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 의료기기법 조항 재판관 8대 1 위헌 결정
"민간단체가 심의하지만 식약처장이 심의 업무 주체... 사전검열에 해당"

[법률방송뉴스] 사전 심의를 받지 않으면 의료기기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기기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재 다수의견입니다. 이 소식은 유재광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헌재는 사전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기기 광고를 금지한 의료기기법 제24조 2항 6호 등에 대해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의료기기 판매업체 A사는 블로그에 자사 제품을 광고했다가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7년 1월 전주시로부터 판매업무 3일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B씨는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의료용 고주파 온열기를 심의 없이 광고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A사와 B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내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습니다.

현재 의료기기 광고 심의는 식약처장이 심의 기준과 방법 등을 정하고, 실제 심의는 민관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수행하고 있습니다.

심판에선 실질적인 광고 심의 주체가 민간기관인지 식약처인지, 즉 헌법이 금하고 있는 행정권이 주최가 되는 사전검열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이에 대해 헌재는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재판관 8명 다수의견으로 “헌법상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법률에 따라 민간단체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장으로부터 광고 심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나 법상으로는 여전히 행정기관인 식약처장이 심의 업무의 주체로,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재 다수의견입니다.

헌재는 "민간기관이나 심의위원회가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심의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식약처장이 심의 결과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달할 경우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나아가 식약처장이 언제든 심의 업무 위탁을 철회하고 사전심의에 전면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점 등을 감안한 판단입니다.

반면 이영진 재판관은 유일하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식약처로부터 독립된 민간 자율기구”라며 “의료기기 광고 심의는 행정권이 주최가 되는 사전검열이 아니다”는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의료기기 광고 사전심의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게 이영진 재판관의 소수의견입니다.

헌재는 2018년 6월에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알리는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도록 한 법 조항이 사전검열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헌재 관계자는 오늘 결정에 대해 "이번 결정은 행정권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사전 심의는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기존의 결정 논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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