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격차 심화, 학교이탈 가속... 정부는 현장 실정 파악하고 정책 세워야"

[법률방송뉴스] 일선 학교들이 겪고 있는 원격수업 혼란과 문제점 어제오늘 집중 보도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 혼란한 현실을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요.

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18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박정현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습니다. 계속해서 장한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교총 산하 교육정책연구소 박정현 부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전격적인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나타난 일선 학교의 혼란과 혼돈을 '너무 빨리 온 미래'라고 표현했습니다.

갑자기 전면적으로 온라인 원격수업이 실시될지는 아무도 예상 못 했고, 그만큼 어떻게 보면 혼란은 당연하다는 겁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교육 현장에서는 힘든 게 사실이에요. 이게 준비가 돼 있었던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지난 3월에 갑작스럽게 이렇게 (원격수업) 들어오게 됐고 막상 전면적으로 '너무 빨리 온 미래'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 돼 버리니까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 학기동안 원격수업을 실시하긴 했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겪는 혼란과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것이 박정현 부소장의 말입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그동안 굉장히 많은 연수들도 받으시고 테크니컬한 부분들을 연습을 하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낯선 것은 사실이거든요, 이게. 준비를 했어도 아이들이 안 들어오거든요. 들어오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로 출석 체크하다가 끝난 경우도 많아요. 집중도도 떨어지게 되고..."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아이들이 토로하는 게 수업방식들이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거기서 힘들어하는 부분, 물론 그런 것들도 있지만 이게 어떻게 보면 본인들도 방치되고 있다는 생각들을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수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도 한 학기 원격수업을 해봐서 아이들도 나름 익숙해지고 적용한 부분은 있는데, 이게 또 안 좋은 방식으로 적응을 해가고 있다고 박정현 부소장은 걱정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제가 만나보는 학생들의 경우를 보면 이제는 온라인 학습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그냥 흘려듣듯이 이렇게 보는 경우들이 정말 많은 거 같아요. 초등학교 학생들도 보면 화면을 띄어놓고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학습이 어느 정도 되는 친구들의 경우도 자기의 수준이 맞지가 않는 경우는 그냥 무음으로 켜놓고 다른 과제를 하는 경우들도 많고..."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박정현 교수는 "익숙해졌다는 것이 참 무서운 것 같다"며 '익숙해짐'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며 강조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저는 이 익숙해졌다는 게 참 무서운 거 같아요. 보면 익숙해진 게 과연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전혀 다른 접근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은 우리가 봤을 때 겉으로 보여 지는 지표가 이수율이 높다, 많은 학생들이 하고 있다고 하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익숙해졌다는 게 결코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온라인 수업 이수율 같은 '숫자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건데, 원격수업이 오히려 학생들의 전반적인 실력 하락과 학력격차 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성적 정규분포를 보면 중위권 학생들이 차지하는 성적분포가 눈에 띄게 얇아졌다고 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교육격차가 실제로 발생을 하고 있고요.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일반적인 성적분포를 보게 되면 가장 두꺼운 부분을 형성하게 되거든요. 정규분포에 따라서, 그런데 이 부분이 굉장히 줄어들었어요. 중위권이 사라지고 중하위권 내지는 하위권으로 치우치는 경우들이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인데 저는 중간층에 대한 부분이 참 안타깝게..."

나아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만 있다 보니 사이버폭력이나 게임중독 같은 부작용도 더 심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냅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사이버폭력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또 게임중독이라든지 익히 다 예상하시는 그런 문제들이 점점 심화되고 일상화되고 있다는 게..."

그럼에도 교육부는 일선 학교 현장의 실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이런저런 지침과 지시로 교사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것을 다 쌍방향 방식으로 하라고 하는 것은 다인수 학생들이 있는 경우, 그 다음 교과에 지식적인 측면을 전달해야 하는 그런 교과의 경우는 오히려 더 불편한 방식일 수도 있거든요. 1학기 때 그래서 쌍방향 방식을 시도하시던 분들 중에서도 회의를 느끼고 전환하는 경우들도 많으시거든요. 그래서 이게 충분한 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전달하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더 많다..."

교육부 차원에서 단순한 '권고'라 해도 그게 교육청을 거쳐 학교에 전달되면 반드시 따라야 하는 '지침'이 된다며, 교육부가 아예 일을 좀 덜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습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교육부에서 '권고안'이라는 형식으로 내리긴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그것을 따라야 하는 '지침'처럼 바뀌게 되는 경우들이 너무 많거든요. 조금 비판적으로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교육부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계신 건 아닌가, 학교 현장에서 진짜 요구하고 요청하는 부분들보다는..."

일선 학교의 현실과 교육당국의 탁상행정을 거침없이 지적한 뒤, 코로나 사태로 초래된 현재의 상황은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엄중한 시기라고 강조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코로나로 인해서 사실은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은 분명한 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상당 부분 학교 환경은 많이 변할 것 같고 그리고 학교에서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도 변화가 될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가 (원격수업을) 비대면 상황에서 수업하는 '스킬' 정도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런 패러다임 전환은 '학교는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돌아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이고 저는 향후 교육에서는 교육부장관 겸 부총리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이게 '미래교육의 전환시점'이다. 자퇴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고요, 아이들이. 그리고 또 어떤 경우에는 홈스쿨링을 더 선호하는 방식들 그동안 학교 교육이 가지고 있었던 부분들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던 것들이 지금 이 코로나 시대에서는..."

그러면서 혼란과 위기는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교육당국은 우선 일선 학교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정책과 제도적인 면에 집중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교육부에서는 굉장히 큰 틀에서 제시를 해주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아주 큰 범위에서 그러니까 대학교 입시에 대한 측면을 조정해준다든지 그 다음에 단위 학교에서 이수해야 하는 총 시수에 대한 조정, 이런 큰 범위에서 접근을..."

당장 올해 고3 대입도 문제지만 사실은 내년에 고3이 되는 고2가 더 문제라며, 큰 틀의 제도 개선이나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단위 학교에서 노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들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올해 1년 동안 이 부분(생활기록부)이 너무 취약하게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정책을 세울 때 충분하게 학교 현장에서의 이야기들을 수렴해서 정책화시켜주신다고 하면 더 좋지 않을까..."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교원 역량강화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합니다.

[박정현 교사 /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이것(온·오프라인)을 종합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능력들이 교사에게 요구될 것 같고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도 이러한 과정들을 커리큘럼에 분명히 포함시켜서 미래교사들은 미래교육 환경에서 적응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인터뷰 모두에 현재 일선 학교가 겪고 있는 혼란과 어려움들을 "너무 빨리 온 미래"라고 표현한 박정현 부소장.

교육당국과 학교, 교사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빨리 온 미래'를 '바람직한 현재'로 만드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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