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를 '명의'로 착각, 병원 의존 키워... 의료체계 왜곡, '시장의료' 가속화"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그동안 8차례에 걸쳐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문제점에 대해 보도해 드렸는데요. 이게 비단 한양대병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합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다른 대학병원 의사들은 의사 인센티브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계속해서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권성택 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른바 '빅 5 병원'들을 포함해 대학병원들에서 크든 적든 어떤 식으로든 의사들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권성택 서울대병원 교수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그 자체가 계산방식은 병원마다 굉장히 달라서 뭐라고 얘기하기는 힘든데 큰 병원에서 '빅 5' 내지는, 아니면 빅 5 아니더라도 대학병원에서 진료 실적이 좋으면 월급에 더 보태주는 형식이에요. 그것을..."

유명 대학병원 의사 정도 되면 돈 얼마에 생활이 좌지우지되지는 않지만, 전임교원 전환이나 승진 등 인사 문제와도 연관돼 있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병원과 학교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권성택 교수는 말합니다.

[권성택 서울대병원 교수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무슨 문제가 생기냐 하면 교수가 진급을 해야 하고 전임교원으로 전환도 해야 하고 이런 문제가 생길 적에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으로 그렇게 넘어가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거예요. 그 인센티브를 돈보다는 교수 진급이나 이런 인사에 반영을 하게 된다는 얘기가 많아서 결국 그게 문제가..."

공공운수노조 김태엽 서울대병원 분회장도 의사 성과급제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은 '선택진료비'는 폐지됐지만, 암암리에 성과급 형식의 인센티브는 계속 지급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태엽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장]
"특히 의사 성과급제를 부추겼다는 선택진료비가 폐지가 됐잖아요. 다른 병원은 모르겠는데, 서울대병원 같은 경우에는 '진료 기여 수당'이라고 바꾼 게 있었어요. 의사 성과급제 관련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아마 암암리에 병원도 사실 자료를 공개를 안 하고 있어서..."

그러면서 이른바 '닥터 쇼핑'과 '진료비 상승'의 주범이라는 선택진료비가 폐지됐지만, 정작 진료비가 체감할 정도로 떨어졌냐고 반문합니다.

[김태엽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장]
"(선택진료비를) 없애긴 없앴는데 그렇다고 하면 환자들이 체감하는 진료비가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료비가 떨어졌느냐, 그렇게 진료비가 많이 인하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리고 분명히 의사들에 있어서도 소득이 준 것 같지도 않고. 그럼 뭔가 다른 방법으로 급여를 보완을 해줬을 텐데, 그게 과연 무엇인지를 사실은 다 꽁꽁 숨기고 있고 다른 국립대병원도 마찬가지고..."

국립대인 서울대병원이 그럴 정도인데, 다른 사립대 병원이나 그보다 지명도가 떨어지는 병원들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병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에 진료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는 게 당연한 일처럼 됐다고 털어놓습니다.

[A 대학병원 교수]
"요즘은 이게 보편화돼서 저희는 성과급제로 대표되는 그런 수익, 의료기관 경쟁이 심해지니까 어찌됐든 수익 중심으로 하고 돈 버는 것만 투자하고 개인에 대해서는 월급이지만 과에 대해서는 과에 대한 투자, 지원, 이런 게 엄청나게 내놓고 차이가 심하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사가 환자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것이 A 교수의 고백입니다.

[A 대학병원 교수]
"그러다 보니까 어차피 우리나라가 공공의료라고 하지만 전형적인 상업의료인데 돈 되는 과와 돈 되는 행위 중심으로 의료 행위가 왜곡이 되고 그런 게 심하죠. 자기검열, 돈 안 되는 거 환자 빨리 많이 봐야 하고 검사 필요없는데 다 내야 하고 이런 영향을 다 받죠."

이런 왜곡은 필연적으로 과잉진료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위원장]
"진료를 해서 매출이 올라가면 거기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주게 되면 매출을 올리려고 할 거 아니에요, 사람이. 그럼 당연히 과잉진료하게 되죠. 결론은 과잉진료예요. 누가 봐도 그냥 아주 쉽게..."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의료분야에서 연구실적이나 획기적 치료방법 개발 등 학문적·의료적 공헌도 아니고 '진료비를 얼마나 벌어왔나' 매출 실적에 따라 의사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발상이라는 것이 정형준 위원장의 비판입니다.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위원장]
"어차피 처음부터 인센티브를 준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죠. 소방서나 경찰서에 인센티브 주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화재 진압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인센티브를 준다,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면 감기 환자 보면, 감기 환자면 1~2주 있다가 물 많이 먹고 집에서 쉬고 1~2주 있다가 다시 오라고 해야지 한국처럼 막 항생제 처방하고 스테로이드 주고 이런 나라는 한국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의료 소비자인 환자들은 불필요한 과잉진료하는 의사를 '환자 잘 보는 의사', 과잉진료를 '의료 서비스 향상'으로 받아들이는 착시 현상에 빠진다는 것이 정형준 위원장의 지적입니다.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위원장]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질이 또 향상됐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뭔가 더 많은 처치를 하고 그러면, 뭔가 서비스를 받았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안 해도 되는 것을 해서 결국 불필요한 의료이용에 노출이 되는 것이죠. 안 해도 되는 주사 맞고 안 해도 되는 시술할 필요 없는 거잖아요, 몸에 칼 대는 것인데..."

특히 중환자나 의학의 진보와 발달에 집중해야 할 대학병원들의 의사 인센티브 제도는 우리나라의 의료 체계와 시스템 자체를 왜곡할 위험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합니다.

[권성택 서울대병원 교수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지방에서도 대학병원으로 의료전달체계에서 환자가 계속 썩션(흡입) 되는, 몰리게 되는 현상이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국민성이 큰 병원 좋아하는데 또 '많이 벌수록 월급도 더 준다' 그러고 교수 승진하는 데 또 관여한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또 그럴 거 아니에요. 결국은 의료전달체계를 왜곡하게 되는 그런 현상이 생겨요. 의료전달체계를 왜곡하는 현상이 생기는 게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나아가 근본적으로 의사 인센티브가 결국은 공공재가 아닌 시장중심 의료체계의 산물이자 시장중심 의료체계를 더욱 공고화·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위원장]
"한국은 시장중심 의료이고 다 개업해서 각자 자기가 자영업자로 먹고 살아야 하고 주변 의원들하고 또 무한 경쟁해야 하고 대학병원하고도 경쟁해야 하니까 이런데다가 인센티브 부여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연히 안 해도 되는 수술 하는 것이죠. 안 해도 되는 약 먹어야 하고 안 해도 되는 검사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한국이 전반적으로 내원 일수도 많고 검사도 많이 하고 그런 나라가 된 이유가..."

취재에 응한 한 대학 교수는 병원 복도에 지상파 TV ‘명의열전’에 나온 의사들 사진으로 벽면을 쫙 장식한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사례를 언급하며 "이게 의미하는 게 무엇이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적어도 대학병원부터라도 의사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하고 의사 스스로 인센티브 제도를 거부하는 한편, 과잉진료 논란과 의료체계 왜곡 우려를 해소하고 의료 공공성을 회복·강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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