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 법원행정처 '상고제도 개선 위한 전문가 세미나' 단독 방송 예정

[법률방송뉴스] 앞서 2018년 기준 대법원 상고 사건이 4만 8천건 가까이 돼서, 대법관 1명이 1년 365일 일해도 산술적으로 하루 평균 10건 이상씩을 처리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황당한 현실 전해드렸는데요.

바람직한 상고제도 개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어제(8일) 열린 관련 세미나에선 어떤 의견과 대안들이 나왔을까요. 계속해서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넘어오는 사건은 많고, 대법관 수는 13명으로 제한돼 있고. 어떻게 보면 해법을 위한 산수는 간단합니다.

대법원이 처리해야 하는 상고심 사건을 줄이거나, 대법관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더 많은 법관들이 상고심을 처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민홍기 /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상고심 재판을 받으려는 수요와 상고심 재판을 공급하는 공급, 상호 간에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상고심 재판 받으려는 수요는 많고 또 실제 상고심 재판을 해줄 수 있는 공급은 적고 그러다 보니 수요를 줄일 것인가 공급을 늘릴 것인가..."

일단 상고사건 숫자를 줄일 방법은 '상고 허가제'가 있습니다. 

상고허가제는 대법원이 원심판결 기록과 상고이유서를 토대로 상고 허가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상고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둬서 상고 허가율을 20% 안팎으로 조정하는 식입니다.

세미나에서도 영국·미국 같은 영미법 국가나 독일·프랑스 같은 대륙법 국가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고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정선주 / 서울대 로스쿨 교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상고심을 우리와 마찬가지로 법률심으로 하고 있고요. 그 다음에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은 상고 사건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과 같은 영미법계 국가뿐만 아니라 독일·프랑스·일본과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서도 상고제한 제도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대법관 수가 적은 국가, 예컨대 미국·영국·일본에서는 매우 엄격하게 상고를 제한하고 있고, 대법관 수가 많은 국가, 예컨대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조금 더 완화된 형태로 상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2·12 쿠데타로 전두환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1981년 상고허가제가 도입됐지만, 헌법에 보장된 '3번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지난 1990년 폐지된 바 있습니다.   

세미나에서도 상고허가제는 우리나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실패한 제도로 판명이 난 만큼 상고허가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민홍기 /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이 시점에 상고제도 개선을 논의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지금보다 대법원에 상고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라는 명제에 과연 쉽게 동의를 받을 수 있겠는가. 과연 이러했을 때 선뜻 국민들이 수용하겠는가..."

사법 선진국들이 상고허가제를 실시할 수 있는 배경엔 사법 시스템과 하급심 판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전제됐다며, 우리 1·2심 판결이 그 정도의 충실함과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함윤식 / 법무법인 KHL 대표변호사]
"일반적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법률 전문가가 아닌 당사자 입장에서 '내가 상고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이유는 법률적인 부분은 잘 모르시니까 그것보다는 '사실 문제'입니다. '내가 명백하게 알고 있는 사실관계와 달리 판결·판단이 됐구나'라는 점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관건은 1·2심 재판을 보다 충실하게 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 빈약한 사법예산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선주 / 서울대 로스쿨 교수]
"현재 우리나라는 사법자원도 재정적으로 굉장히 빈약한 상태인데요. 국가 전체 예산의 0.4%뿐이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수치이기도 한데요. 만일 오늘 이 방송을 보고 국회에서 사법부 예산 파격적으로 늘려주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재정 지원은 제1심을 충실화하는 데 오히려 사용해야..."

상고심 사건을 줄일 수 없다면, 상고심 사건을 다룰 법관을 늘려야 하는데 1차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민홍기 /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대법관 수도 조금은 늘려야 한다, 현재 대법관 수가 30년 전에 정해진 대법관 수입니다. 1980년, 90년도에. 아, 40년이 됐군요. 지금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그때보다 사건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었는데..."

하지만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석현수 / 건국대 로스쿨 교수]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법관을 소수 증원하는 것은 지금 적체되고 있는 상고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없고, 대법관 수를 많이 늘리게 되면 사회적인 비용도 많이 지출이..."

이와 관련 대법원에 대법관과 대법관이 아닌 재판하는 법관을 둬서 사건의 경중에 따라 상고심을 나눠 맡는 '대법원 이원화'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대법원엔 재판연구관이 있어 격무에 시달리는 대법관들을 위해 사실상 재판 업무에 관여하고 있지만, 직접 재판을 맡진 않습니다.

[민홍기 /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
"그렇게 많이 대법관을 늘리지 않고도 제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대법관 6분 정도 늘리고 그 다음에 대법관 아닌 법관, 대법원 판사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그분들 20명 정도를 두게 되면 지금보다 대략 4배 정도의 재판 역량이 늘어날 것으로 계산됩니다. 지금 재판연구관과는 다르게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처럼 실제로 대법관과 함께 재판을 하는 재판부를 구성하는..."

나아가 꼭 대법원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게 아니라 고등법원에 별도의 상고부를 두는 방안도 제안됐습니다.

민사소송의 경우 소가 5억원 이하, 형사소송은 징역 3년 이하, 이런 식으로 일정한 기준을 정해 상고심 대부분을 각 고법 상고부에서 맡게 하는 방식입니다.

[석현수 / 건국대 로스쿨 교수]
"고등법원 상고부 판사는 법원장 및 고등법원 판사와 동일하게 15년 이상의 법적 경력자로 자격을 제한하고, 고등법원 안에서의 순환보직으로 자리를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법관 회의의 동의나 의결을 거쳐서 엄격한 절차를 거쳐서 선발을 하게 하며..."

고법 상고부 도입을 지지하는 쪽에선 국민들의 상고재판 접근성이 좋아지고, 단순한 '서류재판'이 아닌 상고심에서도 구술 변론이 이뤄질 수 있는 점 등을 장점으로 들었습니다.

또 고법 상고부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른 견해를 갖게 될 경우 사건을 대법원으로 보내 판단을 받게 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충실한 법률심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석현수 / 건국대 로스쿨 교수]
"대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하게 제도를 만들면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고등법원 상고부의 새로운 판결이 충돌하는 문제는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판례 통일의 필요가 있거나 대법원에 관련 사건이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안이 아주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대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하도록..."

각론에선 차이가 있어도 참가자들 모두 법령 해석의 통일과 기준 제시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상고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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