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21대 국회 주요 법정책 현황 보고서'에 차별금지법 검토 포함
"소수자라고 차별 받아선 안돼" vs "국가가 정당화해주고 장려하겠다는 거냐"

▲신새아 앵커= 계속해서 ‘이호영 변호사의 뉴스와 법’에선 이태원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관련 법적 쟁점과 아울러, 이번 사태로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오른 ‘차별금지법’ 관련해서 더 살펴보겠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이렇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혐오를 조장한다면 관련 법적 처벌이 가능합니까.

▲이호영 변호사= 일각에서는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데요. 모욕죄를 바로 적용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형법 311조에 따른 모욕죄 같은 경우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건데요.

사람을 모욕한다는 구성요건이 필요하거든요.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이 누군지 특정이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그냥 성소수자, ‘게이는 어떻다’ ‘트랜스젠더는 어떻다’는 등의 특정 집단을 싸잡아서 그 집단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부당하고 문제가 될지언정 이게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하기엔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일각에선 ‘코로나의 역설’이라고도 표현하던데요. 이번 사태 이후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과 관련한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이 차별금지법 입법이 국회에서 좌절된 건가요.

▲이호영 변호사= 네. 차별금지법 좌절의 역사가 꽤 길더라고요.

지난 2006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었고요. 그 다음에 2008년까지 통과가 되지 못해서 그 당시가 17대 국회였는데 임기 만료로 폐기가 됐고요. 그 다음에도 계속 발의가 됐었는데, 지금까지 보면 한 5개 법안 정도까지가 이미 폐기됐고 또 2개 법안은 철회가 됐어요.

여기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가 철회됐다는 건 무슨 말이냐면,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이 법안 발의를 철회했거나, 아니면 법안 발의는 의원 10명 이상이 공동발의를 해야지 효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공동발의에 서명했던 의원이 자신의 서명을 철회하는 경우에 해당 법안의 발의가 철회가 되는 건데요.

그 이유는 차별금지법 내용 중에 당연히 성소수자 차별 금지도 포함이 됐겠죠. 이것에 대해서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성소수자를 양성화해서 성소수자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 국가적으로 오히려 이런 것들을 막아도 모자랄 판에 권장하고 장려하는 건 묵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어요.

저같은 경우도 개인적인 경험인데 19대 국회 때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할 때도 국회의원이 차별금지법 취지에 공감을 해서 공동발의에 서명을 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하루종일 의원실로 항의전화가 걸려오는 거예요. "법안에 동의한 것 철회해라"는 압력이 와서 당시 19대 국회 때도 많은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에 공동발의 서명했다가 취소하는 그런 일까지도 있었습니다.

▲앵커= 이번 21대 국회에선 그간과는 다른, 좀 변화의 움직임이 있나요.

▲이호영 변호사= 지난 5월 30일에 국회 입법조사처가 21대 국회 개원을 맞아서 ‘21대 국회의 주요 입법정책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임기 만료로 지난 국회 때 폐기됐지만 이번 국회에 다시 한 번 통과를 검토해야 되는 법안들 목록을 작성했는데요, 여기에 차별금지법도 포함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정의당 같은 경우는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고요. 실제로 다음주 월요일에는 대표발의를 하겠다고 나선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앵커=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우리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호영 변호사= 좀 엄혹한 것 같아요. 최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진 사태가 발생했을 때 확진자의 동선에 성소수자들이 주로 즐겨찾는 이른바 '게이 클럽'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게이 클럽에 방문했다는 그 사실만으로 확진자를 성소수자로 단정하면서 확진자를 공격하는 그런 댓글이 정말 많이 달렸던 것을 우리 모두 지켜봤어요.

그런 것을 놓고 보면 누구나가 다 성소수자가 되는 것은 아닌데, 소수자는 누구나 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오토바이를 타는데, 오토바이 타는 사람도 소수자예요. 우리 국민 중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워낙 적고 대부분 사륜차를 타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상당히 부정적이었잖아요.

이런 식으로 소수자에 대해 보면 막말이나 모욕적인 표현이 온라인 공간에 대단히 많다, 이런 게 현실인 것 같고요.

실제로 인권위가 최근에 발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천명 중 거의 91.1%, 90%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나도 언제든 차별의 대상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밝혔거든요.

이게 뭐냐면 코로나 확진이 되면 역학조사 때 그 사람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특히 종교, 대단히 문제가 됐었잖아요, 종교도 사실 신천지라는 그런 특정 종교의 교리는 코로나와 무관한 거예요. 그런데 그들이 소수자라는 사정이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는 동기가 된 것은 아닌가, 이런 점은 좀 짚어볼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법 필요성, 어떻게 보시나요.

▲이호영 변호사= 차별금지법을 제대로 다시 한 번 입법을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의 명칭 자체도 ‘평등’이라는 명칭을 앞에 넣어서 약칭을 ‘평등법’으로 하자는 논의도 하고 있고요. 21대 국회에 인권위가 개정시안을 제출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성소수자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 어떻게 보십니까.

▲이호영 변호사= 저는 차별금지법에서 가급적이면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는 그러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에요. 

그런 차별금지법에서 우리가 논의해야 되는 다양한 이슈들, 뭐 종교, 성별, 군복무 여부 등을 가지고 차별이 만연화되어 있는 것들을 조금 더 감수성을 발휘해서 소수자들이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사회가 조금 더 선진화되는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앵커= 네. 어떤 식으로든 더 이상의 대립 없이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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