, 사법적 판단에 있어 정합성 훼손, 정당성 검증 불가능 문제 등에 비춰보면 위헌적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 박종현 교수의 지적입니다.

관련해서 헌재는 그동안 심리불속행 제도에 대해 여러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려왔는데, 최근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돼 심리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심리불속행 시행 주체인 대법원도 이런 지적과 비판을 인지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헌재 얘기는 조금 뒤 이호영 변호사와 더 자세히 나눠보고, 그래서 이 심리불속행 제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대법관 1명이 한 해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4천건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심리불속행이 대법관들과 대법원의 업무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그런 점에선 필요성도 인정됩니다.

그럼에도 토론자로 참석한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도 "법원 신뢰와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모두 공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를 위해선 원론적으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대법원 상고제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 심리불속행 제도 개선 문제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박종현 교수는 상고허가제 재도입을 포함해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상고법원 설치, 대법관 증원론 등을 언급하며 대법원이나 법조계에서 심도있는 논의나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결국 이 문제는 입법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관련해서 최두영 현송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조속히 정책적인 결단을 내려 현행 제도의 위헌성을 확인함으로써 실질적인 상고심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절실하다"고 헌재의 전향적인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 전에는 국회에서 관련 입법 움직임이 없었나요.

▲기자= 있었습니다. 일단 대법원에서도 지난 2010년 6월 심리불속행 판결문에 상고 기각 이유를 기재하지 않아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회에 특례법 개정 의견을 송부했고, 기각이유 제시 의무를 명시화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상고심사부를 설치하는 방안도 논의됐고, 19대 국회에선 상고불속행 특례법 폐지안이 제시되기도 했고,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등이 논의됐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국회 회기만료로 잇달아 폐기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사법농단’ 논란으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양승태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고, 20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 등에 의해 심리불속행 제도를 개편하려는 법안은 계속 나왔었는데요.

입법 과정에서 의견 차이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전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현 21대 국회에선 아직 발의된 법안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국회가 관심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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