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 1심 패소 판결 불복해 항소... "원심 사실인정, 객관적 사실 아냐"
대책위원회 "항소 즉각 철회하라, 정부 차원 '박송희 안전규정' 만들어야"
법조계 "산재사고, 도식적으로 피해자 과실 인정하고 위자료 액수 제한"

[법률방송뉴스]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페라단 공연 아르바이트를 하다 추락사한 23살 성악도의 안타까운 죽음, 계속해서 '고 박송희 양 추락사' 법정 다툼 얘기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앞서 김천시가 1심 패소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법률방송이 김천시가 낸 항소이유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뭐에 불복해 항소장을 낸 것인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재발 방지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장한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법률방송이 입수한 김천시가 제출한 항소이유서입니다.

1심 판결은 공연장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았고, 작업 중이던 송희 양에게 리프트의 위험성을 고지하지도 않았고, 안전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며 김천시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무대감독 공무원이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관할 김천시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1심 판결입니다.

김천시는 하지만 형사재판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무대감독에 대한 1심 판결이 사실과 다르다며 항소했으니, 민사재판도 형사재판 항소심 결과를 보고 판단해 달라며 항소장을 냈습니다.

"원심의 사실인정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기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김천시의 항소 이유입니다.

[박원한씨 / 고 박송희 양 아버지]
"결과적으로는 '8 대 2'라는 판결이 나왔죠. 그래서 저는 그것조차도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김천시에서는 그것조차 결국 항소하는 모습 보면서 '정말 이 사람들은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까지..."

박송희 양 유족과 함께 하는 예술인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나아가 김천시를 대리해 정부법무공단이 나서서 유족들을 상대로 항소장을 낸 건 심히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아 성토합니다.

[권용만씨 / 성악가]
"인간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킵니다.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했다고 판단해준 법원의 결정에 오히려 항소하는 김천시청의 행위는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김천시 측에서 주장하는 구체적인 각론은 예술인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송희 양이 페인트를 칠을 한 무대세트를 확인하기 위해 뒷걸음치다 추락한 점에 비춰보면, 색 구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조명이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안전교육이 실시된 공연 준비 첫날 송희 양이 현장에 없었던 것이지, 안전교육 자체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는 것 등이 김천시가 항소이유서에서 적은 주장입니다.

송희 양이 아르바이트를 한 호남오페라단 단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누가 안전교육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김천시는 확인할 방도가 없고, 그런 만큼 김천시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임인자씨 / 연극인]
"저희 예술인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고 이 문제를 또 같이 동참하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안전의 책임을 예술가들에게 돌리고 심지어 계약관계에 있어서도 예술가들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이러한 잘못된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김천시는 또 송희 양을 비정규직 조연출로 고용한 호남오페라단은 왜 소송 대상에서 뺐냐며, 재발방지책 마련보다는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데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정욱씨 / 전국대학원생노조 지부장]
"제가 이 사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없고 장치도 없고 수칙도 없는 작업장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사과하는 사람도 없고,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상식에 한참 벗어나는..."

김천시는 이같은 비판과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는 법률방송의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김천시 문화예술회관 관계자]
"(어떤 이유에서 항소를 하시는 건지 들어볼 수 있을까 해서요.) 저희 이거 소송 진행 중이라서 답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항소심 재판 이제 곧 시작될 텐데...) 일단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일단은 좀 끊겠습니다."

송희 양의 유족들은 송희 양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 20%를 인정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퉈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홍정표 변호사(법률사무소 헌인) / 고 박송희 양 가족 대리인]
"작업자가 위험 상황이 자기 앞에 놓여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할 수 없다고 원심도 인정을 했거든요.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인지를 못 하는 상태에서 어떻게 안전작업 의무가 있을 수 있냐. 더군다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었으니까 원심판단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하고 결국엔 그 결론하고 모순관계가 있다..."

산재사고가 나면 도식적으로 피해자 과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위자료 액수를 제한하는 기존 판결 경향을, 이번 고 박송희 양 사건 소송을 통해 바꿔보겠다는 것이 유족 측의 각오입니다.

[홍정표 변호사(법률사무소 헌인) / 고 박송희 양 가족 대리인]
"이게 산재사고거든요. 산재사고 같은 경우에는 도식적으로 위자료 액수도 1억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내부적인 형식적인 기준이 있어요. 그거하고 다음에 또 산재사고 같은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인정해서 과실상계하는 형식적인 어떤 판결 루트가 있는데 그거대로만 적용할 수는 없다..."

관련해서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도 정규직과 똑같이 대우해 주고, 특히 예술가들의 안전한 작업환경 수칙 등을 담은 ‘박송희 규정’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서엔 1천800명 넘는 예술인들이 서명하며 동참했습니다.

[윤선희씨 / 성악가]
"지금과 같은 공동행동에 동참하겠다고 이렇게 많은 참여 의사를 보내오신 것은 저희 클래식 음악계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의 우리의 행동을 통해서 반드시 예술인들이 마음껏 작품활동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데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연장에서 수톤짜리 음향판 상판이 떨어져 19살 청년이 처참하게 숨진 사고 등 고 박송희 양 사고와 유사한 사례들을 언급됐습니다.

이들은 예술가들의 삶이자 꿈인 무대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더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유관기관에 거듭 목소리를 높여 촉구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기초 예술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낡은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