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끊겨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린 이태원... "더럽다" 성소수자 원색적 비난도

[법률방송뉴스] 26일 0시 기준 서울에서 또 교회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39명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LAW 투데이’, 오늘(26일)은 코로나19와 차별금지법 얘기 집중 전해 드리겠습니다.

수도권 코로나 ‘n차 감염’, 그 시발은 지난달 이태원 클럽이었는데요.

이와 관련 이른바 ‘게이 클럽’ 성소수자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지난달 7일 이태원 클럽 첫 확진자가 나오고 40일이 지났습니다. 현재 이태원 분위기는 어떤지부터 알아 봤습니다.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저녁 7시쯤 서울 이태원 거리입니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과 내국인이 섞여 인파로 붐비었을 거리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하기만 합니다.

그나마 한두명씩 눈에 띄는 행인들도 대부분 외국인들이고 한국인들은 아예 자취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간간이 내린 비에 젖은 거리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합니다.

지난달 7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되면서 이태원이 '유령도시'처럼 돼버린 겁니다.

[이태원 소재 편의점 점주] 

“유령도시 같죠. 손님 없죠. 원래 이태원은 평일에 사람이 없고 주말에 많은데, 주말에도 이제 평일보다 더 매출이 안 나오니까. 매출 엄청 떨어졌어요. 적자로 바뀌고 있죠.”

특히 확진자가 나온 클럽 주변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김정우(51)씨 / ‘킹클럽’ 근처 주점 주인] 

“완전히 사람이 없죠. 지금 뭐 보시다시피 주말에도 거의 사람이 없고. 한 테이블, 두 테이블 나올까 말까예요. 거의 힘들죠 다들. 뒤쪽도 그렇고 다 힘들죠.”

현재 확진자가 나온 킹클럽을 포함해 대규모 클럽엔 서울시가 지난달 9일 내린 집합금지명령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집합금지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영업주와 시설 이용자에 대해서는 확진자 발생 시 치료비·방역비 등을 청구하게 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한다'는 서울시 명령문이 점령군처럼 클럽에 붙어 있습니다.

서울시 집합금지명령에 따라 연쇄적으로 클럽 이용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음식점이나 술집 등도 덩달아 파리만 날리며 손가락만 빨고 있는 상태입니다.

[‘킹클럽’ 근처 주점 주인]

“손님 없는 거, 밥도 못 먹고 사는데 뭐. (코로나 이후로요?) 하룻밤에 2그릇도 못 팔아 내가. 전부들 앉아 노는 거지. 이렇게 돼서."

이 때문에 집합금지명령을 받지 않았어도 손님은 없고,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임시휴업을 한 업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는 업주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이태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입니다.

성소수자 클럽, 이른바 ‘게이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되면서 마치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이태원 자체를 더럽거나 불결하게 보는 인식이 일각에서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트랜스젠더 바 업주] 

“요즘에 거기 ‘킹클럽’하고 ‘트렁크’ 거기서 (코로나19) 걸려가지고 지금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뭐 여기 한국사람이고 외국사람이고 아예 없어. 낮이고 밤이고 주말도 이래요. 안 다녀 안 다녀. 이태원에 (오면) 코로나 걸리면 죽는 줄 알고, 아주 이태원에 오면 죽는 줄 알고 안 와 애들이 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비난을 넘어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이태원발 집단감염이 시작된 곳이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이른바 ‘게이 클럽’임을 집중 부각하며 이런 경향을 부추겼습니다.

'동성애' '게이' '블랙수면방' 등 관련 어휘가 포털사이트에 오르내렸고 일부 네티즌들은 거친 언사로 원색적인 비난과 혐오들을 쏟아 냈습니다.

“이태원 클럽 간 게이XX들은 신상 털어서 개망신 당했으면 좋겠다” “차에 치여서 죽어버려라 드러운 XX" 같은 비난들이 그것들입니다.

'자기들 재미 보자고, 쟤들 때문에 코로나19 진압 공든탑이 무너졌다'는 식의 비난과 혐오가 쏟아지고 있는 겁니다.

[최진봉 교수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그런 자극적인 단어가 사실은 특정 계층이나 그룹에 대한 공격적 성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런 표현들이 방역에도 전혀 도움이 안돼요. 왜냐하면 본인이 사회적으로 어떤 비판의 대상이 된다거나 아니면 공격의 대상이 된다고 하면 다 숨어버리거든요. 그러면 방역당국에서 가능성이 있는, 예컨대 어떤 방역의 체계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성소수자 A씨는 해당 클럽을 방문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 자신이 성소수자임이 밝혀져 직장과 가정에서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며 난감해 했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내가 없는 자리에서 수군거리는 느낌이다. 먼저 말을 걸기도 힘들게 됐고 그 사건 이후로 직장도, 부모님도 모두가 나를 피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A씨의 하소연입니다.

비난과 혐오가 잠재적인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최진봉 교수 /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이것은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고 제가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든 감염이 될 수 있고 누구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을 해야 돼요. 이게 어떤 특정 그룹이나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는..."

성소수자여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아닌데 성소수자와 코로나19 감염을 동일시하면서 성소수자들 때문에 코로나 방역이 뚫렸다는 식의 비난과 혐오는 과연 온당한 것일까요.

온당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집단감염에서 시작된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는 역으로 차별과 혐오 금지라는 묵직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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