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사망,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 vs "사회적 파장 커, 실체 규명해야"

[법률방송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 사건은 이렇게 풀어야 할 여러 의문들과 의혹들이 산적해 있는데요.

과연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지금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이 될까요.

어제 고소인 측 기자회견을 취재한 신새아 기자가 법조계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오늘(14일) 경찰에 두 번째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오늘 오전 A씨를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박 전 시장 사후 A씨를 향한 온·오프라인에서의 2차 가해 관련 조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앞서 지난 8일 고소장 접수 당일 오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으며 꼼꼼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 고소인 법률대리인(어제)]

“7월 8일 오후 4시 30분경에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고소장을 접수한 직후부터 그 다음날 즉 7월 9일 오전 2시 30분, 새벽 2시 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 조사를 마쳤습니다.”

이와 관련 고소인 측은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라며 “경찰은 지금까지 조사된 결과라도 우선 발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확보된 증거와 진술만으로도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가 넉넉히 인정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입니다.

[고미경 상임대표 / 한국여성의전화(어제)]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하지만 경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찰의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한 만큼 검찰 수사지휘를 받아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2015년 4월 성완종 전 의원, 2018년 7월 노회찬 전 의원 등 뇌물 등 혐의로 조사를 받던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가 있고, 모두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이와 관련 검찰사무규칙 제69조는 피의자가 사망하면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수사를 한다는 것은 기소를 전제로 가는 것이고, 기소를 한다는 것은 유무죄 판단에 대한 실체에 대한 어떤 실익을 구할 수 있어야 되는데, 지금같은 상황에는 그 실체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수사의 목적 자체가 달성 불능, ‘원시적 불능’이 되는 거거든요."

반면 검찰 규칙은 그렇게 돼 있지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니만큼 의혹 해소 차원에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현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유명인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고 사망했을 때 그때 그냥 수사를 종결하면 사실은 피해자의 인권 보호 면에서 좀 미흡하다는 그런 여론이 많죠. 그래서 여성단체들이 진상조사를 하자는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 형사사건과 별개로 진상규명 내지는 진상조사 차원에서 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일단 성추행 혐의 피의자인 박 전 시장이 사망하긴 했지만 형식적으로 진상규명이 꼭 불가능한 것만도 아닙니다.

고소인 A씨에 대한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추가 고소나 피소사실 유출 등에 대한 고발 등이 이뤄진 만큼, 관련 사건 수사를 통해 성추행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규명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번 사건 관련 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이 있었다면 사실의 적시인지, 허위사실의 적시인지를 가리기 위해 사건 실체를 먼저 들여다보는 식입니다.

[승재현 연구위원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 사건 자체가 다른 방향에서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거죠. 고소·고발이 있느냐가 그 전제되는 사실의 진실 여부를 따질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여기엔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박 전 시장이 이미 사망해서 실체적 진실규명이 어렵다는 반론이 있는데, 드러난 증거와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실체 판단이 가능하다는 재반론이 있습니다.

[김현 /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문자를 보내고 그런 물적 증거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래서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그리고 과거의 상담했던 그런 다른 서울시 직원들, 그분들 조사를 해야 될 것 같고...”

그럼에도 문자나 사진을 보낸 경위나 맥락 등은 결국 양측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데, 어찌됐든 박 시장이 이미 사망해 피해자 진술과 이를 입증할 자료가 일부 있다 하더라도 정확한 진실 파악은 쉽지 않을 거라는 반론이 여전히 있습니다.

여기에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한 피의사실이나 수사 내용을 공표하는 게 법적으로든 뭐로든 적절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김덕 변호사 / 법률사무소 중현]

“형법 126조 피의사실 공표죄 문헌을 살펴보면요, 피의자의 사망 여부와는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피의자가 사망했다 하더라도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국민 알권리나 공익적 목적을 감안하면 조사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피고소인이 사망한 마당에 ‘공소권 없음’ 규칙을 배제하고 진상규명을 해야 하는지, 한다 해도 실제에 대한 진상규명이 가능할지, 조사된 사실을 발표해야 하는지 등 이번 사건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논란과 주제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소인 측은 다음주에 여성단체 등과 더욱 크게 연대해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하는 2차 기자회견을 예고했습니다.

경찰은 한편 박 전 시장 유족과 일정 협의를 거쳐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성추행 의혹이나 피소사실 유출 등 사건 실체에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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