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8곳 이상 "원격수업 실시"... 1학기 시행착오와 부작용 되풀이 우려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어제 코로나19로 인한 일선 초중고 학교의 원격수업을 둘러싼 혼란과 혼선, 교육당국의 탁상행정 문제에 대해 집중 보도해 드렸는데요.

대학교는 어떨까요. 오늘(3일)은 원격수업에 대한 대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아울러 혼란의 교육현장에 대한 대안과 해법을 모색해 보겠습니다. 먼저 장한지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수도권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가급적 대면수업을 실시할 계획이었던 대학들 대다수가 일제히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는 걸로 다시 돌아섰습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4년제 사립대 153곳 중 132곳, 86.3%가 최소 1주에서 최대 2학기 전체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곳 가운데 9곳 가까운 대학들이 2학기에도 어떤 식으로든 원격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겁니다.

앞서 1학기에 대학들은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창졸간에 원격수업을 실시하게 되면서 큰 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심지어 명색이 대학교인데, 원격수업이 고등학생 대상 인터넷 강의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불만까지 나왔을 정도입니다.

[고영완 / 대학교 1학년 (지난 7월)]
"확실히 아깝죠. 왜냐하면 인터넷 강의도 고등학교 때 들었던 강의 수준이랑 지금 대학교 와서 듣는 강의 수준이랑 많이 다르고 또 대학교가 (등록금이)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강의 수준이 더 낮기 때문에..."

[이연재·손지혜 / 대학교 무용과 2학년 (지난 7월)]
"교수님이 영상 찍어서 올리시고 이러는 식으로 해요. 직접 교정을 못 받으니까 조금 더 힘든 거 같아요. 실력도 느는 것을 잘 모르겠고요. (수업하는 거 자체도 다르고 그래서 불편함이 커서 좀 그런 거 같아요.)"

한 학기가 지난 2학기는 좀 나아졌을까.

일단 대학교 온라인 원격수업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말입니다.

우선 강의를 녹화해 올려놓는 '녹화강의'가 있고, 정해진 시간에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강의하는 '온라인 실강'이 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실강을 하면서 학생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화상채팅 수업'이 있습니다.

일단 녹화강의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제때 강의를 올리지 않거나 빼먹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지적입니다.

[이모씨(19) / 서울 소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제일 치명적인 게 일단 녹화강의를 제대로 안 올리세요, 제때. 예를 들면 월요일에 들어야 하는 수업인데 화요일 올라오고 이런 교수님들도 계시고 그것은 오히려 양호한 케이스에요. 16주차 수업이 보통 16번 이뤄지거든요, 한 학기에. 그런데 당장 지난 학기 같은 경우에 강의가 4번밖에 안 올라온 교수님들도..."

온라인 실강의 경우도 녹화강의에 비해 무엇이 더 나은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는 것이 학생들의 말입니다.

어차피 온라인 실강도 강의가 끝나면 녹화강의처럼 온라인에 다 올라오니 굳이 그 시간에 집중을 해서 들을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이모씨(19) / 서울 소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가장 먼저 집중을 진짜 아예 안 해요. 그래서 틀어놓고 딴짓 하는 학생도 있고 이게 카메라가 켜져 있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그런 경우에는 마이크도 꺼놓고 캠도 꺼놓고 이렇게 하니까 교수님만 아무래도 말하게 되는 그런 단점이 있죠. 그래서 학생들과 핑퐁(소통) 이런 게 잘 안 되는 부분들도 있고..."

특히 예체능 계열의 경우 따로 영상을 녹화하는 게 아니라 교수 본인의 공연을 그대로 녹화해 올리거나, 스케줄에 맞춰 수업을 취소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입니다.

[김모씨(21) / 경기도 소재 대학교 연극학과]
"외부 작업을 하시는 교수님들이 꽤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 수업을 계속 줌(ZOOM)으로 하시다 보니까 수업을 당일 취소를 하고 '우리 공연이 지금 셋업 중이다' '이렇게 공연이 바쁘다' '다른 외부공연이 바쁘다'고 해서 학교공연 수업은 취소하고 그러는 경우가 되게 많았어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그나마 집중도도 높고 대면수업과 비슷하게 소통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이모씨(19) / 서울 소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게 어쨌든 네트워크에 따라 다르고 본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조금 다르긴 한데 많이 끊기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리고 마이크가 켜져 있어야 할 상황에서 켜져 있지 않아서 이야기를 못 하는 그런 상황들도 발생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돌발상황들이 많은 거 같아요."

무엇보다 원격수업 관련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다름 아닌 '학점'입니다.

교실에서 치러지는 시험과 달리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부정행위를 할 수 있고, 실제 부정행위가 만연했는데도 교수와 학교가 이를 모른 체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는 겁니다.

[이모씨(19) / 서울 소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부정행위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게 된단 말이에요. 그럼 이런 부정행위들에 대해서 솔직히 교수님들, 조교님들, 대충 눈 감아 주거든요. 너네만 할 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다 할 것으로 판단이 되니까 놔두겠다, 이런 뉘앙스로 시험이 진행되기도 하고..."

"이런 여러 문제점과 불합리함이 2학기라고 해서 얼마나 크게 개선됐겠냐"는 것이 학생들의 우려와 걱정입니다.

그렇다보니 1학기에 이어 2학기에도 학교와 학생 간 등록금 반환 문제가 또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김모씨(21) / 경기도 소재 대학교 연극학과]
"다 비대면으로 진행을 하게 됐고 실기실도 아예 사용을 하지 못했는데 등록금 자체가 다 시설이용료나 그리고 공연제작비 이런 것 때문에 등록금이 비싼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난 학기에도 똑같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학교 측은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이를 '코로나 장학금'으로 돌리는 조삼모사, 눈 가리고 아웅을 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모씨(21) / 경기도 소재 대학교 연극학과]
"저희가 등록금 반환이 아니라 성적장학금을 아예 폐지를 시켜버리고 학과생들의 동의 없이 재학생들의 동의 없이 총학생회랑 회의를 해서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코로나 극복 장려금을..."

학교 측에서 심지어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이 소송에서 빠지면 등록금 일부를 돌려줄게 하는 식으로 회유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이모씨(19) / 서울 소재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어이가 없어지는 것이죠. 이렇게밖에 안 들려요. '너희들 소송 거는 사람도 있고 하니까 그럼 우리가 돈을 조금 배상해줄 테니까 이 정도 선에서 쇼부를 보자' 이렇게만..."

문제는 학교 측의 이런 행태가 어느 특정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그 심각성이 더합니다.

이와 관련 등록금 반환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대학들이 소송을 취하하도록 학생들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까지 가하고 있다는 폭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실제 학교 측의 회유와 협박에 110명이 소송에서 빠졌고, 심리치료를 받는 학생도 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입니다.

[박선아 / '예술대학 네트워크' 운영위원 (지난달 20일)]
"졸업 이후에도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우려로 대학들에 의해서 가해지는 압박들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불안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청구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박현서 변호사는 대학들의 이런 행태는 명백하게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박현서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그것은 1학기 등록금에 대한 반환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금액도 현저히 적고요. 등록금에서 '코로나 장학금'으로 10% 돌려주면서 성적장학금을 줄이는 것은 또 아무 관련성이 없는 것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또 불이익을 주는 것이니까..."

대학들이 1학기 때 겪었던 원격수업과 등록금을 둘러싼 시행착오와 갈등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우려와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불안한 2학기'가 시작됐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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