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회사가 최저임금 맞추려고 근로시간 줄여 임금 책정 꼼수" 집단소송
대법원 "택시기사 소정근로시간 8시간 인정" 판결... 택시회사 "노사합의했다"

[법률방송뉴스] 전국의 택시회사들이 요즘 줄줄이 고소장을 받아들고 있다고 합니다.

택시기사들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3천만원까지 “몇 년간 못 받은 임금을 마저 달라”며 들고 일어난 건데요.

택시회사들은 “줘야 할 돈 다 줬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20일) ‘LAW 투데이’는 택시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는 줄소송 관련 이슈를 집중 보도합니다.

먼저 택시회사와 택시기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어떤 갈등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한 택시회사 상대 임금 청구 집단소송 소장입니다.

피고는 서울 소재 법인택시 업체와 관계자 등 4명입니다.

원고는 이들 업체에서 수십년 간 근무해온 택시기사 7명입니다.

고소를 당한 택시회사 한 곳은 올해로 54년째 운영 중인데, 150명가량의 택시기사들이 고용된 규모가 큰 업체입니다. 

이곳에 4년 넘게 소속돼 일해왔다는 59세 박운홍씨는 “이제서야 우리가 그동안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일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운홍(59) / 한양상운 택시기사]

“사실 그동안에는 택시근로자들의 근무여건이라든가 환경이 어려워가지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못 썼던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택시근로자들에 대한 소정근로시간을 인정해줘라는 판결이 나온 게 있었어요. ‘아 이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부당한 대우를 받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고...”

택시기사들의 집단소송은 지난해 4월 대법원이 “택시회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지급을 회피한 행위는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촉발됐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회사와 노조가 맺은 임금협정은 최저임금을 잠탈(潛脫·법적 규제나 제도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간다는 뜻)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강행법규인 특례조항을 피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은 노동자가 실제 일하기로 정해진 시간을 뜻하며, 최저임금 산정의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실제 근무행태에는 변함이 없는데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노조와 협정을 맺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회사의 ‘꼼수’라는 게 대법원 판단인 겁니다.

[박운홍(59) / 한양상운 택시기사]

“지난번에 대법원에서 판례가 난 게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은 인정을 해줘야 된다 최소한. 그렇게 해서 8시간을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책정하고 임금을 지급을 해야 되는데, 회사에선 이것을 편법으로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서 소정근로시간을 매년 깎아서 줄여서 최저임금을 맞추는 그런 행태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죠. 결국 근로자들을 기만하고 계속해서 도합 20여년을 속여 왔던...”

대법원이 언급한 ‘특례조항’은 최저임금법 6조 5항으로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사납금을 내고 남은 운송수입금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전창훈 법무법인 진성 변호사 / 택시기사 법률대리인]

“기존의 택시회사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를 보면 기본급 플러스 성과급 구성이 되는데요. 이 성과급이라는 것이 보통 (기본급으로 책정되는) 사납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들을 가져가는 그런 구조였던 것이죠. 그래서 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최저임금 산입에 제외한다 그런 내용의 특례조항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이 조항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택시기사의 기본급을 높여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택시회사들은 기본급 인상은커녕 해마다 취업규칙을 변경해 기사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왔다는 겁니다.

[박운홍(59) / 한양상운 택시기사]

“해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부분에 대해서 실제로 억지로 맞추는, 그렇게 돼버리는 거죠. 지금 현재 (소정근로시간을) 한 5시간 정도 그 정도밖에 인정을 안 해주고 있는 그런 실정입니다. 해마다 그렇게 줄여가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과정에서 택시노사는 ‘합의’ 절차를 진행하지만, 이 역시도 “회사에서 결정된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성토입니다.

[임득택(58) / 한양상운 택시기사]

“우리 임의대로 모든 게 결정된 게 없어요 사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우리는 거기에 맞춰서 회사측하고 협상해서 맞추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사실 우리 기사들이 또 그런 자료를 우리한테 또 열람도 안 해주고 홍보도 안 하기 때문에...”

여기에 택시기사들은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든 후에도 근무시간은 종전의 근무형태를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실제 근로시간이 반영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7명의 택시기사들은 2017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회사가 지급한 임금 가운데 기사 1명당 미지급된 임금과 이에 따른 퇴직금 일부를 합쳐 각 38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택시회사는 “노사가 엄연히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돈을 더 달라는 건 부당하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택시회사 관계자]

“아무런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요. 왜냐 하면 우리는 노사 협의를 통해서 노사 간의 임금협정을 체결했고 서울은 우리 회사가 임의적으로 한 게 아니고 중앙조사단체가 따로 있어요.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택시운송사업조합과 또 전국택시노련 서울지부 여기하고 임금협정을 조합에서 맺어요. 우리는 거기에 준해서 노사 간에 임금협정을 하자, 이렇게 해서 임금협정을 체결한 부분이에요. (엄연히 협악을 맺었는데 돈을 더 달라는 건 부당하다는 말씀이신가요.) 당연하죠.”

“고작 몇백만원에 연연해 소송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택시기사들은 “이 기회에 택시업계가 투명성 있게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수환(56) / 한양상운 택시기사]

“노사 간이라는 게 노동자가 있어야 회사도 있는 것이고 회사가 있어야 밥벌이도 할 수 있는 거고. 저도 지금 회사 내에서는 노동자로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만 잘 원만하게 우리가 그 돈 받고... 아까 말씀하셨지만 택시를 안 하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그 정도로 그런 큰 돈이 아니고 이때까지 어떻게 보면 덜 받았던 것, 못 받았던 것 이것을 돌려주십사 하는 것이고...”

택시업계의 고질적 병폐였던 사납금제가 올해부터 폐지되고 월급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름만 바뀐 사납금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기사들에게 더 불리해졌다는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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