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표현 처벌법 아냐, 고용 등 차별 금지... EU는 차별금지법 있어야 가입"

▲유재광 앵커= 차별금지법 얘기 남승한 변호사와 더 해보겠습니다. 남 변호사님, 정의당이 법안을 발의했는데, 법안을 발의하려면 10명 이상 의원이 제안자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데 10명을 간신히 채웠네요.

▲남승한 변호사= 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을 비롯해서 의원 6명 전원이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4명이 부족한데 더불어민주당의 권인숙 의원,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셨죠, 그 다음에 이동주 의원이 참여했고요.

열린민주당에서 강민정 의원, 그 다음에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 이렇게 해서 10명을 간신히 채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정의당이 이 4명 구하는데도 굉장히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 있던데요.

▲남승한 변호사= 대표발의한 장혜영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모두가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개별적으로 연락했는데 어떤 의원도 '불필요하다', '동의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의원은 없었지만 '지금 참여하기는 어렵다', '미안하다' 이런 의원들이 많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장혜영 의원실의 경우에는 이번 발의에 앞서서 모든 국회의원실에 발의 동참을 호소하는 편지를 띄우기도 했는데, 장 의원은 워낙 참여할 의원을 모으기가 어려워서 자신의 SNS에 "드래곤볼을 모으는 마음으로 의원님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이런 농반 진반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게 1차적으로 보수·기독교계의 강한 반대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제 드러내놓고 발의하거나 찬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보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의 입법에 발의하거나 찬성한다는 것이 저는 전혀 반대하는 표현이지만,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인식되거나 하는 것 그렇게 될 경우에 지역구에서 표를 상실해서 낙선할 가능성 등을 보는 것 같고요.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사형제 폐지에는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사형제 폐지 법안이 올라갈 때마다 부결되거나 통과하지 못하는 것도 항시 그래서 그래왔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보수적으로 행동하시니까 헌법재판소에서 오히려 위헌 판결이 나오는 등으로 역으로 입법이 이뤄지는 경우들이 많았는데요. 차별금지법 같은 경우에는 법안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까 국회의원들이 직접 발의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그런 이유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은 것 같습니다.

▲앵커= 어제 정의당 기자회견 보니까 장혜영 의원이 "21대 국회야말로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골든타임이다" 이렇게 얘기하던데 이건 사실 반만 맞는 얘기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는 것도 맞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것도 맞는데, 지금 대선공약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러니까 반만 맞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면 민주당 의원들이 겨우 2명밖에 참석 안 하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부입법으로 처음 발의됐고, 그 뒤에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에는 2012년 대선 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만, 2017년 대선에서는 '사회적 합의'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공약에 담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당선 이후 만들어진 국정과제에서도 이 차별금지법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모양새를 보면 오히려 거리를 두는 듯한 모양새로도 보이고요.

대선을 앞두고 열린 토론회, 포럼에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냐" 이렇게 물었더니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를 드린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답변을 유보하기도 했고요.

또, 기독교계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도 말했고 또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당시 후보가 "동성애 반대하느냐" 묻자 "반대한다" 이런 답변을 한 적이 있습니다.

홍 후보가 여기에 더해서 여러 가지 말을 붙이기는 했는데, 저는 기본적으로 '동성애 반대하냐, 지지하냐'라는 질문 자체가 우습고 이것에 대해서 대답을 해야 하는 현실이 상당히 우습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앵커= 이게 차별을 금지하자, 액면만 놓고 보면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법인데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은 결국 동성애, 이것인 것 같은데 관련해서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같은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목사님이 설교를 하면서 "동성애는 죄악이다. 하지 말라" 이런 것을 갖다가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거냐', '그것도 동성애 차별로 금지한다는 거냐' 이런 반론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일단 표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같은 것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중세시대 십자군운동 할 때 같은 때처럼 가서 '가톨릭을 믿지 않으면 다 죽어야 한다' 이런 것은 종교의 자유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다만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법과 관련해서 하고 있는 오해 중의 하나는 이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무조건 제한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 아니라고 보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은 고용이나 재화나 용역의 분야에서의 이뤄지는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이지 개인이 어떤 말을 하는 것, 이런 것까지 막겠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점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이게 법안을 보면 '직접 차별뿐만 아니라 간접 차별,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 및 집단에 대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및 차별의 표시, 조장, 광고 행위를 차별로 금지함' 이렇게 돼있는데요.

이 조항을 보면 예를 들어서 동성애자를 '게이'라고 지칭을 했는데, 게이라고 지칭을 당한 동성애자가 '나는 혐오 비하 표현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남승한 변호사=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봐야 된다는 것입니다. 말한 대로 고용같은 영역에서 차별이 되거나 이렇다면 이 경우에 이제 시정권고나 시정명령을 하거나 또는 손해배상을 하거나 또는 가중된 손해배상을 하거나 이런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인의 표현과 관련해서도 모든 것을 문제삼아서 손해배상을 하라거나 또는 시정명령을 하거나 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는 차이가 있고요.

특히 비하와 혐오 표현을 한다면 형법에서 처벌될 여지도 있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형법은 모욕죄 등을 통한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것인데요. 형법에서 형사처벌 조항에 해당될 정도의 모욕적 표현을 하거나 하는 것은 형법에 따라 금지되고 그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겠지만, 그런 개인의 표현이 차별금지법에서 다시 제재를 받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어보면 '차별의 입증이 곤란함을 고려하여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함' 이렇게 되어 있는데, 결국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대가 입증하라는 거 아닌가요.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남승한 변호사=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이런 것은 증명책임 전환, 증명책임 배분 및 분배의 문제로 보는 것인데요. 일단 오해 중의 하나는 '차별을 받았다'라고만 주장하면 상대방이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라'는 취지는 아닙니다. 입증책임 분배와 관련된 과거의 어떤 법안에서도 그렇게만 주장하면 된다는 것은 아니었고요.

흔히 소송에서 입증을 해야 될 정도의 입증책임까지 부과하진 않는 것입니다. 차별을 당한 사람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게 차별에 해당하고 이게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에 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증명하면, 증명이 아니겠죠, 소명하면, 이런 소명이 이뤄진 뒤에, 그런데 차별이 있었다는 자료나 증거가 편재해 있는데 이 편재는 어느 한 쪽에 일방적으로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그것은 주로 어디에 있나면, 예를 들면 고용이나 재화 제공 등에서 차별을 한 쪽에 자료나 증거가 편재해 있거든요. 차별을 당한 쪽에선 아무런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차별은 한 쪽에선 '이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쉬운 반면, 차별을 당한 분이 이것을 차별을 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상당히 까다롭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상대방이 입증하라는 것이어서 이것을 두고 쉽게 말해 그냥 손가락으로 지목하기만 하면 그 다음에는 모든 것이 차별로 되는 것처럼 해석할 일은 아니고요.

법률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입증책임과 분배하는 것과 관련해서 상당히 엄격한 심사를 나중에 할 것 같긴 하지만 이것을 단순하게 '차별로 지목하면 곧바로 입증해야 된다'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앵커= 차별금지법 논란, 이것 어떻게 보시나요. 너무 뜨거운 감자라서.

▲남승한 변호사=뭐 우리가 외국의 입법례를 자꾸 얘기하는 게 반드시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지칭하는 EU나 또는 OECD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EU같은 경우에는 '코펜하겐 기준'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기준에 충족되어야 EU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터키같은 경우는 이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상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유럽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하더라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고요. OECD 국가들도 거의 대부분 이 코펜하겐 기준에 거의 준하는 수준의 차별금지법을 갖고 있는데,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불과합니다.

저는 어찌 보면 '당연한 법을 만드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에 참 개탄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고요. 동성애 얘기도 말씀해주셨는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 가장 큰 오해 같습니다. 

예를 들어 대선후보 간의 토론, 또는 지난 번에 고민정 의원과 오세훈 후보의 방송토론 같은 것을 보면 동성애 지지하느냐, 동성애 찬성하느냐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합니다. 

대답해야 될 시간이 얼마 없기 때문에 뭔가 대답을 하긴 해야 되는데 이런 질문은 ‘당신 여성 지지하느냐’ ‘당신 아시안 지지하느냐’ 하는 질문과 다를 게 없습니다. 여성이냐, 아시안이냐 또는 키가 작은 사람이냐 여부에 대한 대답은 지지나 아니냐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렇게 획일화해놓고 나서 그것에 대해서 의견을 표시하지 못하면 어떤 것이고, 어떤 것이고 이렇게 획일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문제이지 그것이 왜 차별금지법 때문에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하는 것인지,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이 차별금지법이 있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되는 것이 아니고, 동성애자인 분이 차별금지법 때문에 동성애자가 아닌 성적지향이나 성별지향을 가질 리도 없는 것입니다. 저는 당연히 만들어져야 될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아무튼 논의가 어떻게 되나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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