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는 늦었지만 꿈은 이뤄진다' 현수막 무색... 8천208개교 등교 불발
교사들 "교육부의 주먹구구식 원격수업 '지침'이 오히려 혼란 부추겨"

[법률방송뉴스] 수도권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늘도 전국적으로 8천 208개 학교에서 등교수업이 이뤄지지 못하며 연일 등교 불발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특히 유치원을 포함해 일부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초·중·고 전체가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원격수업이 두 학기째를 맞고 있는 건데, 일선에선 여전히 혼선과 혼란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오늘(2일) 'LAW 투데이'는 초·중·고 원격수업 얘기 집중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원격수업 관련해 아직도 적지않은 혼선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선 교사들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입니다.

점심시간 끝 무렵, 평소 같으면 학생들로 생기가 넘쳤을 학교 운동장이 휑하니 썰렁합니다.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차장도, 정문도, 벤치도, 학교 밖은 물론 학교 내부도, 어디를 들여다봐도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등교는 늦었지만 꿈은 이뤄진다'는 학교 앞에 걸린 현수막 글씨가 왠지 썰렁함과 을씨년스러움을 더해주는 듯합니다.

인근 중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이 학교는 아예 "학교 운동장 개방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출입문과 안전펜스 등 곳곳에 붙여 놓고 학교를 사실상 폐쇄했습니다.

운동장을 폐쇄한 김에 등교 수업 재개 전 학생들을 다시 맞이하기 위한 재정비 공사만 한창입니다.

서울 시내 어느 학교를 가 봐도 학교 풍경은 비슷합니다. 

정문과 옆문, 후문 모두를 꽁꽁 닫아걸고 등교수업이 재개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생 없는 쓸쓸한 학교, 그래도 수업은 해야 해서 교사들은 썰렁한 교실에서 홀로 비대면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격수업 지침을 알리는 학교 안내방송이 왠지 썰렁함과 쓸쓸함을 더합니다.

[C 중학교 교사]
"(교내 안내방송 소리) 잡음이 들어가겠네요. 잠시만요. 지금 학교에서도 이런 자구적인 노력들이 계속 이뤄지고 있거든요. 필기를 현실에서 못하니까 사이버상에서 할 수 있는 '와콤'이나 이런 부분들을..."

일단 교육부는 지난 달 26일, 수도권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로 수도권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대해 전면 원격수업 지침을 내렸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지난달 27일]
"수도권에 대해서는 전격적으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발표했고 이렇게 급작스럽게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다 보니까..."

앞서 일선 학교들은 지난 1학기에도 신천지발 1차 대유행의 여진 속에  등교수업을 포기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 교사들도 배워본 적도 없고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된 원격수업, 초기는 난감함과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A 고등학교 교사]
"원격수업이라는 게 처음 이뤄진 것이다 보니까 어느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거여서 유튜브에 나오는 강의나 아니면 EBS 강의 이런 거 말고는 아무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것이죠. 원격(수업)에 대한 것은 안 배웠었으니까 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었고... "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선 시·도 교육청들은 지난 3월 30일 교육부가 제시한 온라인 수업방식 지침을 담은 공문을 각 학교에 내려보내긴 했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단방향 학습콘텐츠 활용 수업, 과제형 수업을 하라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쌍방향을 하라는 건지 단방향을 하라는 건지, 과제를 내주고 어떻게 검사와 확인을 하라는 건지.

지침 자체도 혼란스러운데, 또 다른 문제는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각론도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학교 단위로 학교장 재량에 따라 쉽게 말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큰 방향을 제시했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는데, 아무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알아서 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던 겁니다.

유튜브 1인 방송처럼 하라는 건지, PPT나 한글파일을 화면에 띄우고 설명하면 되는 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종잡을 수 없어 허둥지둥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 식으로 이미 제작된 다른 교육방송 콘텐츠를 그냥 틀어주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B 중학교 교사]
"매뉴얼이 없으니까 정말 그냥 맨땅에 헤딩하시는 그런 느낌이 있죠.  그냥 EBS 강의를 그대로 가져와서 올리시는 분들도 있고 카메라를 세워놓고 강의 영상을 찍는다든가 아니면 PPT에다가 자막 만들어 놓고 그거 하나하나씩 넘기면서 목소리를 입히면서 수업하는 것도..."

이에 교육부는 지난 4월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원격교육 운영 길라잡이'를 배포하며 다양한 원격수업 플랫폼을 소개했습니다.

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 위두랑, 클래스팅, 구글 클래스룸, MS팀즈,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 구루미, 네이버 라인웍스, 줌 등등이 그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많은 플랫폼을 한꺼번에 풀어놓다 보니 혼선이 가중돼며 더 어수선해진 측면이 있다는 점입니다.

[A 고등학교 교사]
"위두랑이니 EBS 온라인 클래스니 네이버 밴드니 줌이니 아니면 구글 클래스룸이라든지 이런 것을 사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렇게 하는 방식이 있다고 했고 그것을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서 어느 게 좋은지 너희가 알아서 판단해서 하라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이와 관련 C 중학교 교사는 "교육부에서 너무 이래라저래라 해서 복잡하다"는 말로 일선 학교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D 고등학교 국어 교사도 "일주일에 영상을 4개씩 찍어야 하는데, 일단 수업 자료를 만들고, 영상을 찍고, 편집하고, 출석 체크하고, 관리하는 등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난감해했습니다.

그러면서 "EBS나 인터넷 강의는 한 영상에 도와주는 인력이 많고 장비도 좋은데, 우리는 그게 아니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력을 기울이는데 결과물은 허접하다"고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A 고등학교 교사]
"준비 기간은 되게 짧은 채로 갑자기 대뜸 온라인 수업을 하라고 하니까 나이가 솔직히 더 드신 선생님들은 IT나 이런 데 적응하시는 게 더디기도 하고 어려워하시는 부분이 많기도 해서..."

이런 혼란과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는 2학기를 맞아선 화상 채팅앱인 줌을 통한 학생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및 토론수업 방식을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현실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과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B 중학교 교사]
"동시다발적으로 지금 매 시간마다 그러면 선생님들이 다 들어가서 40~50명 되는 선생님들이 다 각자 들어가서 수업을 하셔야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전혀 준비가 현실적으로 돼 있지 않고 한 가정에 여러 자녀가 있는 경우 그 학생들도 다 기자재가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에서도 권장사항으로 얘기는 했지만 이게 현실 반영을 하지 못한 권고인 것이죠."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시작된 일선 초중고교의 비대면 원격수업, 그동안의 혼란과 혼선,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점검을 통한 촘촘하고 정교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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