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특권 'ACP'(Attorney-Client Privilege)로 보호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유지, 의무로서뿐 아니라 권리로서 폭넓게 인정돼야"

▲신새아 앵커= 변호사 비밀유지권 관련한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앵커= 저희가 앞서 리포트에서 현재 변호사 비밀유지권 침해 사례 등 실태와 현행법상 한계점 짚어드렸는데요. 계속해서 문제점이 있다고 말은 나오는데, 개정이 이뤄지진 않았었네요.

▲남승한 변호사=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 때 대한변협과 함께 정책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개정안을 제시하면서 대표발의한 바 있었습니다. 20대 국회 때 발의된 법률이 대부분 그랬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017년에 역시 변호사 출신인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도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기도 했는데 통과되진 않았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이제 조응천 의원을 비롯한 의원 11인이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이 개정안엔 변호인이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 비밀유지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대한변협과 조 의원은 의뢰인의 도움을 받아서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현재 변호사법에는 비밀유지 의무 조항만 있는데 이것을 확대해서 개정해야 된다는 입장입니다.

현행 변호사법26조에 의하면 '변호사였던 자 또는 변호사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의무를 정하고 있는데요. 다른 법에 예외조항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의뢰인과 변호인 사이에 의사를 교환하거나 서류를 전달한다든가 공개하거나 제출하는 것, 이런 것을 함부로 열람 또는 공개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요. 그러다보니까 이런 조항을 신설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조항에 위반해서 수집된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다든가 이런 조항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다만 예외적으로 의뢰인이 자발적으로 승낙했거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한 경우 등에는 예외로 하자는 것이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입니다.

조응천 의원은 여기에 더해서 비밀유지 대상을 좀 더 구체화하자, 예를 들면 의사교환 내용, 서류, 물건 이런 것들을 구체화하자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사내변호사의 경우엔 어떻습니까. 사내변호사 비밀유지권과 관련해선 좀 갑론을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남승한 변호사= 변호사로서의 지위 외에 사내변호사는 피고용인 같은 지위가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용인으로서 내부적으로 법률검토 한 것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한다거나 제출을 요구한다거나 그렇게 해서 한 자문이 변호사로서 한 경우에 2가지 지위가 겸유되기 때문에 그런데요.

변호사에 대한 신뢰나 이런 것들이 최근에는 낮아졌지만, 높았던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직원인 변호사에게 기업 비밀과 관련된 내용을 상의하거나 상담하고 이럴 때 그 변호사가 상의하거나 상담한 내용은 변호사로서의 비밀유지 의무에 들어가는 것이냐 아니면 직원으로서 상담한 것이니까 들어가지 않는 것이냐 하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기업을 수사하면서 아무래도 법무팀 같은 곳을 주로 압수수색하면 이 법무팀에서 위법성 여부 등을 검토하거나 내부검토한 자료 등이 나오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까 변호사가 상담하거나 변호사로서 제공한 자료인데 이것을 먼저 압수수색하거나 이렇게 하는 것은 기업이 변호사를 두는 제도의 취지와 오히려 반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적으로 기업이 변호사를 채용하면서 준법감시 의무 등에 관한 기업의 의무 이런 것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위법행위 등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점에는 제한해서 해석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 변호사 비밀유지권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아무래도 외국에서 훨씬 더 강화돼서 보장되고 있는 것인데요. 비밀과 관련해서 게시(disclosure)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같은 것들을 미국·유럽 해외에서는 많이 인정하고 있고요. 상당히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흔히 이런 것을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특권이라고 해서 ACP(Attorney-Client Privilege)라고 하는데요. ACP 범위를 상당히 넓게 해석해서 심지어 로펌 직원과 주고받은 문서도 특권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수사기관이 압수한 자료를 보기 전에 변호인 측이 먼저 문서를 열람하고 확인하도록 한다든가 또는 ACP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허가가 있어야만 수사기관이 열람할 수 있다든가, 이런 여러 가지 보호장치가 있습니다.

미국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영국은 변호사 특권을 인정해서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있고요. 독일은 우리랑 법제가 비슷하긴 하지만 형사소송법에 직업과 관련된 증언거부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ACP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고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와 대조적으로 특권이 비밀유지 의무라고 해서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외국의 특권과 다른 것 아니냐, 그리고 우리도 그런 점에서는 특권에 해당하는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변호사가 아예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인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점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변호사 비밀유지권 관련해서 변호사님께서는 어떤 의견이십니까.

▲남승한 변호사= 비밀유지 의무만 인정하는 것보다는 비밀을 유지할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아무래도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변호사가 편리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고요.

의뢰인이 변호인과 상의를 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이 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저것을 공개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는 점, 그리고 변호인으로서도 본인이 스스로 나중에 비밀을 유지할 의무뿐만 아니라 비밀을 유지할 권리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상담을 할 때 훨씬 더 폭넓고 자유로운 상담 내지는 조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변호인이 어떤 자료 등을 제공하거나 상담했는데 나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법정에서 공개되는 것을 보면 변호인으로서는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위축돼서 자문을 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합니다.

또는 변호인이 자문을 하면서 통상 보수적인 자문을 하기도 하는데, 보수적인 자문을 한 결과가 오히려 본인의 의뢰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되거나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변호인이 아주 자유로운 자문을 하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점,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유지 의무뿐만 아니라 유지권까지도 인정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지적이나 말들이 나오는 만큼 대안 마련은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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