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혐의 고소한 전 비서를 '피해자'나 '고소인'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
진중권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사과는 왜 하나... 짜고 하는 짓"

/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법률방송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를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 여권 인사들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로 지칭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또는 '고소인'이라는 분명한 용어를 놔두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A씨의 고소 내용과 증언이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전 시장 사망 5일 만에 성추행 의혹에 대해 처음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를 말씀드린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청와대는 (박 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피해 호소인의 고통과 두려움을 헤아려 2차 가해를 중단해달라"고 했다.

이날 오전 A씨 관련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서울시는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말을 썼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차단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피해 호소 직원의 신상을 보호하고... 피해 호소 직원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충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것.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A씨를 ‘피해자’라고 지칭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이 직원이 아직은 피해에 대해서 우리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 없다. 여성단체를 통해 접하고 있어서,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린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 호소 직원’이라는 표현을 이전에 쓴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 내부에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고 조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이런 말을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A씨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사회단체들은 일관되게 '피해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2018년 안희정 정 충남지사에게 1심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고소인 김지은씨를 ‘피해자’라고 불렀다"며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가해자의 혐의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도를 일부러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을 누가(어느 XXX가) 만들었는지, 그분(그XX) 이름 공개하라. 사회에서 매장을 시켜버려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며 이해찬 대표를 가리켜 "피해자는 없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만 있는데, 왜 사과를 하는가. 속지 마라, 저 인간들 사과하는 거 아니다. 지지율 관리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저 사람들, 짜고 하는 짓이다. 조직적으로 그렇게 부르기로 한 것 같다"라며 "얄팍한 잔머리로 국민을 속이려 해? 아주 저질이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라면서 '피해 호소인' 표현을 2차 가해로 규정하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A씨를 '피해자'도 '피해 호소인'도 아닌 '피해 고소인'으로 지칭했다. 이 의원은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자 진 전 교수는 이 의원의 글을 인용하며 "이 의원도 2차 가해에 가담했다"면서 "절대로 피해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공식적으로는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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