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조국 법정에서 감찰무마 사건 수사경위 이례적 '토로'
"검찰개혁 시도한 조국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는 시각 존재" 재판부에 "좀 억울하다"
조국, 법정 출석하며 검찰 비판 "법원이 검찰권한 통제 역할 충실히 수행하길 바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감찰무마 사건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검찰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감찰무마 사건 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검찰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수사를 담당한 부장검사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재판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조 전 장관 수사는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착수한 것이 아니다"는 해명을 했다. 조 전 장관 수사를 '검찰개혁을 시도한 데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시각에 대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일 조 전 장관의 감찰무마 사건 등에 대한 4번째 공판을 열었다.

감찰무마 사건을 수사하고 조 전 장관 등을 기소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공판에서 발언 기회를 요청해 "사건을 처음 배당받고, 딱 봤을 때 제대로 해결 못하면 훗날 큰 뒤탈이 날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조 전 장관을 타깃으로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에 나섰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해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8월 발령받아 가니 유재수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감찰무마 의혹 사건이 남아 있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당초 이 사건이 지난해 1∼3월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됐지만, 당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집중하던 상황이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장검사는 "훗날 큰 뒤탈이 날 사건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뇌물수수 의혹부터 규명해 11월쯤 진상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감찰무마 사건과 관련해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인걸에게 '이 상태로 정리되면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건'이라며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특정인을 처벌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실체에 다가가지 못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수사 전문가로서 부끄럽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책임자가 이처럼 법정에서 개인적 술회까지 곁들여 수사 경위를 밝히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 부장검사는 재판부에 "사실 저는 좀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수사 배경과 경과를 수사팀의 말을 믿고 한 번 살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저희가 목적을 가지고 실체를 좌우할 능력은 없다"고도 말했다. 의도적 수사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감출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이는 재판부가 지난 공판에서 "이 사건은 검찰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고 보는 일부 시각이 존재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부장검사의 발언에 대해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처럼, 지난 공판에서 한 말은 조심스럽고 삼가는 마음으로 공정한 재판을 하는 데 마음을 모으자는 취지"라고 정리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전체의 의사결정이 있었으리라 보고, 당연히 조 전 장관의 지위와 사회적 맥락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맥락이 반영됐으리라 의심할 여러 단서를 알고 있다"고 여전히 같은 입장을 보였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공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을 비판하고 법원이 검찰의 권한 남용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작년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발족은 험난하다. 현재 상태에서 검찰의 권한남용을 통제하고 시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법원"이라며 "저는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법원이 이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검찰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할 뿐 아니라 자체 수사권을 보유해 누구를 언제 무슨 혐의로 수사할지, 누구를 어떤 죄목으로 기소할지 재량으로 결정한다"며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권과 언론을 이용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비판했다. 또 "검찰은 이런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 왔다"며 "표적수사, 별건수사, 별별건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등의 용어가 회자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1분30초 동안 이렇게 말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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