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90도 각도로 끼어들어... 한문철 변호사 "부딪침과 급제동 동시에"
버스회사 "버스 앞으로 끼어드는 차량 많아... 본능적으로 급브레이크"

[법률방송뉴스] 경남 진주에서 버스를 탄 한 여고생이 갑자기 끼어든 SUV 차량과 버스가 충돌하면서 중심을 잃고 튕겨져 나가 목뼈가 부러지며 팔다리를 포함해 목 아래가 다 마비되는 안타깝고도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른바 '진주 여고생 교통사고 사지마비 사건'인데요. 오늘(19일) 'LAW 투데이'는 일명 '칼치기'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중과실치상 얘기 집중 전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사고 당시 영상을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교통전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지난 12일 올라온 영상입니다.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운 버스가 서서히 출발해 3차로로 진입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정말 느닷없이 SUV 차량 한 대가 버스 앞으로 끼어듭니다. 

거의 90도로 끼어든 SUV 차량에 피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눈 깜빡할 사이 벌어진 충돌 사고.

2차로로 달리던 SUV가 버스를 급하게 추월해 골목길로 들어가기 위해 이른바 '칼치기'라고 불리는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다 사고가 난 겁니다.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이건 뭐 급제동도 아니죠. 급제동, 제동하는 게 아니고 그냥 저 렉스턴에 막혀서 급제동하면서 막히면서 부딪침과 급제동이 거의 동시에 됐죠. 승객이 얼마나 다쳤을까요."

이번엔 버스 안에서 승객들을 찍은 CCTV 영상입니다.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버스를 타서 맨 뒷좌석에 앉고 한 여고생만 아직 자리에 앉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가 급정거를 하며 이 여고생은 그대로 앞으로 튕겨져 나옵니다.

의자에 앉은 승객들도 전부 몸이 크게 앞으로 쏠리고, 의자 옆으로 내동댕이 쳐지듯 떨어진 승객들도 있습니다.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앉으려는 순간에 사고가 난 거예요. 그래서 뒤에서부터 모든 사람들이 다 앞으로 쏠리죠, 이렇게. 옆에 쓰러진 사람도 있고요. 쓰러진 사람들 보세요, 전부 다. 얼마나 급히 멈췄으면..."

사고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5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하대동의 한 도로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버스 맨 뒷좌석에서 맨 앞 운전석까지 튕겨져 나온 19살 고3 여고생은 요금통에 머리를 부딪치며 중상을 입었습니다.

피를 철철 흘리며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목뼈 2개가 부러지며 신경이 손상돼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상태입니다.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식물인간보다 사지마비가 본인과 가족들에게 더 힘듭니다. 식물인간은 본인이 모르잖아요. 그런데 사지마비는 이(목) 밑으로만 못 움직이지 나머지는 멀쩡하거든요. 죽음보다 오히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둔 꿈많은 여고생이 전신마비라는 날벼락을 당했는데, 버스 앞을 갑자기 끼어든 차량은 피해 여고생이나 가족에 사과조차 안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 한문철 변호사의 전언입니다.

이에 영상엔 "사람도 아니다, 죗값을 받으라"는 성토와 분노의 글들이 수천 개 달려있습니다. 

칼치기로 끼어든 SUV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도 본인 과실이 아닌 버스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버스회사 관계자]
"저쪽 상대 운전자는 버스가 잘못이라고 처음에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조사를 해보니 버스 잘못이 아니고, 경찰서는 가해·피해자만 나눠주거든요. 승용차가 가해 차량이다..."

버스가 피해 차량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급정거를 하다 여고생이 전신마비가 상태가 된 데에 버스회사 측도 크게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버스회사 관계자]
"차가 들어오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습니다. 교육을 시키고 '나눠서 (브레이크를) 밟아라'고 하지만, 사람이 차가 들어오는데 쳐다보고 브레이크를 안 잡을 수가 있겠습니까, 사고로 직결되는데..."

버스가 만만해 보이는지, 이렇게 버스 앞으로 급작스럽게 이른바 '칼치기 끼어들기'를 하고, 그때마다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은 버스 운전을 하다 보면 다반사로 겪는 일이라는 게 버스회사 관계자의 하소연입니다.

[버스회사 관계자]
"시내버스가 주행하고 있는데 차로 변경한다고 끼어들고, 이 3차로에는 1차로 2차로 차가 정차돼 있다가 3차로로 차선 변경해서 우리 시내버스 앞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무리한 끼어들기를 한 SUV 운전자는 현재 사고 책임과 과실비율을 두고 버스공제조합과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고, 민사소송과는 별개로 가해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형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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