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 스포츠 정책 청산하고 스포츠 인권 명시 스포츠기본법 제정해야"

▲유재광 앵커= '최숙현법'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 입니다. 법안 통과까지 그동안 경과부터 살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고 최숙현 선수가 사망한 지 40일 만에 체육계 폭력 근절방안을 담은 ‘최숙현 법’이 어제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유일하게 여야 모두 표결에 참여해 통과됐습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이고요. 소관 상임위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입니다. 

국회는 어제 오후 본회의를 열고 성폭력 등 폭력 체육지도자의 자격정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최숙현법'을 통과시켰는데요. 이 최숙현법은 7월 27일 문체위에 상정됐고, 이틀 뒤인 7월 29일 문체위 체육관광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법률안 심사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소위 다음날인 7월 30일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어 소위심사보고를 받고, 대안을 가결했습니다. 

▲앵커= 대안을 가결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최숙현법'이라고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여야를 막론하고 11명의 의원들이 12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는데요. 내용이 중첩되는 것도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도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법안들을 다 모아 국회법 제51조에 따라 위원회 대안으로 제안한 건데요. 

국회법 제51조 1항은 “위원회는 그 소관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법률안과 그 밖의 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돼 있고, 같은 조 2항은 “제1항의 의안은 위원장이 제안자가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위원회 대안으로 가결한 것입니다.

▲앵커= 앞서 어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 최숙현법이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라는 내용 전해드렸는데, 상임위 때부터 이 법은 여야가 협업을 한 거네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제안자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 돼 있는데요. 

법안은 대안의 제안이유를 “체육계 성폭력 등 폭력에 대한 예방조치 및 가해자에 대한 강화된 제재 근거의 마련,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보호 강화,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권한 강화 등 체육인의 인권보호 보호 시책에 관한 각 개정안의 내용을 정리하여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8월 3일 법사위는 문체위 대안을 체계자구검토를 거쳐 수정가결했고요. 어제 본회의에서 재석 274명 가운데 찬성 270명, 기권 4명으로 법안 통과. 반대는 1명도 없었습니다. 

▲앵커= 기권한 4명은 누구고, 무슨 이유로 기권했는지 궁금하네요. 암튼 법안 주요 내용 다시 한번 간략하게 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네, 국민체육진흥법 목적에서 ‘체육을 통한 국위선양’을 삭제하고 ‘체육인 인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을 추가한 점이 가장 상징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각론은 크게 두 갈래인데요. 첫 번째는 체육 지도자의 자격 당연취소 사유 확대와 함께 자격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5년까지로 확대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 내용입니다. 

다른 하나는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한 보호와 실질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고요. 문체부 산하에 독립법인으로 스포츠윤리센터를 둬서 직권조사권과 징계요구권을 부여하는 한편 공무원 파견 요청권도 함께 부여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국가기관 인력을 파견받아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문화체육부장관이 매년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발표하도록 하고, 체육계 인권침해 및 스포츠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습니다. 

그 밖에 이번 고 최숙현 선수 사건에서 불거진 것처럼 무자격자들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수체력 및 건강을 위해 선수관리담당자를 별도로 둘 경우 통합체육회 지부 등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 등도 만들었습니다. 

▲앵커= 법안 내용 전해드렸는데, '고 최숙현 선수 사건 대책위'에서 성명을 냈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국가주의 스포츠를 뒷받침 해온 정책과 제도, 관행 등을 혁신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이라는 미봉책에 그치지 말고 스포츠 인권을 명시한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관련해서 스포츠윤리센터에 징계요구권을 부여하긴 했지만 징계권 자체는 여전히 체육회와 종목 단체가 갖고 있어 가해자 처벌이 유명무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옵니다. 

▲앵커= 심석희 선후 성폭행 등 스포츠계 만연한 폭력, 어떻게 보시나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윤수경 변호사=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업팀 운동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선수 33.9%는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5.3%는 신체폭력을 겪었으며, 11.4%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신체폭력의 경우 응답자의 8.2%가 '거의 매일 맞는다'고 응답했는데요. 폭력 가해자로는 남자 응답자들은 주로 선배로부터, 여자 응답자들은 코치가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체폭력을 당해도 67.0%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요. 

신체 폭력에 대응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보복이 무서워서'가 26.4%로 가장 많았고요. 이어 '상대방이 불이익을 줄까 걱정되어서' 23.1%,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몰라서' 2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역시 2016년부터 팀 닥터와 감독, 선배들로부터 구타와 폭언 등에 시달리면서 지난 2월부터 대한철인3종협회와 대한체육회 등 여러 단체에 가혹행위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 선임 연구의원은 "스포츠 분야 성폭력 및 폭력 사건은 다른 분야와 달리 몸을 매개로 하는 활동이 가지는 특성"으로 "선수와 지도자 간의 위계적인 구조, 체육 권력 등이 결합해 일상성, 지속성, 폭력성 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복되는 체육계 폭행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최숙현법 뿐만 아니라 체육계가 자발적으로 나서 선수 인권 침해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다른 분야의 법이긴 하지만 '태완이법'도 '민식이법'도 그렇고, 이번 고 최숙현 선수의 이름을 빌려온 '최숙현법'도 그렇고 꼭 누가 죽어야 법이 생기는 건지, 안타까운 생각이 드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