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안락사 허용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년... "스스로 존엄 지킬 권리 대체 불가"

[법률방송뉴스] 고통만 연장시키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본인의 의지로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 이른바 ‘존엄사법’이 지난 2018년 시행되고 2년이 됐습니다.

그런데 소극적 의미의 연명치료 중단이 아닌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이른바 안락사 개념이 포함된 ‘확장된 존엄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와 관련 어제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선 확장된 존엄사 입법을 촉구하는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오늘(7일) ‘LAW 투데이’에선 존엄사에 대해 집중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어제 세미나가 어떤 취지에서 열렸고,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현장을 취재한 신새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어제 열린 세미나는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이 만든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사단법인 주최로 열렸습니다.

이 단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 전 회장은 이제 우리사회도 적극적 존엄사, 즉 안락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세미나 개최 배경을 밝혔습니다.

[김현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

“삶의 자기결정권은 소중한 인격체인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합니다. 2018년에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됨으로써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임종 기간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치료를 받지 않고 죽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범위가 너무 좁아 보다 적극적인 존엄사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이런 판단 배경엔 의료기술의 비약적 발달이 역설적으로 쉽게 죽지도 못하고 고통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김일선 회장 / 한국 골든에이지포럼] 

“이에 따라 사망원인을 진단한 이후에 사망까지의 기간이 과거에는 평균 한 2주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지금은 수개월 또는 수년 간으로 증가하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간 동안 본인 자신의 의사는 배제된 채 의료의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많아진 시대에...”

주제 발표를 맡은 착한법 이사 김재련 변호사는 일단 존엄사를 말 그대로 삶을 끝낼 수 있는 적극적인 의료적 조치를 포함해 ‘존엄하게 죽음을 맞을 권리’로 정의했습니다.

[김재련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 

“저는 존엄사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를 내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치유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기초해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마음대로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절차, 방법에 의해서 허용함으로써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 이렇게...”

하지만 존엄사를 어떻게 정의하든 단순히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서 죽음을 앞당기는 것과 적극적이고 인위적으로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논란을 김재련 변호사는 인간 생명이라는 불가침의 존엄과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존엄과 존엄의 충돌’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김재련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 

“존엄사 인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이 있는데요. 인간의 존엄성 혹은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 아닌가, 인간의 생명에 대해서 인위적으로 개입을 하는 것 자체가 이런 존엄성에 대한 도전 아닌가, 라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아이러니하지만 존엄사의 논쟁은 ‘존엄 대 존엄의 충돌이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재련 변호사는 그러면서 ‘개인의 생명에 대한 처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법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인간의 생명을 끊는 자살을 왜 살인으로 처벌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이어서 던졌습니다.

[김재련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

“자살을 우리 법에선 처벌하지 않습니다. 처벌하는 대상이 이미 없어졌기 때문인가, 저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는 그 생명에 대한 처분권, 죽음에 관한 결정권의 주체가 바로 그 개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라고 했을 때...”

범죄가 아니라고 그렇다고 자살을 미화하거나 정당화할 수도, 권장할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적극적 존엄사, 안락사의 딜레마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떤 명분과 이유를 붙여도 결국은 행위 자체는 인간의 생명을 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재련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

“죽음을 선택할 권리,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권리 그리고 스스로 존엄을 지킬 권리, 이 모든 것은 대체불가능한 개인의 권리입니다. 개인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사회 공동체가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도 있습니다. 저는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 그리고 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바로 존엄사 문제 논쟁의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귀결은 아주 예외적인 특별한 경우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김재련 변호사를 포함한 적극적 존엄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의 주장입니다.

[김재련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

“그런데 존엄사를 반대하는, 우려하는 입장은 생명은 신성불가침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개인의 죽음에 대한 개인의 구체적인 결정권, 인간답게 존엄하게 자연스럽게 죽음을 맞이할 권리는 우리 공동체가 지키려고 하는 추상적인 가치에 의해서 근본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의 삶, 죽음에 대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자유권적인 기본권이고 천부인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련 변호사는 다만 어떤 경우에도 확장된 존엄사는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재련 변호사 /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이사]

“그리고 이런 존엄사와 관련한 자기결정권은 일신 전속적인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신 전속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의해서 대체를 하는 것은 존엄사의 기본 이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풀무원 창업주이자 연명의료결정법 통과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원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확장된 존엄사법 논의와 도입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습니다.

[원혜영 /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제가 처음에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서 입법에 나서고 또 입법이 되고 나서 그 다음에는 제가 '할 일 다 했으니까 됐구나’ 했는데, 그 사이에 앞장서서 일하시던 분들의 활동과 생각 이런 것을 들으면서 저도 많이 배우게 돼서 ‘아! 웰다잉 이라는 게 매우 중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원혜영 전 의원은 유언장을 잘 쓰지 않는 것으로 대표되는 우리 현실을 지적하며, 죽음은 끝까지 외면할 무엇이 아니라 맞닥뜨려야 할 무엇이고 그런 차원에서 확장된 존엄사법도 적극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원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런데 우리 사회에 유언장 작성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 하고 제가 국회 있을 때 통계를 파악하도록 했더니 통계가 없습니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0.5% 미만이다 정도의 추정할 수 있는 수치만 있습니다. 미국은 유언장 작성 비율이 56%입니다. 우리는 이 죽음을 외면하고 결국 죽는, 이러한 공백이라 그럴까요. 이런 과정이 사회적으로 큰 블랙홀처럼 있는 것 같습니다.”

세미나를 개최한 김현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상임대표는 세미나 결과 등을 토대로 확장된 존엄사업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발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바야흐로 안락사라는 묵직한 화두가 다시 우리 사회에 던져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