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012년 이어 세번째 발의... "손해산정액 최대 3배 징벌배상 부과"

▲유재광 앵커= 악의적인 허위·왜곡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앞서 리포트를 했던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하는데 법안 내용부터 보고 갈까요.

▲기자= 네, 법안 정식 명칭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줄여서 ‘언론중재법’이라고 하는데요. 지난달 9일 발의됐는데 개정안 내용 자체는 간단합니다.

이 법 제30조1항 ‘손해의 배상’ 조항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제30조의2 ‘손해배상 책임’ 조항을 신설하는 것인데요.

내용은 “법원은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제30조1항에 따른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다”입니다.

쉽게 말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가 5천만원 정도 된다고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 그 3배인 1억5천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앵커= 법안에 ‘악의적’이라고 표현이 돼 있는데, 악의적은 언론사가 뭘 어떻게 해야 ‘악의적’이라고 판단하는 건가요.

▲기자= 네, 개정안 같은 조 2항은 “제1항에서 악의적이란 허위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왜곡보도를 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4가지 전제가 있는 건데요. 허위사실일 것, 허위사실인지 알고도 썼을 것, 그 목적이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목적일 것, 왜곡보도일 것 등 이 4가지 조건들이 충족돼야 ‘악의적’이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가짜뉴스인지 인지하고도 상대를 물어뜯을 심산으로 허위왜곡 보도를 했을 경우 악의적 보도로 간주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내리자는 취지입니다.

▲앵커= 징벌적 손해배상법이 발의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기자= 네, 2004년과 2012년 두 차례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는데요.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언론단체 등의 반발에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번에 법안을 대표발의한 정청래 의원이 지난 2012년도에도 같은 취지로 발의했다는 건데요. 낙천이나 낙선되지 않고 당선돼 국회로 살아 돌아오면 거의 어김없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법안을 발의한 겁니다.

정청래 의원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미국의 경우 위법성, 의도성, 악의성이 명백한 경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실효성 있는 구제 제도를 확립하고자 함”이라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습니다.

▲앵커= 정청래 의원과 직접 통화를 했죠, 뭐라고 하던가요.

▲기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법 발의와 관련해 정청래 의원은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몇몇 언론들이 '아니면 말고 식' 허위보도, 가짜뉴스로 피해자에게 손해를 일으키고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그러면서 “기사에 대한 책임의식을 높이고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봐도 허위 조작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81%의 국민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법안이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법안이 8년 만에 다시 발의된 건데,  찬성하는 쪽 의견을 좀 들어볼까요.

▲기자= 네, 찬성쪽 의견을 보면 여러 차례 언급됐지만 언론이 아니면 말고 식, 나아가 목표와 의도를 가지고 악의적으로 상대를 물어뜯고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한 번 그런 허위 왜곡 보도가 나가면 ‘스노우볼 이펙트'(Snowball Effect), 이른바 ’눈덩이 효과‘라고 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는 건데요.

이를 방지하려면 애초 악의적 허위 왜곡 보도를 못 쓰게 이른바 ‘위하력’을 부과해야 하고, 그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찬성 쪽의 주장입니다.

▲앵커= 반대쪽 의견은 표현의 자유 억제, 이런 걸텐데 어떤가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의 입장입니다.

기자협회는 또 ‘악의적 보도’, ‘왜곡보도’ 같은 단어가 실체적 개념이 불분명하고 객관적 기준이 없어 자의적 판단과 공정성 침해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3개 단체는 현재 이 같은 의견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상태입니다.

▲앵커= 찬반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네요.

▲기자= 네, 반대쪽 주장에 대해 찬성쪽은 우리 법원은 현재도 언론에 대해 ‘위법성 조각 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악의적’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우려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악의적’의 개념을 3중, 4중의 전제를 깔아 정말 악의적인 허위 왜곡 보도만 악의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는 반박입니다. ‘악의적 왜곡보도’로 인한 개인과 사회가 입는 혼란과 피해와, ‘언론 자유 보장’이라는 법익과 비교할 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찬성쪽의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반대쪽은 지금도 정정보도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피해가 있다면 구제받을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입법하는 건 과잉입법, 과잉규제라고 재반박하는 등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기자협회는 그러면서 이미 ‘무리한 입법’이라는 비판 속에 두 차례나 입법이 무산됐는데 법안이 다시 발의된 데 대해, 개정 목적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큰 의구심이 든다고도 말했습니다.

▲앵커= 이거는 뭐 중간은 없어 보이네요.

▲기자= 네, 일단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40개 나라 가운데 언론 신뢰도가 21%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도 22%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보고서를 무조건 신봉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언론들이 누리는 자유와 권한에 비해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나, 돌아봐야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일단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해선 개정법의 명확성, 구체성 확보를 전제로 언론환경 개선을 위해선 필요하다 이런 의견이 있고요.

다만 언론사에 대한 무차별적 소송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의 ‘부당소송금지법’처럼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지속적·악의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 법원이 소 제기 자체를 금지하는 ‘사전소송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힘있는 사람이나 기관들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이른바 ‘봉쇄소송’을 냈다가 반소가 인정되는 경우 거꾸로 소송을 낸 쪽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법안 도입의 궁극적 목표는 언론에 대한 제재 또는 징벌이 아니라 언론환경 개선이라는 데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언론도 언론이지만 특히 언론법의 적용을 안 받는 유튜브 개인채널들은 어떻게 규제하고 규율할 것인지 이것도 반드시 같이 논의가 됐으면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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