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전 VIK 대표가 요청한 채널A 기자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채널A 기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진정도 받아들여져... 한 사건 놓고 초유 동시 개최
"검찰 기소독점 견제 위한 수사심의위가 여론재판 창구로" 비판... 보완 필요성 제기

이철(왼쪽)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와 채널A. /법률방송
이철(왼쪽)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와 채널A.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채널A 기자에게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폭로한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이 결정됐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는 이날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에 넘기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수사심의위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강요미수 피의자인 이모(35) 전 채널 A 기자와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게 됐다.

앞서 이 전 기자는 지난 14일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절차적 형평성을 잃었다며 자신의 기소 여부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수사자문단)을 소집해 판단해 달라는 진정을 대검에 제출했고, 대검은 진정을 받아들여 사건을 수사자문단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맡고 있는 하나의 사건을 놓고 수사자문단과 수사심의위가 동시에 개최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사자문단의 의견 역시 수사심의위 의견과 마찬가지로 '권고' 효력만 있지만, 결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온다든지 할 경우 검찰로서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의혹' 사건에 이어 또다시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의 대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기자 측의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은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밝힌 수사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인 만큼, 사실상 이 전 기자의 진정을 받아들인 대검 지휘부와 수사팀의 파열음이 나온 셈이다. 대검 지휘부는 차장검사와 검사장급 5명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여기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심의위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로 비교적 자세하게 세간에 알려졌지만 수사자문단 제도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수사자문단은 검찰이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내부에서 이견이 있을 때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제도다. 단장을 포함해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사' 또는 '형사사법제도 등의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7∼13명으로 구성되며, 검찰의 담당 부서와 수사팀이 현직 검사나 변호사, 법학교수 등을 추천하면 검찰총장이 단원을 위촉한다.

수사심의위가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검찰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는 데 비해 수사자문단은 검사를 포함한 법률 전문가들로만 구성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간 수사자문단 소집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2018년 5월), 국가보훈처 부정청탁 의혹 사건(2019년 6월), KT 채용비리 의혹 사건(2019년 7월)에 대해 열렸고,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4번째 대상이 된 것이다.

이철 전 대표 측은 채널A 전 기자의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에 대해 "대검이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권한도 없는 사건관계인의 진정을 받아들여 소집을 결정했다"고 반발하면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 이어 검언유착 의혹 사건까지 잇달아 수사심의위에 회부되면서, 검찰의 기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수사심의위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사건관계자들이 여론에 호소하려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수사심의위 제도를 보완해 그 기능과 한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심의위 위원 구성과 심의 내용의 중대성·난해함에 비해 심의시간이 너무 적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검찰의 기소 독점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수사심의위 활동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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