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최지성 옛 미전실장 등 10명도 기소
"'최소 비용에 의한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 노려, 국민적 의혹 제기 사법적 판단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법률방송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52) 부회장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1일 불구속 기소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26일 검찰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지 67일 만이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이 부회장 사건이 2번째다. 검찰은 지난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 후 8차례의 권고는 무두 수용했지만, 최근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권고는 잇달아 거부했다.

이 부회장은 이로써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날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 외에 최지성(69)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지난 2018년 11월 20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 이후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관련 수사를 시작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검찰은 "삼성은 '최소 비용에 의한 승계와 지배력 강화'라는 총수의 사익을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의 지시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실행하고 투자자의 이익은 무시하고 기망했다"며 "이는 명백한 배임 행위이자 자본시장법의 입법 취지를 몰각한 조직적인 자본시장 질서교란 행위로서 중대한 범죄"라고 사건을 규정했다.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이 부회장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합법적 경영활동"이라며 "검찰의 기소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이 처음부터 목표를 정해놓고 수사를 했고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반발했다.

◆ "미전실 주도로 치밀하게 승계 계획, 이재용 단계마다 보고 받고 승인"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단계마다 중요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고 파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삼성이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일삼았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주주가치 증대 기회를 상실하는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 의판단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수사의 출발점이 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의혹 역시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이 부회장 등에게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삼성바이오는 당초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천억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천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계상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이런 식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본잠식 위기를 피하고, 나아가 불공정 합병 논란을 잠재웠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김종중 전 사장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 없다", "미전실은 합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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