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로스쿨은 기득권 위한 제도"
"로스쿨 설계한 진보귀족 기득권이 로스쿨 문제 시정 막아"

[법률방송뉴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문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1993년 법원 내부 비리를 폭로한 이른바 ‘3차 사법파동’으로 사법부 사상 처음으로 법관 재임용 탈락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쓴 법조인, 바로 신평 전 경북대 로스쿨 교수, 현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인데요.

평소 법조계에 쓴소리를 마다않는 신평 이사장이 얼마 전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의 로스쿨 제도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신평 이사장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진보귀족들의 행진’. 신평 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의 로스쿨 제도를 비판하며 올린 글의 제목입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진보귀족이란 말 자체를 제가 처음 만들었는데요. 그것이 2006년도에 노무현 정부에서 사법개혁이 처음 종결됐죠, 그때 제가 ‘한국의 사법개혁’이란 책을 썼습니다. 뭐 그 사람들이 그 제도(로스쿨)를 통해서 가장 많이 이득을 얻고, 또 그 자식들이 가장 많은 이득을 얻는 그런 제도라는 것이죠."

한국의 로스쿨은 본질적으로 탄생 때도 그랬고, 10년이 넘은 지금도 진보와 보수를 떠나 기득권층을 위한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신평 이사장은 거듭 단언합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한국의 기득권층에 유리한 제도이죠. 10년이 넘었지만 로스쿨 제도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가 노정되고 있음에도 ‘그 글자 하나도 고칠 수 없다’ 이렇게 나오고 있는 언어도단의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제도를 가장 많이 이용을 하는 것이 기득권층이죠. 그러면서 마치 그것이 로스쿨 제도가 아주 잘 운영되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분식을 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글자 하나도 고칠 수 없다는 식으로 지금까지 10년 넘게...”

근거가 뭘까. 신평 이사장은 먼저 로스쿨 입학 시험 자체가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우선 입학할 때 로스쿨 입시에서는 자소서에 스펙의 제한이 없습니다. 무제한 스펙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가장 그 유리한 것은 진보귀족들이죠, 자제들. 그런 자제들이 가장 유리하게 되는 거죠.”

여러 번 언급됐지만, 1년에 수천만원씩 하는 비싼 로스쿨 등록금과 수업료도 중하위 계층의 자녀들에게 높디높은 진입장벽으로 작동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한국의 로스쿨이 아주 학비가 비싸죠. 그렇게 함으로서 가장 먼저 우리가 그 영향을 생각할 수 있는 게 뭡니까. 한국의 로스쿨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한국의 경제적 중하위 계층의 자녀들이 로스쿨에 들어와서 법조인이 되는 것을 막아버리는 것입니다."

신평 이사장은 그러면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로스쿨 교육과정을 도마에 올렸습니다. 이와 관련 신평 이사장은 지난 2016년 펴낸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로스쿨이 교수들의 이해에 함몰돼 그 이익만을 반영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한국의 로스쿨은 로스쿨 학생을 위한 로스쿨이 아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다 그런 이야기죠. 가령 일본과 비교를 한다면 일본에서는 철저하게 로스쿨 학생을 위한 로스쿨입니다. 한국은 그 반대죠. 그 핵심에 무엇이 있느냐면 일본에서는 로스쿨 학생이 꼭 밟아야 할 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표준 교과과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과목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갈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한국의 로스쿨은 그냥 로스쿨 교수들 편의대로 이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로스쿨 학생들도 학점 따기 편한 과목, 변호사시험 준비에 도움이 되는 과목들에만 매몰되다 보니 자연히 로스쿨 교육은 황폐화되고 로스쿨이 변시 입시학원으로 전락한다는 것이 신평 이사장의 진단입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가령 말이죠, 우리가 법철학 같은 과목 상당히 중요하죠. 법철학 같은 과목을 로스쿨에서 반드시 이수를 해야죠. 그러나 한국의 로스쿨에서는 이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일본에서는 반드시 이수를 합니다. 그런 과목들, 꼭 법학도로서 또 최소한의 법조인으로서 출발하기 위해서 이수가 요구되는 과목들을 한국에선 무시하는 거죠. (변시 시험제도와 연결되는 것은 혹시 아닌가요.) 뭐, 그런 면도 있겠죠.”

부실한 로스쿨 교육과 하향 평준화된 실력, 50% 정도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변시 합격률, 이런 것들이 합쳐져 변시 합격이 실력보다는 운에 좌우되는 경향마저 생겨났다는 것이 신평 이사장의 지적입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변시 체제 하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이 상층부나 중상층부에 포진하겠죠. 이 사람들의 숫자는 적고 이(합격) 커트라인 근처에 대부분의 학생이, 응시자가 다 몰려있습니다. 거의 운입니다. 그날의 상태에 따라서, 워낙 커트라인 근처에 꽉 밀집해 있으니까 오늘 시험 치면서 판례가 하나 생각났다고 하면 그걸 해서, 또는 뭐 글씨를 조금 쓰기가 수월했다고 하면 약간의 점수, 하여튼 운에 따라서 합격의 결과가 달라지는 거죠. 이게 시험이 이래선 안 되죠."

왜곡된 로스쿨 교육과 하향 평준화된 실력은 다시 변시 합격자들도 이른바 금수저들과 그렇지 않은 계층으로 나눠져, 한 번 흙수저는 그 울타리 안에서 계속 흙수저, 신평 이사장의 표현을 빌자면 “밑바닥을 깔아주게 된다”는 겁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교과과정 자체가 아주 빈약하고 허술하니까 로스쿨 과정을 졸업하고 변시에 합격해도 그 실력은 많이 낮은 거죠. 여기서 이제 좋은 로펌에 들어가서 또 판사나 검사로 들어가서 제대로 된 실습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은 유능한 법조인이 될 수 있겠고, 이 과정을 거치지 못한 사람은 평생 밑바닥을 깔아주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본인의 노력으론 안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죠.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서 많이 좌우되는 것이니까요.“

너무 비관적이고 극단적인 생각 아니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그게 현실이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제대로 된 법조인으로서의 교육은 그때로부터 시작하게 되는 거죠. 좋은 로펌이나 그런 개인적인 인연에 따라서 유능한 변호사를 만나서 그런 교습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그런 기회가 봉쇄된 사람은 확연히 나눠지는 거죠.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좋은 연줄을 갖고 있으면 그 자제나 손자, 손녀들은 제대로 된 법조인의 길을 밟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애써 로스쿨을 졸업하고 해도 그런 기회가 봉쇄되는 거죠. (맨땅에 헤딩을 한다는) 그런 셈이죠. 맨땅에 헤딩을 한다는 그 표현이 맞죠.”

그나마 어쨌든 변시라도 붙으면 다행,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변시에 붙지 못한 이들은 ‘오탈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엄청난 좌절을 맛봐야 합니다.

‘사시 낭인’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로스쿨과 변시가 부실한 교육과 어정쩡한 합격률 때문에 낭인 정도가 아닌 일종의 ‘인생 낙오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일본에서는 로스쿨 나와서 변시, 신사법시험 합격하는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한 20% 남짓 되거든요. 그리고 이 신사법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도 정부나 또 기업에서 막 모셔가는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취직엔 아무 걱정이 없어요. 또 아무런 그 ‘내가 신사법시험에 합격 못했다’는 열등감 그런 것도 없고요. 그러나 우리 한국에서는 이 '오탈자'들은 어떤 많은 손해에 플러스 해서 정신적으로도 큰 곤경에 처하죠. 대단히 마음이 아픈...”

신평 이사장은 사정이 이런데도 이른바 진보귀족으로 대표되는 로스쿨 제도를 설계하고 만든 기득권층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우선 학비가 너무 많죠, 학비가. 너무 많으니까 대폭 줄여야 됩니다. 이 학비를 반 정도로 줄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왜 안 하는 걸까요, 그것을.) 글쎄요. 그러니까 제가 ‘조국 교수 같은 사람이 죄가 많다’고 하는 거죠. 자기가 그것을 설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 10년 동안에, 10년 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결함이 나타나면, 나타났으면 이것을 시정을 해야죠. 우리 전체 국민들을 위해서 바람직한 제도로 시정을 했어야죠. 그러나 조국 교수는 민정수석을 하면서 이 로스쿨을 옹호하기 바빴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정을 오히려 막아버린 거죠.”

여러 문제점에 대한 신평 이사장의 해법은 단순하면서도 원론적입니다.

적어도 돈이 로스쿨 진학의 진입장벽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 그리고 충실하고 짜임새 있는 교육으로 로스쿨 졸업 자체로 학생들의 실력과 평판을 담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변시 합격률이나 자격시험화 등은 그 이후 논할 문제라는 겁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독일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단적으로 말하자면 법과대학에 들어가서 그 과정을 꾸준히 밟아 올라가면 한 사람의 법조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충실한 실력을 가진 법조인들이 다 탄생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평등한 입장에서 법조인으로 나아가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빨리 이 로스쿨 제도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수정을 하자, 더 나아가서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적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법조 양성제도를 우리가 빨리 강구해내자...”

마지막으로 예비 후배 법조인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돈 많이 벌어라”는 다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신평 이사장 / 공정세상연구소] 

“그게 이제 가장 어려운 말인데 제가 그렇게 모범이 될 만한 선배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뭐 그런 덕담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닙니다만. 그러나 뭐 한 마디 하자면, 실력도 갖추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을 해라. 또 덧붙여서 변호사가 되면 변호사로 활동을 하면 돈도 많이 벌어라. (그건 왜 그런 건가요.) 돈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하면 좀 더 좋은 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과거의 선비 관념에 입각해서 막 그렇게만 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면서 실력 발휘하고 또 우리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법률방송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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