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서 편도 수술받은 뒤 뇌사 빠져 사망... '수술실 CCTV' 논란 재점화

[법률방송뉴스] 오늘(3일) 'LAW 투데이'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의료사고 관련 '수술실 CCTV 설치' 문제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라며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등 의료사고 방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는데요.

먼저 의료소송 관련한 실제 케이스와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 전해드리겠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6년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던 당시 25살 권대희씨가 과다 출혈로 사망합니다.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던 중 과다 출혈로 중태에 빠졌고,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약 한 달 뒤 끝내 숨졌습니다.

권대희씨의 부모와 형은 병원 측의 과실로 권씨가 숨졌다며 수술을 한 성형외과 원장 등 3명을 상대로 5억 3천5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권씨를 수술한 의사가 당시 여러 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다가 수술실을 나갔고, 출혈이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권씨가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된 상태로 있다가 중태에 빠져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유족 측의 주장입니다.

성형외과 원장은 하지만 재판에서 "의료행위에서 예상 외 결과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개인 성형외과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권씨가 사망한 것은 안타깝지만,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로 병원이나 의사에 과실이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취지의 항변입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 심재남 부장판사)는 하지만 지난해 5월 병원 측 주장을 기각하고, 피고들이 4억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병원 측 과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같은 판결엔 당시 수술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CCTV에 권씨가 지혈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에게 장시간 방치되어 있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겁니다.

"권씨를 수술한 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해 지혈 및 수혈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만일 권씨가 장시간 방치돼 있던 수술실 CCTV 영상이 없었다면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로, 수술실 CCTV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나금씨 / 고 권대희씨 어머니]
"수술실 CCTV가 사회적 약자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고요. 저는 이게 하루빨리 이뤄져야만이 그나마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정의롭게 균형을 맞추는 시작이 되지 않겠나..."

실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의료사고 손해배상 청구소송 가운데 원고가 전부 승소한 사례는 1% 안팎에 불과합니다.

의료진 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비율도 전체 소송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유족들 입장에선 정말 억울해서 소송을 냈을 텐데, 일부라도 이긴 경우는 10건 가운데 2건 정도밖에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정보를 병원이 갖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의 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부담하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재판인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 / 법률사무소 해울]
"입증, 옛날에는 단순히 권리의 근거요건 사실만 입증을 하면 됐는데 그 중에서도 오진이나 오처치, 그런데 이제는 다 입증을 하라고 그래요. 그래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지난 5월 법률방송이 단독보도한, 장염 증세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입원 당일 심정지로 숨진 11살 '지환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멀쩡하게 걸어서 입원한 아이가 왜 입원 당일 숨졌어야 하는지, 부모는 억울하고 또 억울하지만,

[곽재헌(41)·서지현(가명·41)씨 / 지환이 부모]
"사고가 나서 애가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는데 수술이 늦어졌다든가 이런 것도 아니고, 본인이 혼자 병실에서 대소변까지 다 보고 혼자서 다 움직이고 하던 아이가 갑자기 심정지가 와서 죽은 것이잖아요. 그러면 병원에서 뭔가 왜 이렇게..."

병원 측에서 "우리 과실은 없다. 잘못이 있다면 부모들이 입증해 보라"고 나오면 부모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습니다.

[A종합병원 관계자]
"안타깝게 사망을 했습니다. 자, 그 장소가 병원이에요. 만약에 지환이가 조금 상태가 괜찮아서 집에 있었다고 하면 집에서 사망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런 것으로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이런 가운데 청와대 홈페이지엔 지난달 21일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수술실 CCTV 설치 등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고 김동희군 아버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일 경남 양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편도 제거수술을 받다 '특이 케이스'로 출혈을 일으킨 김군.

계속 고통을 호소하다 수술 닷새 뒤인 10월 9일 엄청난 피를 토하며 의식을 잃고 심정지가 온 뒤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김군은 결국 5개월 뒤인 지난 3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김군의 아버지는 이에 "저는 거대 병원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술실 CCTV가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함과 무력함,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강률씨 / 고 김동희군 아버지]
"CCTV가 있었으면 저희 아기 같은 경우에는 지금 수술을 누가 했느냐 그리고 마취를 어느 시점에 했느냐 이런 부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없으니까 수사 하시는 분들도 힘드신 것 같고 저희가 이렇게 주장을 하려고 해도 '(수술실) 안에 없었으니까 어떻게 아느냐' '심증만으로 얘기하지 마라' 이런 식이니..."

김군의 아버지는 "철옹성 같은 의료권력"과 "책임 회피를 위한 잔혹할 정도의 뻔뻔함"을 깨뜨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와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인재 변호사 /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대표]
"CCTV가 있으면 CCTV를 보고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죠. 사실상 진료기록의 기재가 없는 경우에 제3자 입장에서는 평가를 할 때 사실을 알 수가 없으니까 그게 사실 제일 어려운 영역이죠. 기록만 보고 하니까. 그게 가장 어떻게 보면 소송할 때 입증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죠."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선 연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 등에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번번이 자동 폐기됐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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