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위해 재판 거래’ 혐의 구속기소된 양승태... 법원에서 유죄 입증될까
'상고법원 위해 재판 거래’ 혐의 구속기소된 양승태... 법원에서 유죄 입증될까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07.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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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용·성창호·임성근 등 재판개입 혐의 전현직 고위법관 '직권남용' 줄줄이 1심 무죄
"재판개입 위헌 소지 있지만 직권남용은 불성립"... 양 전 대법원장 유죄 입증 불투명

▲유재광 앵커= 상고법원 얘기 더 해보겠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이게 거슬러 올라가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농단' 문제로 크게 이슈화가 됐었죠.

▲윤수경 변호사= 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당시 대법원에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청와대 로비 활동을 위해 전교조 법외노조 및 KTX 승무원 해고, 군사정권 시절 국가 폭력에 대한 국가 배상 등에 대한 소송을 두고 일종의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앵커= 이게 관련된 문건들도 상당수 공개가 됐죠.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원에서 진상조사를 통해 여러 문건들이 공개됐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게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 설득전략’이라는 대외비 문건입니다. 여기서 BH는 블루 하우스, 즉 청와대의 영문 약자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문건은 크게 검토 배경, BH 현황분석, BH 설득의 기본방향, 구체적 설득방향, 구체적 설득 전략 등 다섯 단락으로 구성, 모두 23쪽이라고 합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죠. 

▲윤수경 변호사= 먼저 '검토 배경' 부분을 보면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최종 정책 결정은 VIP, 그러니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몫이라며 BH의 입법 협조 획득이 절대적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문건은 그러면서 검사 출신인 김기춘 비서실장을 포함해 VIP 핵심 보좌진이 친검찰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라고 하면서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타개책이 필요하고, 적극적 협상 카드를 제시해 새로운 BH 설득 모멘텀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 당시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협상 카드’라는 단어가 눈에 띄네요. 협상을 하려면 뭔가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청와대에서 받으려는 건 상고법원, 그런데 법원이 청와대에 줄 수 있는 건 결국 재판, 판결밖에 없는 거잖아요.

▲윤수경 변호사= 네, 그래서 재판거래 논란이 있었는데요. 실제 'BH 설득의 기본 방향'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단락을 보면 BH 설득을 위해 특단의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공식 발언이라고 하며 “VIP에게 상고법원 판사에 대한 지명권을 달라. 그러면 상고법원 도입에 찬성할 수 있다”는 발언을 전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에 상고법원 판사 인사권을 대폭 내주더라도 일단 상고법원 설립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는데요.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립에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앵커= 구체적인 재판거래 정황 같은 것도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네, 그 중에서 '구체적 설득 전략'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단락을 보면 박지원 의원 일부 유죄 판결, 원세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을 여권에 유리한 재판 결과로 분류하며 'BH에 대한 유화적 접근 소재로 이용가능' 이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에 대한 주요 형사사건 현황'이라며 당시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한명숙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박지원 의원 알선수재 사건, 조현룡·송광호 의원 뇌물 사건, 박상은 의원 정치자금법 사건 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원세훈 사건' 같은 경우는 별도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향후 심리 및 결과 예측을 따로 작성하면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문건은 그러면서 "향후 예정되어 있는 정치인 형사사건에도 BH의 관심과 귀추가 주목될 것"이라며 "주요 현안 관련 접점 모색을 위한 유화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 충분"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재판을 지렛대로 청와대와 상고법원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 되겠습니다. 

▲앵커= 앞서 전해드리긴 했는데, 양승태 대법원에서 이 상고제도 개선 관련해서 논의된 모델 같은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있습니다. 큰 줄거리는 대법원 조직의 일부로 가칭 '상고법원'을 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선 지방법원 단독과 지법 항소부를 거쳐 올라온 상고 사건은 우선 상고법원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지방법원 합의부와 고등법원 항소부를 거쳐 올라온 사건은 대법관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사건분류 심사를 일단 거쳐 경중에 따라 일부는 상고법원으로 보내고,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으로 보내 판단하게 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법원은 정책법원화 하고요. 개별적 권리구제 기능은 상고법원에서 맡도록 해 신속하고 충실한 상고사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추진한 방법이나 수단이 문제였지, 상고법원 자체는 필요한 거 아닌가요, 어떤가요. 

▲윤수경 변호사= 네, 뭐 저도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요. 1년에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이 4만 8천건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13명 가운데 재판 업무를 안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한 사람당 1년에 4천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인데요.

우스갯소리로 "대법관 되는 날 딱 하루만 좋고 나머지는 퇴임할 때까지 생고생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와 관련된 내용 등은 대법원의 판단이 불필요한 사건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포함한 수많은 사건들이 대법원에 올라오면서 꼭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상고심에 올라온 사건들이 많다고 생각이 됩니다.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사건들에 할당되어야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진다는 이야기가 되겠는데요. 국가의 최고 법원이 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은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상고심이 법률심이라는 것은 개별 사건의 정당성 당부를 넘어서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법률적 문제를 판단하라는 것인데, 이런 사안들에 최고 법원의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고심의 목적과 본질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상고사건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정된 사회적 비용과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 법의 해석적용이나 판례 통일이 필요하거나 법률적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건에 대법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 사건들은 걸러내어 상고를 사전에 제한할 필요성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상고사건이 많은 이유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것은 아닌지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하급심이 보다 더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국민의 신뢰를 쌓아 상고되는 사건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지금 어떻게 되고 있나 좀 보고 갈까요.

▲윤수경 변호사=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을 포함해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등 손실, 공전자기록 등 위작 및 행사 등 47개가 됩니다. 

박병대,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도 비슷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이 구속된 건 헌정 사상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처음입니다. 

▲앵커= 법원행정처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 변호사나 현직인 성창호 부장판사, 임성근 부장판사 등 재판개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판사들이 줄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습니까. 양 전 대법원장 1심 판결 전망해 본다면 어떨까요.

▲윤수경 변호사= 말씀하신 사건들은 재판개입 자체는 위헌적 요소가 있지만 법리상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전현 판사들에 무죄가 선고됐는데요.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사건 유죄 재판 전망이 뚜렷하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 이유로 어느 정부에서건 관례대로 이루어진 일의 범위 안에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는데요. 청와대와 대법원이 정책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는 일은 국익을 명분으로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는 겁니다. 이것을 두고 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법 혹은 재판의 결과를 마음대로 주물러왔다는 점을 입증을 해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고위 법관들이 기소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판거래나 재판개입의 실체를 입증하는 게 불분명해 보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취지로 들리는데,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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