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나 표시·광고법으로 처벌 어려워... 뒷광고 규제 '인플루언서법' 제정 필요

▲유재광 앵커= ‘유튜버 뒷광고’ 얘기 계속해 보겠습니다. 앞서 리포트를 보도한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게 유명 연예인부터 구독자 수백만명을 보유한 문복희 등등 유명 유튜버들이 업체로부터 거액의 협찬비나 광고비를 받고 제품이나 물건을 홍보해줬으면서도, 그게 아닌 것처럼 입을 싹 씻고 자기가 직접 사서 써보니 먹어보니 좋더라, 이렇게 했다는 거잖아요. 이거 사기죄에 해당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네티즌들의 반응이 딱 그렇습니다. 사기로 번 돈 범죄수익으로 다 뱉어내게 하고 형사처벌해야 한다, 이런 격한 반응들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기죄 성립이나 처벌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앵커= 왜 그런 건가요.

▲기자=일단 사기죄를 규정한 형법 제347조 1항을 보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기망이라는 말은 누군가를 속인다는 뜻인데 여기서 일단 기망은 논외로 하더라도, 유명 유튜버들을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로 볼 수는 없습니다.

시청자들이 유튜버들에 속아 물건이나 제품을 구입했다 하더라도 유튜버들에 직접 돈을 지급한 게 아니어서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광고주나 업체로부터 유튜버들이 돈을 받고 돈을 안 받은 것처럼 시청자들을 속였다 해도 형법 제347조 1항으론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앵커= 사기죄 처벌 다른 조항은 더 없나요.

▲기자= 형법 같은 조 2항은 “전항의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하고는 있습니다.

돈을 준 광고주나 업체의 물건을 구입했다면 제3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엔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관련해서 우리 대법원은 사기죄 기망행위 성립에 대해 “일반적인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수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남을 속인 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돈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수인될 수 없는 정도의 기망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판단을 해야 하는데요. 그 정도의 적극적인 기망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원산지나 성능이나 효능을 허위로 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돈 받은 사실을 제대로 고지 안 한 것만으로는 사기죄 처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입니다.

▲앵커= 광고 관련한 법안으로는 처벌할 수 없나요.

▲기자= 광고와 관련한 것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요.

이 법 제3조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 조항 1항은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ㆍ광고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그러면서 금지되는 광고로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적인 표시·광고 이렇게 4가지를 적시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전부 광고 내용에 관한 것들입니다. 거짓이나 과장, 비방 등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건데요. 쉽게 말해 광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처벌을 하는 거지, 돈 받고 하는 광고인지 알리지 않은 자체는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광고법 위반으로도 유튜버 뒷광고를 처벌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앵커= 그럼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이런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한 마디로 돈 받고 하는 것이면 광고나 협찬 받고 방송하는 것임을 시청자들이 쉽게 알 수 있게 고지된 상태에서 방송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면 안 되고 유료광고다, 대가성 광고다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표시문구를 게시물 제목 등에 삽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는데요. 이를 위반할 경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딱히 위반 행위를 규율할 법안이 현재는 미비해 처벌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다만 공정위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한 만큼 유명 유튜버들이 “광고방송인지 알려야 하는지 몰랐다” “어디다 어떤 식으로 고지해야 하는지 몰랐다” 이런 식으로 피해가기는 어려워진 만큼 뒷광고 억제 효과는 일정 부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은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앵커= 그래도 법적으로 좀 명확하게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지난 20대 국회에서 당시 미래통합당 원유철 의원이 인플루언서들이 대가성 광고를 한 경우 이를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인플루언서법’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유명인의 뒷광고에 대한 규제 규정이 전무해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안 발의 취지인데요.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인터넷 유명인’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돈이나 협찬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경우 전부 처벌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별 진척을 보지 못했고 회기만료로 자동폐기됐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해보니 21대 국회에선 아직 관련 법안은 발의된 게 없습니다. 관련 법 발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진봉 교수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결국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법적제도 장치가 있어야 된다, 즉 뒷광고 같은 시청자나 이용자를 속이는 형태의 광고행위는 시청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으로 제재를 해서 규제를 해서 법적 규제를 해서 시청자들이 올바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최 교수는 법적인 제도 마련과는 별개로 유명 유튜버들이 스스로 그 막강한 영향력에 걸맞게 행동해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습니다.

▲앵커= 인플루언서니 유튜브 뒷광고니 어쨌든 세상이 많이 바뀌긴 바뀐 것 같은데, 세상이 바뀌었으면 그에 맞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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