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1천200만원 이하는 일 안하고 실업급여 받는 게 낫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딜레마
소득 1천200만원 이하는 일 안하고 실업급여 받는 게 낫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딜레마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07.28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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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이냐 기본소득이냐... 양자택일 프레임 안 돼"
"기본소득 도입 없이는 전국민 고용보험 불가능... 함께 가야"

▲유재광 앵커=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 쟁점과 대안' 국회 토론회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앞서 리포트를 전해드린 장한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토론회에 예산과 재정, 노동과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이례적으로 전부 다 참석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3선 의원을 지낸 유승희 전 의원이 만든 사단법인 '포용사회연구소' 창립 포럼으로 열린 토론회인데요. 말씀하신 대로 정성호 국회 예결특위위원장,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옥주 환경노동위원장이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리고,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전폭적으로 토론회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입니다.

토론은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로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유종성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김태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포용복지연구단장과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국회에선 기본소득 연구모임을 만들고 기본소득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소병훈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앵커= 토론회에선 어떤 말들이 나왔나요.

▲기자= 토론회 개최 취지의 큰 줄기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로 보여 졌듯, 기존 전통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으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각론에선 한계와 우려되는 점, 대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선별소득 보장과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맡은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의 발제문을 중심으로 말씀드리면 '선별보장 소득'은 그것대로 기능을 하게 하되, 기본적으로 보편적 복지, 기본소득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한 건가요.

▲기자= 강남훈 교수는 이런 예시를 들었는데요.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인구는 4천만명 정도 되고 최근 연간 실직자는 약 200만명쯤 된다고 합니다.

이를 4천만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면, 실직자나 대기업 정규직이나 다름없이 월 5만원씩이 지급됩니다. 1년 기준 60만원이 됩니다. 그런데 전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24조원이 있으면 200만명의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을 지급할 수 있고, 1년 기준으로 하면 1천200만원이 됩니다.

여기서 어느 것이 더 정의롭고 효율적이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앵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후자가, 고용보험으로 실직자에게 급한 생계비를 주는 게 더 정의롭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이런 식으로 전국민 고용보험과 기본소득을 대립시키는 프레임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말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런 식의 프레임은 기본소득을 좌초시키려는 일종의 '사기극'에 불과하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지적입니다.

▲앵커= 어떤 점을 근거로, 이게 왜 사기극이라는 건가요.

▲기자= 일단 두 제도는 목적과 대상이 뚜렷이 구별되는 제도라고 강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취업했다가 실직한 사람들에게 한시적으로 비교적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이고,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최소한의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재원으로, 전자는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고, 후자는 국민들이 납부한 '세금'을 재원으로 합니다. 제도의 취지와 목적, 적용 대상, 재원 마련 방안이 전혀 다른 두 제도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지적입니다.

두 제도는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고 서로 보완적인 제도라는 건데요. 가난한 사람이 돈을 많이 받는 것이 정의롭다고 한다면 실업급여만 받는 것보다 기본소득을 함께 받는 것이 훨씬 더 정의롭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말입니다.

▲앵커= 무슨 말인지 취지는 알겠는데, 재원 마련 방법을 떠나, 어쨌든 앞서 예시한대로 24조원의 예산 밖에 없고,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고용보험을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게 또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주장입니다. 그 근거로 강남훈 교수는 2018년 우리나라 국민들의 총소득 분포 자료를 가지고 설명을 했는데요. 이게 좀 복잡한데 최대한 쉽게 압축하면, 우리나라 소득분위 34%의 사람들의 연소득은 1천137만원이라고 합니다.

근데 앞서 말한 대로 전국민 고용보험이 돼서 24조원을 가지고 200만명의 실직자들에게 한달 평균 100만원씩 실업급여를 지급하면 연간 1천200만원이 됩니다. 소득 34%까지는 일을 안 하고 놀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게, 일하면서 받는 돈보다 더 많은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른바 '복지함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약 1천만명의 사람들이 복지함정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복지제도 설계자의 관점에서 보면 도덕적 해이이고 경제적 저항이지만, 소득 역전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말입니다.

▲앵커= 그럼 이걸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경제학 용어로는 '사중손실'이라고 하는데요. 1천200만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34% 분위까지의 소득자들이 소득활동을 중단하면 국민소득 차원에서 보면 46조원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지적입니다.

24조가 실업급여로 들어가고 거기서 또 46조의 추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경제적 비용을 계산할 때에는 실제로 지급되는 비용뿐 아니라 소득활동 중단으로 인한 사중손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강남훈 교수는 그러면서 전국민 고용보험 실시로 사중손실이 증가하면, 기업은 사중손실 발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애초 고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실업급여는 실업급여대로 갈수록 떨어지는 귀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사중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소득보장 정책으로, 기본방향은 기본소득 지급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강남훈 교수의 주장입니다.

▲앵커= 그렇다고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하지말자고 할 수도 없고, 일종의 딜레마 상황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기자= 네, 이와 관련해서 '기본소득은 복지국가의 적이 아니라 구원투수이다'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맡은 유종성 교수의 발표문이 눈에 띄었는데요.

유종성 교수도 "전국민 고용보험이 먼저냐 기본소득이 먼저냐는 잘못 프레임 된 논쟁이 던져졌다"며 "결론부터 말하면 전국민 기본소득 도입 없이 전국민 고용보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전국민 고용보험의 실질적인 도입을 보다 쉽게 할 것이라는 것이 유종성 교수의 주장인데요.

"기본소득으로 일정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소득비례의 소득보험을 그 위에 얹자"는 것이 유종성 교수의 제안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본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소득보험 부담은 줄고, 부담의 형평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유 교수는 말했습니다. 역시 주제발표를 맡은 오건호 위원장은 기본소득을 '전국민 사회보장' 개념에서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상당히 어렵네요. 강남훈 교수가 전국민고용보험과 기본소득, 사과와 토마토 중에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프레임은 안 되고, 양심적인 과학자라면 사과와 토마토 둘 다를 먹어야 한다고 말해야 되 했다는데, 기본소득 도입 논의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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