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제가 그렇게 어려웠다면 더 어려운 분들은... 동정 부탁 아냐"
"입대 앞둔 아들의 '아빠가,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뭘 했어' 말에 마음 무너져"
"양육비 문제는 아이들 미래 문제... 한국 너무 약해, 엄격한 법제도 마련해야"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인 이다도시(51)의 전 한국인 남편 A씨가 이혼 후 10년 동안 단 한 푼도 주기로 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됐다는 소식을 지난 26일 단독으로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이자 대학교수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이다도시가 부끄러워할 일은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보면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는 분명 꺼려지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이렇게 들고나온 이유는 뭘까요. 장한지 기자가 이다도시를 직접 만나 그동안 벌어졌던 일들과 속내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51살인 이다도시는 29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국은 제2의 고국이자 고향이었고, 지난 1993년엔 한국인 남편 A씨를 만나 가정도 꾸렸습니다.

모든 인생이 그렇지만 단꿈만 있던 건 아니어서 남편과는 성격 차이로 이혼하게 됐고, 2010년 4월 법원은 이다도시를 두 아들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흘렀고, 아이들은 쑥쑥 자랐습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모든 것들이 다 판결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게 됐고 다행히 아이들이 너무 착해서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왔고 열심히 살아왔고, 이젠 그때 이혼했을 때 그때 당시 12살 또 5살밖에 안 됐던 아이들이 이제 24살, 17살 됐습니다."

"모든 것이 다 판결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말일까.

법원은 이다도시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며, 전 남편에게 아이들이 스무살이 될 때까지 일정한 양육비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전 남편은, 아이들의 친부는, 단 한 번도 이다도시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원래 판결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그동안 양육비를 받아본 적 없고요. 아이들이 그것도 양육비만큼 중요한 것, 아빠한테서 연락 받아본 적도 없습니다. 10년 동안 무관심. 그래서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괘씸하고 야속한 마음. '아이들 아빠가 저렇게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지난 2015년 이다도시는 전 남편을 상대로 양육비 지급명령을 구하는 소송을 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시점 전 남편은 베트남으로 출국해 버렸고, 이다도시는 얼마 전 법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5년을 끌어온 재판이 빈손으로 끝난 겁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우리 사건 맡은 변호사님하고 통화해보니까 기각됐어요. 미안하다고, 기각됐어요. 이유가 상대방이 외국에 있으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리 통보하더라도 뭐(사건 관련 서류 등)를 좀 보내도 아무도 받아주지도 않고..."

애초 이혼 결정문에 따르면 10년 동안 미지급된 양육비는 1억1천140만원.

돈도 돈이지만 이다도시는 '법이 이럴 수 있나, 법은 누구 편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많은 사람들처럼 자기 부모 주소로 다양한 통보라든지 편지 등 보냈는데도 일부러 아무도 받지도 않고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결국 기각됐고요. 그때 마음이 많이 무너졌어요, 솔직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분명히..."

본인 입장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보니 주변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고 이다도시는 말합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한부모 가정의 '열의 여덟'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양육비 지급 후진국'입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결과적으로 보니까, 많이 속상했지만 알고 보니까 이 상황 속으로 빠진 사람들이 80% 이상 되는 것이죠. 결국 저 혼자 아니거든요. 그동안 날마다 쉽지 않았어요. 다만 저같은 사람에게 그렇게 어려웠다면 다른 사람들, 그만큼 (경제적으로) 없으신 분들 어떻게 하셨을까요. 역시 많이 속상했고요."

군대 갈 때가 된 큰아들과 병역의 의무에 대해 얘기하다 "한국 사람인 아빠가, 대한민국이, 아이 둘 키우는 싱글맘 엄마에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큰아들의 엄마를 위한 항변도 이다도시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내년에 군대에 갈 나이에요. 자기 아빠도 곁에 없고, 아무 소리도 없고, 친척도 없고요. 국가 위해서 (군대) 가달라고 부탁해도 '국가?'... 그 아이가 엄마가 무너지는 모습 봤어요 옛날에. '여태까지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뭘 했어요' 그래서 마음 무너졌어요, 솔직히. 제가 여기서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어요, 너무나 많은 이야기고. (이다도시는 여기서 눈물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자꾸자꾸 연습했거든요, 감정훈련. 안돼요."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남편의 신상 공개를 결정하고,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에 미력이나마 함께하기로 한 것은 이런 지난 10년 간의 모든 경험들이 더해져 나온 선택이자 결정입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사실 제가 시끄럽게 이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번거롭게 하고 싶지도 않거든요, 절대로. 다만 알고 보니까 어려운 상황 속에 빠진 우리가 혼자 아니거든요. 결국 더욱더 심각한 상황 속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거든요. 이 문제 뒤에 결국 아이들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결국 이 나라의 미래 아니겠습니까. 기본 아니겠습니까. 당연하게 이런 아이들 보호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겪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일이라는 게, 그래서 더더욱 연대를 통한 법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것이 이다도시의 말입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배드파더스 사이트, 저도 사실은 그 사이트에 대해서 맨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어떻게 사람을 여기에 올려'... 그런데 당해보니까 다른 방법이 없어요. 다른 방법이 없어요. 튼튼한 법(이) 대신 있었으면 이런 거 필요없을 텐데..."

프랑스인에 비친 한국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 이다도시는 엄격한 법제도 마련과 집행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못 받는 가정에게 돈 지급하고 그리고 이 빚이 더 이상 아이들 아빠 사이에 아니면 엄마 사이에 진행되는 게 아니고 국가하고 관련된 빚이라 다른 쪽으로 진행되거든요. 조금 더 엄격해요. (한국은)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약하다고 생각해요."

양육비는 아이들에 대한 얘기라는 이다도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한 인식과 관점의 전환을 촉구하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다도시 / 방송인 겸 숙명여대 교수]
"아이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아이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것은 너무나 중요한 포인트라서 국가가 여기서 관심 당연하게 가져야죠. 개인 사건 아닙니다. 개인 일도 아니에요. 동정 부탁드리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모든 사건에 대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우선 지키고, 무조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