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포장 줄이기' 국회 토론회... "재포장금지법 자체의 취지 훼손해선 안 돼"

[법률방송뉴스]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재포장금지법'이 환경부의 미숙한 가이드라인 발표로 여론 반발만 자초하며, 일단 내년 1월 1일로 시행이 미뤄졌다는 소식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관련해서 오늘 국회에선 '과대포장 줄이기'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엔 혼선과 논란을 자초한 환경부 홍정기 차관도 왔다고 하는데, 어떤 말을 했을까요. 장한지 기자가 토론회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토론회에 온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재포장금지법 추진 과정에 소통에 문제가 있었음은 일단 인정했습니다.

[홍정기 / 환경부 차관]
"저희들이 작년부터 관련 업계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서 금년 1월에 포장규칙을 만든 바가 있고 그것을 6개월간의 기간을 거쳐서 7월에 시행하기 위한 그런 논의들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또 서로간의 소통 방식이나 이런 데에도 문제가..."

홍 차관은 2019년 1월 입법예고하고 1년간의 논의를 거쳐 관련 규칙을 만든 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재포장금지법이 내년 1월로 더 연기된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플라스틱 가정생활 폐기량은 2016년 966톤, 2017년 1천82톤, 2018년 1천226톤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닐을 포함하는 합성수지 가정생활 폐기량 역시 2016년 1천147톤, 2017년 1천203톤, 2018년 1천295톤으로 매년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가정생활 폐기물의 35%는 포장지가 됐습니다.

[홍정기 / 환경부 차관]
"저도 어제 집에 가서 분리수거 했거든요. 저녁에 퇴근하니까 집사람이 잔뜩 문 앞에다가 쌓아놔가지고 그게 이제 다 비닐류, 플라스틱, 그런 것입니다. 일부가 종이류, 폐지류가 있고. 우리가 근본적으로 봐야 할 것은 이게 단순히 수거, 선별, 재활용, 이 시스템의 문제로만 봐야 할 것이냐. 가장 근본적으로는 포장재, 비닐폐기물이 너무 많이 발생이 돼서 생긴 문제입니다."

홍정기 차관은 "플라스틱 비닐 포장은 재활용도 안 되고, 궁극적으론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이를 위해선 재포장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홍정기 / 환경부 차관]
"우리가 K-방역을 했잖습니까. K-방역에 못지않은 'K-포장재 줄이기'를 우리 만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우리나라 생산 유통 소비구조에 맞는 그런 포장재 줄이기,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정책들을 만들고 시행해나간다면 분명히 우리가 당초 목표한 대로..."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도 홍정기 차관을 거들며, 특히 일부 언론 보도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재포장금지법 아닌 할인금지법', '생필품 값 줄줄이 오를 것' 같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로 사실을 호도했다는 겁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모 언론사에서 재포장금지법 시행규칙이 묶음할인을 막는다고 보도를 했죠. 그 논란이 발단을 제공했는데요. 그런데 이것을 그 논란 때문에 미룬 거예요. 내년 2021년 1월로 지금 미룬 상태입니다.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 유예하는 동안에 포장 폐기물은 계속..."

논란이 됐던 환경부 가이드라인의 정확한 표현은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서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닐 경우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입니다.

예를 들어 라면처럼 공장에서부터 5개들이 한 묶음으로 나오거나 애초 출고될 때부터 여러 제품이 함께 담겨 있는 경우, 이는 개별 제품 포장 위에 다시 포장을 해도 재포장금지법상 재포장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이걸 마치 2개를 묶어 제값 받고 팔면 재포장이 아니고, 한 푼이라도 깎으면 재포장으로 간주하는 것처럼 '할인방지법'으로 호도했다는 겁니다.

양이원영 의원은 "아예 5개월 더 유예된 기간에 논의를 거쳐 공장에서부터 재포장돼 나오는 제품들도 지금처럼 그대로 둬야 하는지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오히려 저는 이 재포장금지법 원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2차 포장재 문제까지 조금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2차 포장재까지. 애초에 제품을 만들면서부터 포장을 2차 포장까지 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전 이것까지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실제 소비자들 입장에선 겹겹이 여러 번 포장돼 있는 제품들이 편할 리도, 달가울 리도 없습니다.

뜯어내기도 번거롭고, 뜯어내면 다 쓰레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소비자분들 보고 어떻게 하라는 소리라는 거죠. 소비자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제품들도 계속 유통매장에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과대포장들이 되고 있는 것이죠. 모짜렐라 치즈인데 불쌍한 모짜렐라 치즈..."

토론회에선 이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1회용품 사용규제와 포장재질 규제, 과대포장을 막기 위한 포장공간 비율 및 포장횟수 규제, 합성수지 포장재 연차별 줄이기, 폐기물 부담금제도 등이 논의됐습니다.

산업과 마케팅, 환경적 측면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고, 법과 제도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오재영 /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 센터장]
"마트 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게 제품을 만나는 게 아니라 포장을 만나죠. 여기서 보면 고령화라든가 1인 가구와 산업화 이런 것들에서 패키징의 요소들을, 키워드를 뽑아내 보면 크게 4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작고 편리한 포장, 기능적이고 안전한 포장, 아마 다들 느끼실 겁니다. 그 다음에 환경을 배려한 포장, 고부가가치의 포장..."

관련해서 제품포장, 유통포장 등 모든 포장재의 신고·등록과 회수·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독일의 '신포장재법'과, 택배용 재사용과 관련된 핀란드의 '리팩(RePack) 서비스' 등 EU 국가 사례들이 언급됐습니다.

EU의 경우는 사용된 재질에 관계없이 시장에서 유통되거나 사용·배출되는 모든 포장 폐기물에 대해 일정한 의무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토론회에선 또 미국 월마트의 '포장재 5% 줄이기'와 아마존의 '적정포장 가이드라인' 등 해외 사례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플라스틱 줄이는 데 있어서 소비자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습니다.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줄여 주셔야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를 통해서 호응을 해줄 수가 있는 것이죠."

환경부는 유통사와 제조사, 시민사회 등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듣고 입법 취지는 살리면서 업계 혼란은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요불급한 생활폐기물을 줄이면서 소비자 권리도 침해받지 않고 업체들의 영업의 자유도 보장해줄 수 있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