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앞두고, 기사 "전액관리제로 수입 줄어"... 회사 "줄도산 우려"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선 지난주 사납금을 둘러싼 택시업계 노사 갈등과 관련한 소송전 얘기 집중 보도해 드렸는데요.

일단 수십년 동안 택시업계의 오랜 악습으로 여겨져 왔던 사납급 제도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 초 폐지됐습니다.

내년부터는 개정된 ‘택시운송사업 발전법’에 따라 법인택시 기사들에 대한 ‘완전월급제’ 시행도 예정돼 있습니다.

사납금 폐지는 완전월급제 시행을 위한 일종의 필수 전제조건인데, 이 사납금 폐지를 두고 정작 택시기사와 회사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어떤 내용인지 택시 노사 양측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정부와 서울시는 5년 동안 제자리에 묶여 있던 서울시 택시요금을 업계 요구를 반영해 30% 가까이 인상했습니다.

택시요금이 오르면 여객운송 수입도 늘어나고 덩달아 택시기사들의 수입도 오를 것으로 기대됐는데,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재일(59) / 법인택시 기사]

“택시기사들은 택시 요금이 많이 오른다고 해서 결코 반갑진 않아요. 왜냐하면 손님은 떨어지지, 회사는 사납금 올리지 우리는 항상 똑같은 평행선을 가고 있는 거예요. 노동자는 항상 가난한 평행선을...”

택시기사들의 이런 우려를 반영해 서울시는 택시요금을 인상하며 6개월 동안은 사납금을 올리지 말 것을 주문했습니다.

일단 택시 수입의 일정 부분을 회사에 우선적으로 납입하고 기사들은 남는 수입을 챙기는 구조인 사납금 제도는 지난해 8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폐지됐습니다.

하지만 ‘월 책임 운송수입금’ 등 변형된 이름으로 사납금 제도는 실질적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고, 서울시가 주문한 6개월이 지나자 택시 회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납금’을 올렸다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말입니다.

[이재일(59) / 법인택시 기사]

“전부 우후죽순으로 ‘늘 지금까지 많이 벌어먹었지 않냐’, 우리한테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죠 이제. 똑같이 사납금이 똑같이 올라간다는 거죠.”

그리고 수십년 동안 수입이 줄든 늘든 한 번 오른 사납금은 절대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이수환(56) / 법인택시 기사]

“지난번에 3천원에서 지금 기본요금이 3천800원으로 800원이 올랐거든요. 그러면 또 사측에서는 그만큼 또 사납금을 올려요. (사납금이) 오를 때는 쉽게 오르는데 떨어질 때는 안 떨어진단 말이에요.”

일단 개정 여객운수사업법은 앞서 언급한 대로 수입의 일부를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고, 수입 전부를 납입하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납금 제도가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정한 금액을 납입하고 나머지를 택시기사들이 가져가는 구조라면, 전액관리제는 번 돈을 다 회사에 납입하고 정해진 월급을 받아가는 제도입니다.

법인택시 기사들을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승차 거부나 행선지에 따라 손님 가려받기 등 택시업계의 고질적인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하지만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법인택시 기사들은 전액관리제가 시행되면서 수입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임득택(58) / 법인택시 기사]

“월급만 받아서는 작지 사실. 우리는 사실 불합리한 게 추가금 타가는 게 월급 타는 거보다 더 많아요.”

사납금 제도에서도 월급이 있긴 하지만, 택시기사들 수입에서 월급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비합니다.

정해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이기도 합니다.

사납금을 내고 남은 초과수입에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챙겨야 하는데, 전액관리제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사납금은 사납금대로 납입해야 하면서도 초과수입은 초과수입대로 없어진 겁니다.

[이재일(58) / 법인택시 기사]

“회사에서 야간에 열심히 뛰는 사람이 500(만원)하면 (월급이) 260(만원)인데 나는 600(만원)할 수 있어, 그럼 600(만원) 했을 때 어떻게 하겠냐 이거에요. 나머지를 다 줘야지. 그냥 월급제로...”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더 벌어오는 기사나 덜 벌어오는 기사나 똑같은 월급을 주는 게 과연 공평하냐는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액관리제가 되고 월급제가 시행되면서 수입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것이 기사들의 하소연입니다.

[이수환(56) / 법인택시 기사]

“(택시기사들을) 일반 샐러리맨으로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세일즈맨 식으로, 세일즈맨은 자기 성과가 있으니까. 그럼 차를 10대 파는 사람이랑 100대 파는 사람 다르지 않습니까.”

택시 회사들도 전액관리제가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사납금’이든 ‘책임 수익금’이든 기사들에게 회사에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 걸 강제하지 않으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냐는 게 회사 측의 하소연입니다.

결국 전액관리제는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사상누각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종문 전무(50) / 법인택시 업체]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또 운전기사는 운전기사대로 이 부분이 전혀 현실에 맞지 않는 그러한 제도다. 사용자가 절대적으로 (기사들을) 지배나 지휘감독을 할 수 없는 그런 업종이기 때문에...”

여기에 개정된 택시발전법에 따라 내년부터 택시업계에 ‘완전월급제’가 시행되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제 근무시간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망하는 회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게 택시업체의 항변입니다.

소정근로시간은 택시 노사가 기사들의 실제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주당 40시간이면 40시간, 이런 식으로 '노동시간'을 정한 것으로 최저임금 미지급 위반을 피하기 위한 택시업계의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이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의 탈법행위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박종문 전무(50) / 법인택시 업체]

“당연히 시행해야죠. 악법도 법이니까. 시행하는데 여기에는 그만큼 고충이 많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 택시를 할 수 있는 인원이 과연 몇 명이 될 것인지, 또 그 시작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택시업체가 도산되는 업체가 몇 개나 나올지...”

택시기사들은 기사들대로 택시회사들이 어떤 곳인데 완전월급제가 시행된다고 호락호락 손해 보며 월급 주겠냐고 반문합니다.

또 무슨 꼼수를 부리기나 하는 것은 아닌지, 수입이 지금보다 더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지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재일(59) / 법인택시 기사]

“택시회사가 호락호락하게 그냥 뭐 대충 일 나가고 이래도 (월급) 260(만원)주냐, 아니죠. 전액월급제로 가기로는 굉장히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관련해서 업계에선 단계별 완전월급제 도입이나 월급제나 사납금 제도에 해당하는 정액제 가운에 택일, 또는 혼합형 월급제 도입 등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박종문 전무(50) / 법인택시 업체]

“월급제를 하고 싶은 사람을 월급제로 하고 전액(관리)제를 하고 싶은 사람을 전액(관리)제를 하고 또 글자 그대로 일정액 운송수입금만 받고 마는 일명 ‘도급제’죠. 이러한 단계별로 적용을 해서...”

사납금 제도 폐지와 전액관리제 시행, 그리고 택시기사 완전월급제 시행,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선에선 노사 모두 혼란과 혼선,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개정 택시발전법에 따라 내년 초로 예정된 택시기사 완전월급제 시행은 이제 넉 달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교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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