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피해 손배소송 하려면 실명·주소 다 공개해야... 사실상 봉쇄, 대안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손배소송 하려면 실명·주소 다 공개해야... 사실상 봉쇄, 대안은
  • 유재광 기자, 남승한 변호사
  • 승인 2020.07.20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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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처럼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경우 민사소송도 가명 가능하게 해야"
"손해배상액 하한액 높게 산정, 입증책임도 피해자 아닌 가해자에게 전환"

▶유재광 앵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관련한 얘기해 보겠습니다. 남 변호사님,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을 총체적으로 담당하는 기구가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에 2018년 4월 30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설치되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상담, 삭제지원, 수사지원, 법률 및 의료지원 연계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원현황이나 통계 같은 게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센터의 2020년 상반기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2천101명의 피해자에게 상담・삭제지원, 수사지원 등 총 3만5천995건의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중 삭제 지원이 3만1천32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는데요. 

2020년 상반기 지원센터를 찾은 피해자 2천101명은 전년도 같은 기간 916명에 비해 약 1.8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올해 초 n번방 사건 등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증폭되면서 덩달아 센터를 찾는 피해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남승한 변호사= 나이를 밝힌 피해지원 요청자 가운데 20대가 26.3%로 가장 많았고, 특히 10대가 25.5%로 전년도 같은 기간 11.5%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는데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증가가 우려 되는 대목입니다. 

피해지원 요청을 하면서도 나이를 밝히지 않은 경우가 36.3%로 나타났습니다. 혹시라도 신상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나이를 밝히지 않은 것인데요. 그 외 30대가 8%로 나타났고, 40대 이상은 3%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슨무슨 대학 누구, 무슨무슨녀, 이런 식의 제목을 달고 10대와 20대 여성들이 디지털 성범죄 주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 유형은 어땠나요. 

▶남승한 변호사= 성적인 촬영물 유포가 35.8%로 가장 많았고, 유포 협박이 13.2%, 유포 불안이 15.6%로 유포 관련한 피해 호소가 64.6%를 차지했습니다. 불법촬영 피해 호소가 15%, 이른바 '지인능욕'으로 불리는 사진합성이 3.9%로 불법 촬영과 유포가 대부분이었는데요. 

그 외 스토킹이나 데이트폭력,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 호소 등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게 가장 중요한 게 영상물의 신속한 삭제인데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기술적으로 설명하려면 상당히 복잡한데 일단 'DNA 필터링' 이란 기술을 활용합니다. DNA 필터링은 자막이 들어가거나 영상이 가공되거나 화질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고유한 값인 DNA를 이용하여 목표한 자료는 찾아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특정 피해자가 나오는 영상물을 특정해 찾아내는 기술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관련해서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간 ‘공공 DNA DB’를 구축했고요. 불법 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의 영상물을 통합 관리하면서 불법 촬영물이 게재된 사이트를 파악해 필터링 등에 활용하고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근데 이게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삭제한다고 해도 퍼지는 속도가 더 빠르지 않나요. 

▶남승한 변호사= 그렇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촬영과 유포 등 가해 행위가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데요. 피해 촬영물이 한번 온라인 공간에 유포되면, 이후 재유포되는 속도와 범위를 사람의 힘으로 모두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를 따라잡기 위한 기술 개발이 늘 숙제입니다. 

▶앵커= 디지털 성범죄 형사처벌 얘기는 앞에서 다뤘는데, 이거 유포한 사람이나 본 사람들 상대로 민사소송 같은 건 할 수 없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성착취 이미지가 한번 유포되면 다운받아서 소지하고 있는 가해자가 몇 명이나 될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 가해자를 하나하나 특정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특정을 한다해도 손해배상 소송 등을 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는데요.

형사소송 같은 경우는 가명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민사소송의 경우 실명으로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요. 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피해지원 요청하면서 나이도 밝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마당인데, 실명으로 그것도 주소를 밝혀서 소장을 내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판결문에 나중에 원고의 주소나 이름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소송을 낸다고 해도 이 손해액을 입증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가장 어려운 건 대부분 이런 손해는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가 되는데 이 위자료의 액수를 산정하기가 어렵고요.

또 경우에 따라서는 영상을 본 가해자들이 내가 유출한 것이 아니라 다른 유출에서 비롯된 손해다, 손해가 여러 곳에서 유출되거나 유포되기 때문에 등의 방어를 한다면 이를 깨고 또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아무래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게 그럼 정신적으로 정말 고통스러울 텐데, 민사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없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래서 이런 점을 고려해서 손해액 산정과 관련된 특별 규정이나 특별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손해배상액의 하한을 설정하는 것 같은 것을 고려하고 있는 건데요.

하한액이 크면 클수록 성착취 영상물에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가 좀 줄어들지 않겠나, 소위 말하는 '위하력'이 높아지지 않겠나 하는 것인데요. 손해배상액의 하한을 두고 하한을 높게 설정하는 방법 같은 것을 고려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앵커= 다른 방법은 또 뭐가 있을까요.

▶남승한 변호사= 손해배상액 산정만 가지고 좀 어려울 수가 있으니까요. 아까와 같이 '나 때문에 발생한 손해가 아니다' 라고 얘기할 경우에 입증책임을 좀 전환한다든가 하는 점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고요.

그 다음에 손해배상액의 하한 말고도 법원이 재량으로 고려한 손해액을 일응 산정하는 방법,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에 하는 방법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간 성범죄 관련해서 특히 이런 촬영 관련 범죄와 관련해서 낮은 형량이 선고되거나 이랬던 점을 개선해야 할 것 같은데요. 판례 중에는 '기망에 의한 촬영'을 '의사에 반한 촬영'으로 보지 않는 것도 있고 이랬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좀 바뀌어야 될 것 같습니다.

또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 이렇게 조문이 되어있다 보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가슴이나 허벅지 부위를 촬영한 경우에도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있었지 않습니까. 이런 점을 감안하면 법조문의 이런 표현도 좀 고쳐져야 될 것 같긴 합니다.

▶앵커= n번방 방지법이라고 제정은 일단 됐는데 조금 더 개선이 필요하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남승한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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