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인 것처럼 속여 접근... 아동·청소년 성범죄 '위장수사' 허용 범위와 법적 쟁점
여고생인 것처럼 속여 접근... 아동·청소년 성범죄 '위장수사' 허용 범위와 법적 쟁점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9.15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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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특성상 함정수사 필요... 남용 방지, 수사관 보호 대책 함께 마련해야"

[법률방송뉴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 경찰들이 미성년자로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소위가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는 내용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이같은 위장수사에 대해 법조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도입 필요와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 방지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계속해서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신분을 속이고 수사 대상에 접근하는 이른바 '함정수사'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이고, 다른 하나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입니다.

전자는 이미 범행을 저지를 마음을 먹고 있는 상태의 사람에게 범행에 착수하거나 실행할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합니다.

후자는 범행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는데, 저지를 마음을 먹게 만드는 함정수사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성매매를 하려 대상을 물색 중인 사람에게 경찰이 여고생인 것처럼 속여 접근하는 게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라면,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나 어때요'식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것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입니다.

우리 법원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위법한 수사로 봐서 공소기각 결정하는 반면,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성매매나 마약 수사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장 큰 이유는 형사소송법 308조 2에 의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사용될 수 없고 그 유죄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308조의 증거에 의한 유죄 재판, 그러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과 진선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지금도 법원에서 제한적으로 일부 인정되고 있지만,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엔 함정수사의 적법성과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법적으로 분명히 보장하자는 취지입니다.

법조계에선 대체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수사 특성상 위장수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위장수사가 아니면 사건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염건령 /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 이런 부분, 그 다음에 디지털상에서 요즘 지인능욕이라고 해서 사진 합성에서 유포시키는 사이버 명예훼손들이 있거든요. 이런 경우는 쉽게 얘기하면 거기 관계된 자로 접근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군지를 파악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서버가 외국에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까..."

다만 그 경우에도 기회제공형 함정수사가 아닌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안 된다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습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대법원 양형연구회 위원] 
"일정 정도의 잠입수사는 허용이 돼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범죄의)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아니면 잠재적으로 의도가 있는 사람에게 범죄를 할 것을 어떻게 보면 유인을 해서 그 사람을 검거하는 방식의 수사보다는 그 안에 이제 동조하는 것처럼 참여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수사하는..."

표적수사나 인권침해 등 함정수사나 위장수사 남용 방지 대책도 반드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염건령 /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잘못하면 표적수사로 이것을 써먹을 수가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 소지는 분명히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인권침해 소지가 논란이 되지 않도록 이것을 만약에 남용하거나 오용을 하는 경우 강력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반드시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해서 위장수사는 범죄 상황과 관련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이후엔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통상의 수사 절차대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시됐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잠입수사가 됐든 함정수사가 됐든 외부적 범죄 상황만 확인하고 나오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에서 영장 없이 압수수색 하거나 그 다음에 영장 없이 반대편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도 될 수 있겠네요. 인권침해적 수사를 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심각한 잠입수사를 통한 불법이 자행될 수 있기 때문에..."

더불어 위장수사, 잠입수사를 수행하는 사람의 안전 담보 장치 마련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장 중요한 게 잠입수사를 한 사람의 신원을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이냐는 측면이 더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수사에 들어간 사람이 사실상 범죄집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했던 어떤 신분보장이라든가 그 사람의 어떤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위해를 막을 수 있는..."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권인숙 의원은 경찰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위장수사 도입에 적극 찬성인 반면, 법무부는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들어 법안 처리에 유보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대표발의]
"경찰은 스스로 (수사의) 신속함이라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니까 (독자적으로) 가고 싶어 하고 법무부 같은 경우에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으니 '자신들의 감시·감독을 받으라'라고 하는 입장이어서 서로 지금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안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하는 만큼 정부 부처간 입장 조율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방지책 마련도 법안 처리를 위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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