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병원 겸임·겸무 해지 시행세칙, 매출액 떨어지는 교수들 병원 근무 제한
대법원 "매출액 증대 부담, 과잉진료 유발... 의대생·전공의에 잘못된 인식 심어"

▲유재광 앵커= 앞서 진료실적 미달을 사유로 한 겸임·겸무 해지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례를 전해드렸는데,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에서 관련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일단 겸임·겸무 해지 규정이 뭔지 다시 설명해주세요.

▲윤수경 변호사= 한양대학교 의료원 겸임·겸무 시행세칙에 의하면 진료부서 교원의 경우 ‘최근 3년간 진료실적 평균 취득점수가 50점에 미달하거나, 소속병원 진료과 전체 교원 평균 취득점수의 50%에 미달하는 자’를 겸임·겸무 해지 심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진료실적이라고 하는 것은 순매출과 순매출 증가율, 환자 수, 다른 병원과의 매출 비교를 기준으로 점수화한 것인데요. 한 마디로 매출 실적 떨어지는 교수는 병원에서 축출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조항 제5조 제1항 2호는 ‘병원의 명예와 경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 자’ 등을 겸임·겸무 해지 심사대상으로 규정했습니다. 매출 못 올리는 교수를 병원 명예와 경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 자와 사실상 같은 취급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앞서 산부인과 교수 사례 전해드렸는데, 이게 비단 이 산부인과 교수 얘기만은 아니죠.

▲윤수경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박모 교수는 1995년부터 정형외과에서 겸임·겸무 명령을 받아 임상 전임교수로 근무하던 중 "진료 실적 점수가 낮고 진료 및 임상교육 등에서의 비윤리적 행위로 병원의 명예와 경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며 2016년 2월 임상 전임교원 겸임·겸무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박 교수는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판단을 구했고, 위원회는 "해당 시행세칙이 교원의 지위를 불합리하게 제한한다"며 해지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한양대는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앵커= 1, 2심 판결 어떻게 나왔나요.

▲윤수경 변호사= 1심 법원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이 위법하다고 보고 원고인 한양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결정이 적법하다”며 한양대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요. 

2심은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역할과 책무에 비춰볼 때 임상전임교원의 겸임해지를 심사하면서 의사의 환자 유치와 매출액 증대 역할에만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조차 인정할 수 없다"며 해당 세칙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학병원 교수에 대한 병원 근무 겸임을 심사하면서 진료실적을 따지는 건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앵커= 대법원도 2심 손을 들어준 거죠.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순매출 등을 평가해 교원을 해지할 수 있게 한 시행세칙은 위법하다"며 “임상 전임교수에게 병원의 매출액 증대라는 심리적 부담을 줘 결과적으로 과잉진료를 유발하거나 의대생 및 전공의 등에게 의학연구 및 의료윤리 등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염려가 있는 시행세칙은 그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고 법령이 정하는 의료교육의 목적과 의사인 교원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대법원은 “‘병원의 명예와 경영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친 자’에 대해 교원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적법하다”면서도 “A씨에게 해당 조항에 따른 해지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앵커= 박 교수는 평소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한양대가 자신을 표적 삼아 병원에서 쫓아냈다며 한양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서 현재 1심이 진행 중인데, 일단 해당 세칙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나왔는데 민사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윤수경 변호사=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따라 박 교수에 대한 대학의 겸임 해지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 교수가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전임교원 겸임·겸무 해지통보 취소 결정을 근거로 해임 기간 동안의 수당 등 손해액을 산정해 지급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대학병원이 매출 떨어지는 교수 병원에서 나가라는 조항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 이거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병원 매출액 등 진료 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해임을 하는 등의 교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병원의 과잉진료를 유발하게 될 유인이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한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도 취하고 있는데요. 진료를 많이 하면 할수록 즉 매출이 높으면 높을수록 소득을 높게 해주는 구조라고 합니다. 

병원의 특히나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는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당연히 과잉 진료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잉진료는 불필요한 검사와 불필요한 약물, 불필요한 처치를 하게 되는 것인데 환자들 입장에서는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자신이 받는 치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알기 어려워서 이 과잉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잉 진단, 과잉 진료는 사회적 낭비, 돈을 쓰게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코로나 19 사태 등으로 병원의 경영난도 심각하다고는 합니다만 이윤 추구에만 급급해서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병원들이 돈벌이에만 열중하는 것 보니 좀 씁쓸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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